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경제선진국 걸맞는 소프트파워 리더십 필수"

윤종록의 「대통령 정약용」 TV영화로... "통합의 정치로 바꾸고 미래로 나가야"

디지털경제입력 :2022/02/23 18:47    수정: 2022/02/24 09:38

"10대 경제대국의 리더는 달라야 한다. 지금은 교육·과학·문화·역사에 통달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리더십, 4차 산업혁명기의 국가 대전환을 준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대통령 정약용」은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대전환기의 대한민국을 이끌 ‘위대한 초인(超人)’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200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모셔왔다."

TV영화 공개를 앞둔 「대통령 정약용」의 저자 윤종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겸직교수가 처음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다.

윤종록 교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내며 새 시대의 새 경제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다.

그는 기술고시 합격 후 공직에 들어설 때 다산의 목민심서를 완독했고 차관에서 물러나는 날 다산 생가를 다시 찾았다. 공직생활의 처음과 끝을 다산과 함께 한 것이다. 「대통령 정약용」도 이런 배경에서 집필하게 됐다.

윤종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겸직교수 (사진=강준혁 기자)

TV영화로 재탄생한 「대통령 정약용」의 간략한 줄거리는 과거(1818년)에서 현재(2022년)로 넘어온 정약용이 국민의 부름으로 대통령이 된 후, 젊은 인재 18인과 함께 국가 경영 혁신에 나서는 것이 골자다.

이른바 21세기의 실학(實學)사상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기의 팬데믹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대전환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기의 변화가 순식간에 몰아치는 4차 산업혁명기에 붕당정치의 공리공론(空理空論)에 머물러 있다가는 국민의 희망과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10대 경제 대국을 넘어서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정약용의 리더십을 통해 미래 리더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자질,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냈다.

영화화 작업에는 '희망의 별-이퀘지레템바'를 연출한 이홍석 감독과 '정직한 후보', '거침없이 하이킥'을 집필한 방봉원 작가가 힘을 모았다. 특히 배우 김승우가 정약용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다. 여기에 이초희, 강영석, 임호, 김강현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본지는 21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윤 교수와 만남을 가졌다. 다음은 윤종록 교수와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의 대담 전문이다.


"다산은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실사구시 인재"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 「대통령 정약용」의 TV영화는 언제 방영하나요. 예정대로 이달 안에 시청할 수 있을까요.

윤종록 카이스트 겸직교수 : 촬영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 시사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하지만 방영 시기는 좀 미뤄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서 그런 것인지, 아님 다른 상황이 있는 것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승정 : 「대통령 정약용」, 왜 다산이 주인공인 작품을 집필하게 됐나요.

윤종록 : 다산은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습니다. 과학자이자 동시에 교육자, 문학가였고, 홍역치료에 관한 의서 '마과회통'을 저술한 의학자였을 정도로 천재적인 인물이라고나 할까요.

기록에 관해서도 다산을 넘어설 인물은 거의 없습니다. 다산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제1호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물이 됐습니다. 다산은 단순히 한명의 경세가가 아닌 교육·과학·문화·정치에 통달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어서 작품을 집필하게 됐습니다.

윤종록 교수가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준혁 기자)

박승정 : 「대통령 정약용」에서 타임워프를 한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다산이 21세기로 타임워프하는 전후의 과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윤종록 : 다산의 가족들은 우리나라 천주교 도입의 산역사입니다. 순교자도 많이 나왔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다산의 매형이었던 이승훈입니다. 다산의 조카사위였던 황사영도 백서 사건을 일으키죠. 백서 사건은 북경에 있는 구베아 주교에게 천주교를 포교할 방안을 담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는데, 내용 중 조선 정부의 탄압을 고발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때문에 다산의 가족들이 많은 고초를 겪었습니다. 다산 본인도 18년간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습니다. 일반 사람들 같으면 거기서 희망의 끈, 경세가로서의 꿈을 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다산은 정신을 가다듬고 조선의 미래를 위해 509권의 책을 혼신을 다해 쓰게 됩니다.

의미심장하죠? 「대통령 정약용」은 18년이라는 유배생활이 끝난 후 다산이 21세기로 온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박승정 : 그렇다면 「대통령 정약용」의 내용과 주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종록 : 「대통령 정약용」은 다산이 시간여행을 통해 200년 후의 대한민국에 온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시작합니다. 다산이 현대 우리나라의 병적인 문제점들을 치유하고 가장 혁신적인 미래의 나라로 탈바꿈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죠.

