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국부 키워야...교육 혁명 필요"

[창간 21주년 특별 인터뷰]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CHO

컴퓨팅입력 :2021/05/25 08:42    수정: 2021/05/25 17:52

세계적으로 디지털 바람이 거세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이 바람은 더 거세졌다. 4차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은 산업, 사회,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며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미래 기술 패권은 4차산업혁명과 AI를 어떻게 활용하는냐에 따라 달라진다.

4차산업혁명 대표 기술인 AI는 기술을 넘어선다. 사회와 산업, 경제 전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점에서 문화이며 사상이고 철학이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창립 21주년을 맞아 철학자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경영 철학인 '자인사상(自人思想, 자연주의 인본사상)'을 고안한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CHO 두 사람에게 AI시대에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두 거장에 듣는다'는 특별 인터뷰를 마련했다.

건명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최진석 교수는 과학적·철학적·인문학적 연구자로 불린다. '주인으로 사는 삶'을 강조하는 그는 지난해 1월 새로운 형태 미래 인재 학교인 '새말새몸짓'과 '기본학교'를 설립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탁월한 사유의 시선’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최근에는 철학자 시선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를 출간했다.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이형우 CHO는 세계 1위 건설공학 시뮬레이션 SW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를 설립했다. 오랜 기업 경영을 바탕으로 경영철학 및 사상체계인 '자인사상'을 완성, 보급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남의 것'이 아닌 '나의 것'을 강조한다. 본인들 스스로 '나만의 것'과 '나만의 사상'을 고안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인터뷰는 당초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대담으로 기획됐지만 사정상 개별 인터뷰로 진행했다. 두 사람 인터뷰는 지면과 함께 영상으로도 소개된다. (편집자주)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설립자의 현재 직함은 CHO(Chief Human&Happiness Officer)다. CHO의 H는 '휴먼(Human)'과 '해피니스(Happiness)'를 뜻한다. 사람이 전부라는 그의 철학이 오롯이 들어가 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립 21주년을 맞아 특별히 마련한 '두 거장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창의력과 협동력을 키우는 교육 혁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전면적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CHO는 마이다스아이티를 2000년 9월 설립, 세계 1위 건설분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SW)기업으로 키웠다. 마이다스아이티가 만든 SW는 세계 최고층 건물 아랍에미레이트의 '부르즈 할리파(829m)'와 세계 최장 사장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스키 아일랜드 브릿지(3.1㎞)', 북경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등에 적용됐다. 세계 최고층 건물과 최장대 교량를 비롯해 여러 기념비적인 세계적 구조물이 국내 기업이 만든 SW를 사용, 만들어졌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CHO. 2009년 마이다스아이티를 설립해 세계 제일 기업으로 키웠다.

수출 강소기업이기도 한 마이다스아이티는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러시아, 인도 등 8개국에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다. 수출하는 나라는 110여개국에 달한다. 특히 이형우 CHO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자인)' 이라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실용 경영 체계를 정립했다. '자인'은 일종의 경영철학이자 경영사상으로 20년 가까이 그가 고민해 온 사람과 경영, 성장에 관한 것을 집대성한 것이다. 2017년 '자인'을 완성한 그는 지난 몇년간 기업과 기관, 학교를 순회하며 사람을 기반으로한 성장과 경영을 500회 이상 강연한 바 있다.

특히 '자인'은 철학에서 끝나지 않고 경영 현장에 적용, 기업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실제 마이다스아이티는 '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고, 검증된 방법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인재채용과 성과경영, 인재육성 등을 돕는 사람중심 경영솔루션인 ‘AI역량검사’와 ‘inHR’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아래는 이 CHO와의 일문일답.

-마이다스아이티를 설립해 지금은 CHO를 맡고 있다. CHO는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인가?

"지디넷코리아 창랍 21주년을 축하한다. 지디넷과 마이다스아이티는 나이가 같다. 마이다스아이티도 2000년 9월에 설립, 올해 나이가 21살이다. 마이다스아이티에서 내 공식 직책은 CHO다. H는 휴먼&해피니스를 뜻한다. '사람'과 '행복'이 늘 나의 키워드다. 지난 20년을 사람을 키우고 사람의 행복을 돕는 경영자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이다스아이티 CEO(최고경영자)를 할때도 사실은 CHO 역할을 했다. CHO 외에 마이다스아이티 계열사인 자인연구소와 HR 솔루션 관련 스타트업 대표를 맡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여주는 HR 솔루션을 개발하고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것이 목표다. 내 시선은 늘 사람에 가 있다. 사람 중심 경영이 내 화두다."

-그래서 완성한게 자인(自人)경영인가? 자인경영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사상가라고 생각하나?

"어찌보면 사상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웃음). 사상(思想)하면 커보이는데 사상은 생각의 상 아닌가. 우리는 생각한 걸 바탕으로 살아가고 사회를 바꾼다. 마찬가지로 자인은 사람과 세상의 본질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한 생각의 상(想)이다. 처음부터 사상 체계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다. 경영을 하면서 사람을 고민하고 연구 하다 보니 완성됐다. 경영은 철저히 인과를 다루는 행위다. 바람직한 결과를 얻으려면 바람직한 원인을 넣어야 한다. 농부가 좋은 곡식을 얻으려면 좋은 씨앗과 좋은 토양에 심어야 하는 것과 같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경영을 인과적으로 다루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인과를 다루는 학문이 과학이어서 과학을 공부했다. 경영에서 가치와 효용을 생산하는 주체는 사람이고, 시장에서 가치와 효용을 평가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구매자 역시 사람이다. 그러니 경영은 먼저 사람을 알아야 한다. 경영에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사람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고 본질을 알기 위해 심리학, 신경과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통계물리학 같은 과학을 공부했다.

