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제조사, 소비자 모르는 핵심 부품 교체 논란

마이크론·WD·삼성전자, 일부 컨트롤러·낸드플래시 등 교체...소비자 구매 후 인지 불만

홈&모바일입력 :2021/09/09 09:40    수정: 2021/09/10 14:47

주요 글로벌 SSD 제조사가 2019년 경 출시한 SSD 제품에서 컨트롤러 칩이나 낸드 플래시메모리 등 핵심 부품이나 펌웨어를 교체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마이크론이 크루셜 P2 SSD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QLC(4비트) 제품으로 교체한 데 이어 웨스턴디지털도 올 하반기부터 출하된 'WD 블루 SN550'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펌웨어를 교체했다. 

삼성전자도 2019년 출시한 '970 이보 플러스'의 컨트롤러 칩 등을 교체했다.

주요 SSD 제조사가 컨트롤러 칩이나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고지 없이 교체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들 제품은 외관만 보아서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벤치마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수치를 확인하면 부품 교체 전후로 기존 출시 제품 대비 주로 연속 쓰기 성능이 저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웨스턴디지털 등 SSD 제조사는 "부품을 교체한 제품을 출시하며 이미 관련 정보를 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소비자들은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드러낸다. 주요 부품 등 변경시 이를 보다 정확하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마이크론, 크루셜 P2 SSD 플래시 메모리 QLC로 교체

마이크론은 지난 해 상반기 출시한 NVMe SSD P2의 핵심 부품인 낸드 플래시를 TLC(3비트) 방식에서 QLC(4비트) 방식으로 교체했다.

QLC 플래시 메모리는 한 메모리 셀 안에 4비트를 담아 MLC 플래시 메모리에 비해 SSD 제조 원가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단 한 셀당 담을 수 있는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쓰기 속도는 느려지고 수명도 줄어든다.

크루셜 P2 NVMe SSD. (사진=마이크론)

미국 IT매체 탐스하드웨어는 지난 달 중순 자체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단순 읽기 작업에서는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쓰기 작업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매체는 "기존 제품(TLC)의 쓰기 속도는 최고 1.85Gbps에서 시작해 450Mbps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QLC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신제품은 최고 1.16Gbps에서 시작해 최저 40Mbps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웨스턴디지털, 'WD 블루 SN550' 낸드플래시 교체

웨스턴디지털도 2019년 하반기 출시한 보급형 SSD 제품인 'WD 블루 SN550'의 일부 부품을 교체했다.

원래 제품에는 WD가 제조한 컨트롤러 칩과 키오시아가 만든 96단 3D TLC 낸드플래시가 탑재된다. 그러나 6월 이후 생산된 제품은 컨트롤러 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펌웨어만 교체했다.

NVMe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WD 블루 SN550 NVMe SSD. (사진=웨스턴디지털)

중국 IT매체 Ex프리뷰가 기존 제품과 신규 제품의 성능을 비교한 결과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용량이나 최고 쓰기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기록 데이터를 임시로 보관하는 12GB 쓰기 캐시가 가득 찬 다음에는 쓰기 속도가 기존 제품(849Mbps)의 절반 이하인 390Mbps로 줄어든다.

쓰기 속도가 줄어든다고 해서 제품에 규정된 총 쓰기 용량(TBW)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영상 등 대용량 파일을 빈번하게 SSD로 복사하는 경우 소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체감할 수 있는 차이를 느끼게 된다.

■ 삼성전자, '970 이보 플러스' 컨트롤러 교체

삼성전자도 2019년 1월 출시한 NVMe SSD '970 이보 플러스'의 일부 부품을 교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유튜버 '차오완커'(潮玩客)는 지난 8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970 이보 플러스의 컨트롤러 칩과 낸드 플래시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970 EVO 플러스 SSD. (사진=삼성전자)

실제로 삼성전자가 제품 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제품 제원표 표기도 다르다. 기존 제품은 '삼성 피닉스 컨트롤러'를 탑재한 반면 최근 출시된 제품은 '삼성 자체 컨트롤러'로 표기하고 있다. 제품 모델명도 'MZVLB1T0HBLR'에서 'MZVL21T0HBLU'로 바뀌었다.

대용량 파일 복사시 쓰기 속도가 이전 제품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진다. (사진=유튜브 캡처)

기존 제품은 쓰기 데이터를 임시로 담는 캐시 메모리가 40GB인 반면 새 제품은 캐시를 3배에 가까운 115GB로 늘렸다. 그러나 캐시 메모리를 소진할 경우 기존 제품의 쓰기 속도는 1500Mbps 가량으로 떨어지는 반면 새 제품에서는 절반 가량인 800Mbps로 줄어든다.

■ 삼성전자·WD "6월경 고지 마쳤다"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명확한 고지 없이 부품을 교체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취재 결과 주요 제조사들은 부품 교체 시점에서 이미 데이터시트 업데이트 등을 통해 고지를 마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970 이보 플러스 부품 변경 관련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생산 시설 가동 중단 여파로 SSD 컨트롤러 칩이 변경됐다"며 "국내에 판매하는 '970 이보 플러스' 1TB 제품은 설계 변경이 적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6월 17일 웹사이트와 거래선을 통해 부품 변경에 대한 고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17일 설계 변경 내용을 SSD 제품 공식 웹사이트에 등록하고 주요 거래선에도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림=데이터시트 캡처)

웨스턴디지털은 WD 블루 SN550 NVMe SSD 부품 교체 관련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지난 6월 해당 제품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교체와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였으며 데이터시트도 함께 업데이트했다"고 답했다.

■ 기존 제품과 차이 명확히 알려주는 소통 필요

소비자들은 SSD 구매 전 주로 벤치마크 결과를 게재한 기사나 리뷰, 다른 소비자들의 사용기를 통해 제품의 성능을 확인한다. 그러나 제조사 웹사이트에 등록된 데이터시트나 제원까지 모두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또 제품 출시 이후 주요 부품이 바뀌었다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성능과 실제 제품의 성능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을 구매해 포장을 뜯은 다음 컨트롤러 칩이나 낸드 플래시의 부품 번호를 일일이 대조하지 않는 한 이를 사전에 알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구매 전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 제품과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모델명이나 제품명을 달리 하거나, 기존 제품을 단종한다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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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디지털은 "앞으로 한층 높은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SSD 제품에 변화를 줄 때 이로 인해 공식 제원에 변화가 있을 경우 해당 제품에 새로운 모델 번호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향후 미디어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