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광고, 프라이버시 클라우드가 대안"

앱스플라이어 문유철 지사장 "개인정보 보호·활용 접점 제시"

컴퓨팅입력 :2022/03/02 10:31    수정: 2022/03/02 10:57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어떻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올랐다. 개인정보 제공을 최소화하거나 가명화하면서 맞춤 경험과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이용자들의 니즈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사이 접점을 찾는 데 '프라이버시 클라우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양대 모바일 플랫폼인 애플과 구글이 최근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애플은 모바일 앱이 이용자 동의 없이 활동 내용을 추적할 수 없도록 iOS에 앱추적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했고, 구글은 이용자 식별에 사용해온 광고ID를 2년 안에 폐지한 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새로운 광고 솔루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기업들이 앱에서 이용자의 활동 정보를 은밀하게 수집하고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그렇다면 이제 정밀한 맞춤형 광고시대는 끝나게 되는 걸까? 최근 만난 앱스플라이어 문유철 지사장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맞춤형 광고가 반드시 트레이트오프 관계는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두 목표가 양립 가능하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보호와 맞춤형 서비스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제는 광고 분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맞춤형 의료, 맞춤형 금융 등 많은 산업이 이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앱스플라이어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라는 개념으로 전 산업에 걸쳐 화두가 된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양립' 문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섰다. 문 지사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앱스플라이어코리아 문유철 지사장

-광고 분야에 개인정보보호 강화가 화두다. 광고 성과 측정을 돕는 앱스플라이어도 이번 이슈와 관련 있을 것 같은데. 먼저 현재 앱스플라이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앱스플라이어는 광고주인 브랜드와 광고지면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이에서 양쪽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기존에는 브랜드가 마케팅 통찰을 얻으려면, 플랫폼에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플랫폼이 자신들이 가진 데이터와 함께 분석해 제공하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첫 번째는, 브랜드가 두 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광고를 집행할 때 통합적인 마케팅 성과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플랫폼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이 브랜드와 잠재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진출하지 않는 분야가 없기 때문에 광고주가 잠재적인 경쟁자인 플랫폼에 고객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같은 제3의 업체가 마케팅 분석을 중립적으로 하는 시장이 생겼다."

-예를들어 설명하면?

"배달앱을 예로들어 마케팅 의사결정을 위해 짬뽕이랑 햄버거 두 개의 소재로 광고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배달앱에서는 둘 중 어떤 광고 소재를 본 사람이 1개월 후에 더 주문액이 많은지 궁금할 것이다. 배달앱 안에서 고객의 주문액은 알 순 있지만, 어떤 광고를 보고 온 사람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앱 바깥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플랫폼이다.

예전에는 브랜드가 플랫폼에 개별 고객의 주문 정보를 주고 분석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 플랫폼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합쳐서 이 고객이 햄버거 광고를 봤고, 주문액은 얼마였는지 같은 정보를 보내줬다. 이걸 '미디어 클린룸'이라고 한다.

미디어 클린룸 개념도. 광고주가 플랫폼에 직접적으로 이용자 데이터를 전달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브랜드가 플랫폼에 많은 데이터를 넘겨줘야 하고, 다른 플랫폼에서 일어난 고객 활동은 파악할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우리는 브랜드와 플랫폼에 모두 정보를 받아 짬뽕 그룹은 평균 3만 원을 쓰고, 햄버거 그룹은 평균 1만 원을 쓴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브랜드는 이 정보를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마케팅 효과를 높일지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건마다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 의사결정에 필요한 통계값만 전달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도 훨씬 강화되고, 잠재적인 경쟁사가 될 수 있는 플랫폼에 브랜드의 정보가 넘어갈 우려도 없어진다."

앱스플라이어의 역할 개념도. 앱스플라이어가 광고주와 플랫폼으로 부터 데이터를 취합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통계로 제공한다.

-앱스플라이어로 모든 로우 데이터가 모이게 되는 구조로 보인다. 결국 이용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넘어간다는 점과 보안상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맞다. 앱스플라어로 모든 데이터가 들어오고, 결합과 분석이 일어난다. 그래서 데이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데이터를 동형암호화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데이터가 들어올 때부터 모두 암호화된 상태로 받고, 또 분석도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할 수 있다.

우리는 동형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인텔과 협업 중이다. 3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서 하드웨어적 향상에 기반한 암호 가속기를 활용해, 동형암호화 연산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작업 중이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암호화 할 경우, 각 데이터의 암호화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썼다. 우리는 동형 암호화 연산 속도를 가속화해, 모든 정보를 암호화하는 것이 선별적으로 암호화 하는 것보다 더 비용효율적이게 만들려고 한다.

또, 분석 과정도 암호화됐지만, 분석 결과도 통계로 제공된다. 기업이 필요한 정보는 경향 분석이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의 정보를 볼 필요가 없다."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에서 프라이버시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앱스플라이어 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 두 가지 방향이 생겨날 것 같다. 하나는 이용자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민감하게 제공 가능한 정보와 아닌 정보를 식별하게 될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또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괜찮으면 허용하는 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 같은 플랫폼의 역할이 더 커지는 것이다. 만약에 어떤 기업이 우리 프라이버시 클라우드 고객이라면, 엔드유저들이 걱정 없이 데이터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모든 데이터를 동형암호화하려고 하니, 엔드 유저(최종 사용자) 입장에서는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니까 좀 더 안심할 수 있다.

광고 분야에서도 개인정보 보호가 가장 큰 이슈다. '개인정보를 지키면서 엔드 유저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어떻게 제공을 하느냐'가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장 큰 고민이다. 사용자도 개인정보 제공을 최소화하거나 가명화하면서 맞춤 경험과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

이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프라이버시 클라우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앱스플라이어가 강조하는 핵심 기술

-지난해 프라이버시 클라우드라는 비전을 선포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일을 한 발 떨어져서 보니, 광고·마케팅 측정에만 한정될 수 있는 게 아니라 금융이나 의료 같이 다른 분야로 확장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프라이버시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데이터 협업'이 필요할 때 안전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상호 데이터 교환의 필요성이 있지만 데이터의 자산화, 개인정보보호 추세 등이 강화되면서 상호 교환할 순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런 수요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면되나?

"기업도 고객도 개인정보를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니까, 다른 플랫폼이나 심지어 같은 기업 안에서 다른 부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도 부적절하게 보고 있다.

결국 데이터 통합·분석은 통제된 환경에서 데이터를 보호하면서 접근 권한이 있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갖춰진 제3의 조직에 맡겨져야 한다. 이런 역할은 이미 앱스플라이어가 계속 해오고 있던 사업이다."

-국내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수요 증가도 기대해 볼 수 있는지?

"유저레벨 데이터를 사용자가 어느 정도까지 공개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정부, 기업, 그리고 수많은 유저들로부터 논의 되어 왔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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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는 이 주제에 대한 본질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브랜드나 매체, 등 데이터의 수요층은 유저레벨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사이트를 원하는 것’이다. 즉, 특정인의 이름이나 성격, 성향 등을 알고 싶은 것이라기 보다는, 정보를 제일 적합한 대상에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유저들도 마찬가지일 것. 나의 개인 정보에 대한 침략을 받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최적화 된 정보를 받고 싶어 하는 것일 것이다.

앱스플라이어의 프라이빗 클라우드가 제시하는 개념이 양측의 니즈를 충족하기 때문에, 결국 개인이 데이터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 질 필요가 더 이상 없다. 이 새로운 개념을 통해 앞으로 정보 서비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과 기업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