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오시아(옛 도시바메모리) 발 낸드 플래시 오염으로 SSD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0일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원재료 오염 때문에 오는 2분기부터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적게는 5%, 많게는 1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자연스레 SSD의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미 웨스턴디지털이 주요 협력사에 SSD와 eMMC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데 이어 다른 SSD 제조사도 가격 인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 국내 PC 시장에서는 아직 급격한 가격 상승 현상을 볼 수 없다.
■ 웨스턴디지털·키오시아 "14EB 분량 낸드플래시 오염"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는 이달 초 일본 미에 현 욧카이치와 이와테 현 키타카미 공장에서 생산한 3D 낸드 플래시 중 상당수가 제조 과정에서 오염됐다고 밝혔다.
당시 키오시아는 오염된 전체 플래시 메모리 용량이 약 6.5EB(엑사바이트)에 달한다고 밝혔다. 1TB SSD 기준 약 65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레시 메모리를 못 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추가로 7.5EB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에서 오염이 발견됐다. 오염된 낸드 플래시 용량은 약 14EB로 증가했다.
■ 웨스턴디지털 "SSD 가격 인상 불가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웨스턴디지털은 최근 협력사에 SSD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메일을 통해 "낸드 플래시 오염 사태에 따라 단기적으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며 플래시 메모리 기반 모든 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품 판매와 홍보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웨스턴디지털과 키오시아는 PC용 SSD와 eMMC 제품에 주력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은 소비자용 SSD 시장에서 2위, eMMC 시장에서 1위 업체다. PC 제조사의 수요가 오는 2분기에 줄어든다 해도 오른 가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웨스턴디지털 이외의 다른 제조사도 SSD 가격을 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특별한 이유 없이 공급이 줄면서 수요가 많아지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주요 PC 업체 공급량 감소 등 우려
가격 인상 뿐만 아니라 공급 물량 감소도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IDC, 가트너 집계 기준 상위 5개 업체는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상당한 양의 SSD를 공급받고 있다. 또 애플 역시 아이폰13과 아이패드 프로, 맥북프로 14형·16형 등 일부 제품에 키오시아 낸드 플래시를 쓰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노트북과 고성능 데스크톱PC의 납기 지연과 생산량 감소,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인한 PC 제조사의 수익 감소 등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업체도 낸드 플래시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공급 가격 인상 등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시장은 현재까지 가격 변동 없어"
국내 PC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저장장치 용량을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암호화폐 '치아'(Chia, XCH) 등으로 고성능 SSD와 고용량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가격이 오르는 등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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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올랐던 저장장치 가격은 치아 거래 가격이 급락한 7월 말부터 떨어져 4분기 무렵에야 정상화됐다.
24일 유통 관계자들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 특정 제조사 SSD 가격이 급격히 오르지 않았고 조립 PC 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에 들어서 물량 부족 현상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공급량 추이에 따라서는 일부 제품에서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