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 휘발유 때문에 미국인 IQ 8억 점 이상 낮아졌다

미 듀크대, 어린 시절 납 노출이 미치는 보건 영향 추산

과학입력 :2022/03/08 16:13

납은 뇌 발달을 가로막고 각종 암과 심장병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이다. 하지만 1920년대부터 70년 이상 널리 쓰인 유연 휘발유 때문에 현재 성인 인구 대다수는 납에 많이 노출된 상태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통해 대기 중에 퍼진 납은 사람들의 지능 발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 듀크대학 연구진은 납 노출로 인해 현재 미국 성인 1억 7천만 명에게서 총 8억 2천400만 점의 지능지수(IQ) 하락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를 내놨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술지 PNAS에 실렸다. 

연구진은 어린이 혈중 납 농도, 유연 휘발유 사용량, 인구통계 센서스 등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 2015년 기준 납에 대한 노출이 미국인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현재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 7천만 명이 어린 시절 의학적으로 위험한 수준의 납에 노출된 것으로 연구진은 파악했다. 특히 유연 휘발유가 가장 많이 쓰인 1960-1970년대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납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이는 지능지수 하락은 물론, 뇌 발달에 지장을 받고 성인이 되어 정신질환과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장기적 보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납으로 인해 인구 전체의 IQ는 약 8억 2천400만 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3점 가까이 IQ가 낮아진 셈이다. 1960년대 중후반 태어난 사람은 최대 6점, 어린 시절 혈중 납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 사람은 7점 이상 IQ에 손해를 봤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는 IQ 85 이하 평균 이하 인지력을 가진 사람을 IQ 70 이하인 지적장애 수준으로 재분류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이다. 

연구진은 추후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된 사람들의 뇌가 노년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인종에 따른 유년기 납 노출 정도의 차이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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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휘발유는 자동차 연비를 떨어뜨리고 큰 소음을 일으키는 노킹 현상을 막기 위해 1920년대 개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미국 과학자 클레어 페터슨이 1920년대 이후 대기 중 납 농도가 급증하는 것을 발견, 1960년대 중반부터 유연 휘발유 퇴출 운동을 벌이면서 점차 시장에서 사라졌다.

납 추방 운동을 벌인 과학자 클레어 패터슨

미국은 1986년, 우리나라는 1995년 유연 휘발유 사용을 금지하는 등 1990년대를 전후해 세계 주요 국가에서 퇴출되었다. 2021년 알제리가 마지막으로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면서 유연 휘발유는 10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