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명품 구매 증가에 가품 판별력 한계 지적도↑

디지털보증제·보상제 등 경쟁력 제고..."브랜드사 책임 높여야" 목소리도

유통입력 :2022/02/23 18:08    수정: 2022/02/24 00:41

온라인 명품 구매가 급증하자 이커머스 플랫폼도 유통 상품 진위를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패션플랫폼 ‘무신사’와 리셀플랫폼 네이버 ‘크림’이 같은 명품 티셔츠를 두고 다른 판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은 SSG닷컴·11번가·지마켓 등 다수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과 같은 명품 유통 전문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이들 플랫폼은 디지털보증제, 명품 감정 서비스, 위조품 보상제 등을 실시하며 명품 감정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명품 유통 플랫폼들이 모든 명품 상품의 진위를 판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브랜드 사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명품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 무신사 크림 ‘명품 티셔츠’ 공방…이커머스 전반 명품 판별력 경쟁 요소로 부상

무신사와 크림은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3D 실리콘 아플리케 박시 티셔츠'를 두고 진·가품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무신사에서 판매한 이 티셔츠를 한 소비자가 되팔고자 크림에 검수를 요청했는데, 크림이 이를 가품으로 판별 후 공지한 것이다. 무신사는 크림을 상대로 권리침해성 게시물 삭제 요청을 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무신사에서 럭셔리 상품을 판매하는 ‘무신사 부티크’는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유통사에서 제품을 직매입해와 100% 정품만을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피어오브갓 에센셜 브랜드에서도 '팍선'·'센스'·'미스터포터' 세 곳을 공식 유통사로 지정했고, 무신사는 이중 팍선을 통해 제품을 들여왔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부티크는 공식 유통 채널에서만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무신사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한국명품감정원을 비롯해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보호협회(TIPA)와 협업해 정·가품 감정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무신사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보증서 발급을 위한 서비스도 구축할 방침이다.

크림은 자체 검수 센터를 운영, 검수 크루가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정·가품 여부를 가려낸다.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면 크림 검수센터에서 위조품 여부를 판별하고, 정품인증을 받은 상품만 구매자에게 보낸다.

특히 크림 검수센터는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검수를 적용한다. AI가 일차적으로 정·가품을 가려낸 뒤 미처 판별하지 못한 부분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크루가 직접 정품 제품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크루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CT 촬영 장비를 통해 마저 판별한다. 크림 관계자는 “크림 내부에 전문 훈련을 받은 명품 판별 전담팀이 따로 꾸려져 있다”고 답했다.

지난달 18일 크림이 공개한 에센셜 티셔츠 진,가품 판별 포인트 (출처=네이버 크림 공지사항)

■ 디지털보증제·명품 감정 서비스 등 이커머스 플랫폼 '명품 신뢰' 확보 경쟁 치열

SSG닷컴·지마켓·11번가 등 이커머스 플랫폼도 명품 수요가 급증하자 명품 판별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8월부터 NFT 기술을 적용한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를 도입하고, 구매 상품이 가품 판정을 받을 경우 구매 금액 200%을 보상하는 ‘가품 보상제’도 운영 중이다. 지난달 기준 SSG개런티 적용 상품은 1만여 개로, 회사는 연내 3만여 개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명품 보안 차량, 전문 요원 등을 갖춘 ‘명품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SSG개런티 상품 전문관을 선보일 계획이다. 연내에는 중고거래 플랫폼과 협업해 명품 리셀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지난 8월 처음 선보인 디지털 보증서 SSG개런티와 가품보상제 운영을 통해 온라인 명품 구매 시 가품 이슈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마켓과 옥션도 2019년부터 ‘명품 감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국동산감정원 전문 감정사가 지마켓과 옥션에서 거래되는 해외직구 명품 상품을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무료로 진행돼, 소비자는 배송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해외직구 상품 중 제품 소개 페이지에 ‘명품 감정 서비스 적용 상품’이 명시돼 있어야 신청이 가능하다. 제품 수령 후 7일 내 접수하면 감정이 진행된다. 정품이 확인되면 보증서가 발급되며, 가품인 경우 구매 금액의 200%를 환불받을 수 있다. 지마켓 관계자는 “앞으로 명품 감정 서비스 적용 상품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11번가는 명품 위조품 모니터링, 위조품 보증제, 소비자 보호제도를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 11번가는 위조품이 다수 적발된 브랜드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상시 운영 중이며, 특허청 산업재산특별사법경찰과 온라인 지식재산보호 업무협약을 체결, 상표권자와 특허청 등 정부기관과 협업해 가품 유통 감독을 수시 진행 중이다.

또 11번가는 위조품 의심 상품에 대해서는 11번가가 직접 구매한 후 상표권자를 통해 위조상품 여부를 직접 감정받는 ‘미스터리 쇼핑’도 2010년부터 진행해왔다. 위조품 구매 시에는 11번가가 110%를 보상하는 위조품 보증제도 운영한다.

또한 소비자 보호제도 일환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센터’, ‘안전거래센터’를 운영한다. 지식재산권 보호센터를 통해 소비자는 상표권, 특허권,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의 모든 권리 침해를 제보·신고할 수 있으며, 안전거래센터로는 위조품, 위해상품 등 불법상품과 부정거래에 대한 제보와 신고를 진행 할 수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회사는 사전 필터링과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위조품 판매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이 가품 논란에 휘말리게 되면서 디지털 보증서, 가품 보상제 등 자체적인 제도 보완을 통한 신뢰도 확보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라며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브랜드를 직접 만드는 제조사 수준으로 기준을 맞추려는 플랫폼 기업이 늘 것으로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권익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조사가 아닌 유통사가 100% 정품이라고 인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플랫폼 업체를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가품보상제, 디지털 보증서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SSG개런티를 적용한 프라다 가방 (출처=SSG닷컴 홈페이지)

■ 이커머스 업계 “명품 진위 판별, 브랜드사도 책임 가져야"

일각에는 브랜드사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플랫폼에서 모든 명품 상품에 대한 진·가품 여부를 판별하고 책임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명품 브랜드사가 자체적으로 위조품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들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상품에 대해 정품 감정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는데, 잘 안하려고 해 아쉽다”며 “브랜드사에서 공식 수입 업체를 지정하지만, 사실 병행 수입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양이 훨씬 많고, 이 상품들의 검수도 브랜드사에 다 요청할 것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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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위조품을 방지하는 방법은 사전 필터링이 100% 되기는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사후 모니터링이나 위조품 판매에 대한 빠른 조치, 판매자 처벌 등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플랫폼이 주도적으로 하기에는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며, “대안으로 전문감정업체 의견을 존중하고 있지만, 감정 업체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지도 숙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신사-크림 논란으로 명품 가품 이슈가 다시 한번 떠오르고 있는데 사실상 플랫폼에서 가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가품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명품 브랜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가품 소비자 역시 명품의 잠재적 수요군으로 보기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