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을 창업한 故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게임업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MMORPG라는 단어가 통용되기도 이전인 1996년에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RPG 바람의나라를 선보이며 한국 게임산업은 물론 글로벌 게임산업에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인 이유다. 1994년 넥슨을 설립한 김정주 창업자는 2006년부터는 넥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NXC를 통해 꾸준한 행보를 이어오기도 했다.
<카이스트 재학 중 넥슨 창업...선릉에서 시작된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
故김정주 창업자는 1968년 2월 22일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광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3년에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6년에는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넥슨을 창업한 것은 한국과학기술원 재학 당시였던 1994년 12월이다. 지금은 연매출 2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게임사인 넥슨이지만 그 시작은 조촐했다. 서울 선릉역 1번 출구에 자리한 샹제리제 오피스텔이 넥슨의 시작점이었다. 국내 MMORPG 장르를 대표하는 개발자로 자리잡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당시 김정주 창업자의 파트너였다.
이후 1999년에 게임 개발사 엠플레이를 설립하고 2001년에는 넥슨 모바일사업팀을 분사해 모바일게임 전문 개발사인 모바일핸즈를 세우며 대표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김정주 창업자가 창립한 넥슨은 이후 2000년대부터 시작되는 국내 온라인게임 부흥기를 열게 된다. 2003년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PC MMORPG 메이플스토리는 캐주얼게임의 감성과 MMORPG 특유의 성장 동선과 콘텐츠 순환구조를 선보이며 국내 대표 MMORPG로 자리매김 했다. 이후 메이플스토리 개발사 위젯스튜디오는 2004년 12월 넥슨에 합병되며 PC 온라인게임 시장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또한 2011년 12월에는 넥슨 일본법인을 도쿄거래소에 상장해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지난 2021년 12월 넥슨 일본법인의 시가총액은 2조 8천400억 엔(약 30조 원)을 기록하며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한 게임사 중 닌텐도에 이어 2위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가치를 먼저 알아본다...투자와 M&A 역량으로 승승장구>
김정주 창업자의 전체 커리어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이 바로 경영 능력. 특히 투자와 M&A 역량이다. 김정주 창업자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을 비롯해 서든어택을 선보인 게임하이(현 넥슨지티), 엔도어즈 등 게임 개발사를 품에 안으며 넥슨의 가치고 함께 성장시켰다.
네오플 인수는 김정주 창업자의 게임사 인수 사례 중 손에 꼽히는 사례다. 김정주 창업자는 서울대학교 동문인 허민 현 원더홀딩스 대표가 설립한 게임개발사 네오플을 2008년에 약 3천800억 원에 인수했다. 이 인수를 두고 당시 게임업계는 설왕설래로 가득했다. 게임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 중이긴 하지만 이 외의 캐시카우가 부족한데다가 던전앤파이터의 위상도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네오플은 그해 매출 3천5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후 꾸준히 실적이 증가하며 지난 2019년에는 1조1천3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넥슨 그룹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을 김정주 창업자가 직접 마련한 셈이다.
일본 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2010년 4월과 5월에는 엔도어즈와 게임하이를 인수하며 넥슨의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는 결과를 이끌기도 했다. 당시까지만해도 저연령층 대상 캐주얼게임을 서비스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넥슨은 전략시뮬레이션 장르에 강한 엔도어즈와 FPS 게임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까지 품으며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게임사로 자리매김 했다.
이와 함께 2011년에는 JCE(현 조이시티), 2015년에는 불리언게임즈를 인수했으며 2013년에는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모바일 시뮬레이션게임 개발사 빅휴즈게임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후 2015년에 완전 인수로 이어간 바 있다.
게임산업 외 분야에서도 김정주 창업자의 투자 능력은 돋보였다. 김정주 창업자는 넥슨홀딩스 대표로 재직 당시 NHN의 지분 6.83%를 보유하며 당시 이해진 CSO와 김범수 NHN 대표보다 높은 지분을 보유해 화제가 됐다.
또한 곰플레이어와 곰TV 등을 서비스하며 국내 인터넷 이용자에게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던 그래텍(현 곰앤컴퍼니)의 지분 4.8%를 보유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당시 김정주 가 창업자가 그래텍의 지분을 인수한 시점은 곰TV가 세간에 공개되기 이전이었다.
<암호화폐부터 유모차 산업까지 이어진 투자 다변화>
이런 사업 역량은 NXC 대표직을 수행한 이후에도 빛을 발했다. 블럭, 유모차,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투자하며 활동영역을 크게 넓혀갔다. 이 시기의 김정주 창업자는 게임인 김정주보다 기업인 김정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붐이 일기 시작한 지난 2017년에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9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인수했으며 이듬해인 2018년에는 비트스탬프까지 인수했다. 비트스탬프는 지난 2011년 설립된 유럽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또한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시도를 이어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21년에는 약 1조 원의 금액을 들여 미국 완구회사 해즈브로, 일본 주요 게임사의 모기업인 반다이남코홀딩스와 코나미홀딩스, 세가사미홀딩스에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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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김정주 창업자는 게임이나 IT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산업군에 투자를 이어가기도 했다. 2020년에는 동물사료 제조사 세레레를 자회사 아그라스델릭을 통해 인수했는데 아그라스델릭은 지난 2017년 NXC에 인수된 펫푸드기업이다.
또한 캐나다 의류회사인 무스패션, 노르웨이의 고가 유모차 제조사 스토케에도 투자가 이어졌다. 다시 지분을 레고에 매각하기는 했지만 홍콩 온라인 레고거래 중계기업 브릭링크에 투자했다는 점도 김정주 창업자의 주요 투자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