디지털 광고 시장의 양대 산맥인 구글과 메타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조사를 받게 됐다. 미국 검찰이 ‘공동 공모자’라고까지 적시했던 두 회사의 공모 행위에 유럽 규제 당국까지 칼날을 들이대면서 향후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규제 당국은 11일(현지시간) 구글과 페이스북의 온라인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두 회사가 2018년 9월 체결한 ‘제다이 블루’ 협약이다. 협약 이름인 제다이는 인기 영화 스타워즈 등장 인물 명칭에서 따왔다.
메타의 전신인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에서 구글과 경쟁하지 않는 대신 특별 대우를 받기로 했다는 것이 ‘제다이 블루’ 협약의 골자다.
그렇다면 두 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반칙을 저질렀을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두 회사를 먼저 제소했던 미국 검찰의 소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페북, 2017년 헤더입찰 지원 선언하자 구글 긴장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10개 주 검찰은 지난 2020년 12월 구글을 전격 제소했다. 구글이 광고 기술 시장 경쟁을 말살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게 소송 이유다.
소송의 쟁점은 ‘디지털 광고 경매 기술’이다. 구글은 2008년 더블클릭을 인수하면서 이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이런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경매를 조작하고, 광고 단가를 올렸다는 혐의다.
그런데 미국 검찰은 구글을 제소하면서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지칭했다.
언뜻 보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출한 소송 문건에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페이스북 관련 내용은 소장 63쪽부터 73쪽까지 11쪽에 걸쳐 서술돼 있다. “페이스북이 불법적인 계약을 통해 구글이 헤더 입찰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제목부터 흥미롭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2017년 3월로 되돌려야 한다. 당시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header bidding)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한다.
헤더입찰이란 광고 퍼블리셔가 ‘공정하고 개방된 방식으로’ 광고 인벤토리에 대해 경매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광고 플랫폼 입장에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광고주는 효율적으로 광고 인벤토리를 구매할 수 있다.
그 동안 구글은 GDN(Google Display Network)을 통해 광고 입찰 시장을 장악해 왔다. 그런데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퍼블리셔 광고 서버 시장 독점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된다.
그 무렵 많은 매체들은 “페이스북이 구글과 더블클릭 제국을 상대로 디지털 광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페이스북의 헤더 입찰 지원 선언은 디지털 광고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일단 광고주들에게 2, 3배 정도 더 많은 이용자를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관련 매출도 10~30%까지 증가할 것이란 달콤한 약속도 제시한다.
■ 고민하던 구글, 특혜 제시하면서 기술개발 포기시켜
구글은 2008년 더블클릭 인수 이후 디지털 광고 경매 시장을 독식해 왔다. 헤더 입찰 참여 업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구글에겐 알찬 수익원이었다. 별다른 경쟁 상대가 없던 이 시장의 유일한 잠재 위협세력은 페이스북이었다.
그런 페이스북이 헤더 입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 여기엔 아마존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다. 구글의 걱정이 현실이 된 셈이다.
고민하던 구글은 곧바로 ‘늘 해오던 방식’을 동원한다. 페이스북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 것. 그리곤 2018년 9월 계약을 하나 체결합니다. 페이스북과의 계약은 구글 내부에선 영화 ‘스타워즈’ 캐릭터에선 따온 코드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계약 이후 페이스북은 헤더 입찰을 대폭 축소한다. 대신 구글을 통해 광고 경매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경매 가격 등에서 대폭 혜택을 부여받게 된다.
공개된 소장에선 페이스북과 관련된 내용 중엔 많은 부분이 블라인드 처리가 돼 있었다. 두 회사간 내밀한 계약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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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구글이 광고 기술 시장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페이스북은 적극 협조한 정황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미국 검찰이 페이스북을 ‘공동 공모자’라고 지칭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과연 유럽연합과 영국 규제 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까? 디지털 광고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두 회사의 탐욕에 대해 어떤 철퇴를 가할까?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거대 국가(연합)의 향후 행보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