작품 속 다산은 21세기의 후손들이 두 개의 지구에 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발로 딛고 있는 지구(현실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사이버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산이 가장 놀라워했던 것은 조선 말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동차·비행기·세탁기와 같은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또 다른 세계, 즉 사이버 세상입니다.

우리나라가 현실 세상에서 10대 경제대국까지 왔으나 그 위로 올라가려면 사이버 세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때문에 하드파워가 아니라 상상력의 힘, 즉 ‘소프트파워’를 발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시대로 앞서가야"

박승정 : ‘소프트파워’라는 용어를 들으니까 예전에 차관으로 재직하실 때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비타민 프로젝트를 주도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맞춰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종록 교수 (사진=강준혁 기자)

윤종록 : 인간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입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이미 넘쳐납니다. 정작 꼭 필요한 건 조그마한 비타민인데 이건 ICT로 만들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해 3대 영양소가 에너지를 만드는 하드파워를 의미한다면, 비타민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초월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인 소프트파워를 의미합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재임 시 끊임없이 각 부처에 미래창조과학부의 ICT와 과학을 빌려 꼭 맞는 비타민 처방을 받으라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군대에서 철책선이 뚫렸는데 그때 귀가 달리거나 인공지능이 탑재된 CCTV가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람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경계를 서고 또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비타민 D(디펜스, 국방)가 될 수 있겠죠.

박승정 : 그러면 소프트파워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들이 있을까요.

윤종록 : 경상도 면적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의 농업수출국입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27년 동안 농업부를 이끌어 온 맨숄트 장관의 노력으로 농업보조금을 없애고 농업혁신을 일으킨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구 3만5천명에 불과한 ‘바헤닝언(Wageningen) 푸드밸리’에서 국가 GDP의 10%를 창출할 정도입니다. 시산학(市産學)의 결과라고 할 수 있죠.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가 명확한 목표와 함께 협업을 통해 이룬 성과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이후의 생명과학을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역설한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경영 3대 축에 생명과학이 자리 잡은 결과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책이 맞다면 일관성과 지속성은 산업에 대단한 강점으로 발현됩니다.

에스토니아는 오로지 나무밖에 없는 황량한 나라였죠. 하지만 1992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10년간 대통령을 역임한 일베스는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통해 단위 인구당 창업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를 완성시켰습니다.

이런 국가들이 한마디로 소프트파워 리더십의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작은 나라가 아닌 현대적인 의미의 '큰 나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소프트파워로 정치 패러다임 근본 바꿔야"

박승정 : 차기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윤종록 : 0이라는 상상에서 1이라는 혁신을 창조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대한민국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1·2·3차 산업에서 승승장구했던 우리나라의 산업은 현재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단순히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산업화 시대의 기존 산업을 뛰어넘어 상상을 혁신으로 만들 수 있게 바꿔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교육이 중요합니다. 작품 속 정약용의 교육 철학은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교육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 줄 아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미래 한국의 리더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직업을 만들기 위한 교육을 설계해야 합니다.

박승정 :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이 다산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윤종록 교수 (사진=강준혁 기자)

윤종록 : 21세기 리더란 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발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은 조선시대 정치처럼 파당정치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문제죠. 이는 죄악입니다.

리더십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이 조선시대의 언어로는 탕평, 대한민국의 요즘 말로는 ‘차별 없는 인재 등용’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인재가 부족하다면 해외 다른 나라에서라도 초빙해야 합니다. 굳이 간축객서(諫逐客書)를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게 바로 기술과 아이디어, 인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일맥상통하는데, 그 의미를 잘 새겨봐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등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출범했지만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경제는 성장세를 가속화한 것이죠.

박승정 : 대전환기 포스트코로나 정국에서 각 정파의 리더가 꼭 배워야 할 실학의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윤종록 :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 하는 21세기 리더라면 더 멀리 볼 수 있는 통찰력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다산의 다재다능함을 대한민국의 미래 리더라면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그동안의 리더십이 백미러에 의존하는 저속 차량의 하드파워 리더십이었다면 이제는 가시거리 너머까지도 미리 가볼 수 있는 풍부한 상상력의 소프트파워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리더들을 보십시오. 이미 한반도를 벗어나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가 리더의 눈도 여러 나라의 국경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의 높이에 올라서야만 합니다.

「대통령 정약용」에서 세계의 모든 시선이 한반도로 모이는 것은 상징적입니다. 기업에 있는 '정약용들'이 일군 성과들 덕분입니다. 정치에서도 그런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시선과 희망의 대한민국을 그려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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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정 :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서 다산 같은 역량을 갖춘 대통령 후보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윤종록 : 글쎄요(웃음).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하겠지요. 아마 국민의 선택은 그쪽을 지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