-자인경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연이 만든 사람 결을 바탕으로 인본 중심의 가치 경영을 하자는 거다. 자연의 합리적 이치를 바탕으로 경영의 실용적 가치를 구현하자는 게 자인경영 핵심이다. 자인경영은 기업을 키우고, 사람을 깨우고, 사회를 바꾸는 가치를 지향한다."

-모든 사상은 시대 산물이다. 자인경영사상은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2000년대 초부터 자인경영 개념을 고민했다. 지난 10여년간 신경과학, 생물학, 분자생물학, 복잡계 과학 같은 자연과학 서적과 관련 논문을 통해 이론을 정립했다. 수많은 연구논문을 분석하고, 관련 도서와 전문가를 만나면서 토론하고, 마이다스라는 경영현장에 직접 접목하고 적용하면서 검증하고 정리했다. 2017년 완성했으니 근 17년 정도 걸린 셈이다."

-자인경영을 하면 무엇이 좋은가. 어떤 가치(밸류)를 얻을 수 있나

"경영의 주체는 사람이니 경영은 결국 사람을 다루는 거다. 사람에 대해 본질적이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도 완전히 바뀌고 있다. 과거 경영은 관리 중심, 자원 중심, 자본 중심이였다. 미래는 아니다. 미래 경영은 사람이 경영의 목적과 주체가 되는 인본 중심이 될 거다. 사람의 역량을 자주적, 자발적, 자율적으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경영 패러다임이 바뀔 거다."

-코로나와 사람이 공통점이 있다는 건 무슨 말인가. 코로나와 SW는 어떻게 보나

"코로나와 사람간 공통점은 연결이다. 모든 생명 본질은 연결이다. RNA 바이러스를 보면 나선형으로 연결이 돼 있지 않나. 사회적 동물인 사람도 끊임없이 연결하려 한다. 코로나 팬더믹 핵심은 코로나 바이러스 연결 본능이 사람 연결 본능을 차단한 거다. 그래서 사람들의 연결에 어려움이 생겼고, 이걸 디지털(디지털라이제이션)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산업, 비즈니스, 교육, 커머스 등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그런 예다. 세상 전체가 소프트웨어(SW)기반 사회로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코로나로 가속화할 거다. 온라인으로 연결하려면 유연성(플렉서블)이 있어야 한다. 플렉서블하다는 것이 바로 SW의 가장 큰 특징이다. 코로나로 디지털화와 온라인 기반 연결이 강화되면서 SW중심 사회와 4차산업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SW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이형우 CHO는 자인경영을 창안, 전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혁명은 어떻게 보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정의를 제대로 내려야 한다. 그래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산업혁명을 보자. 산업은 무엇인가? 경제 현상이다. 경제 핵심은 수요와 공급이다. 수요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고, 공급은 기술을 통해 제공된다. 욕망의 목적은 인간 수요 충족이고, 기술 목적은 인간 기능 대체다. 즉, 인간 욕망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생기는 사회변혁적 현상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인간 능력은 크게 두 가지다. 육신과 정신이다. 육신과 정신은 또 각각 두 가지로 나뉜다. 육신의 경우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과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신은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과 처리하는 능력으로 나뉜다. 이 네 가지 중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1차 산업혁명(기계혁명)이고, 2차 산업혁명(생산혁명)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3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정보혁명이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으로 그게 바로 AI다. AI기술이 선도하면서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지능혁명이 4차 산업혁명이다."

-세계 각국이 AI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혁명은 우리나라를 G3나 G5 국가로 도약시키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AI와 관련한 4차 산업혁명은 국가 범위를 넘어선다. 인류 전체 문제고 세계사적 큰 흐름이다. 산업 본질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아직은 인류가 빈곤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 분야에서 더 획기적인 혁신 기술이 실용화돼야 한다. 산업을 일으키는 주체는 혁신가나 기업인이다. 사회는 혁신가와 기업인이 산업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실패를 무릎쓰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가 되려면 갖춰야 하는게 창의성이다. 창의성은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만일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이라면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SW중심 사회가 될 것이다. SW중심 사회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일까? AI기술을 익히는 건 어렵지 않다고 본다. 더 중요한 건 인간과 세상에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는 거다. 엘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도 세상을 바꿀 가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구현한 것이다. SW중심 사회에서 교육 목적은 SW 코딩교육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여야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가 집단 지성과 시너지를 통해 실질적 가치로 다듬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의 목표는 창의력과 협동력을 키우는 것이 돼야 한다. 교육 방식은 답을 맞추는 암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으로 풀어가는 학습교육으로, 교육 형식은 비정규적이고 맞춤형으로, 또 교육환경은 온라인과 가상현실로 새롭게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창의성과 협동력을 키울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창의력과 협동력은 지식과 학습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뇌의 신경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그런 신경 네트워크는 암기나 지식 학습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 상호 관계를 통한 경험과 체험으로 학습된다. 영유아와 청소년기때가 학습해야 할 가치가 다르다. 우선 영유아 때는 부모와 형제 자매, 또래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긍정'과 '적극'을 학습해야 한다. 이어 학령기와 사춘기를 거치며 '전략'과 '성실', 그리고 '공감'과 '성찰'과 같은 역량을 학습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긍정, 적극, 전략, 성실, 공감, 성찰이라는 6가지 기본 역량이 있다. 이들 역량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학습되는데, 이 걸 학습하는게 중요하고, 이를 학습하려면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학습을 하는 존재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 위주 경쟁 교육이라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있다. 지식은 많을 지 모르지만 지혜는 빈곤한 인재를 붕어빵 찍어내듯 양산하는 꼴이다. 이게 우리 교육 현실이다. 세상은 있는 답을 맞추는 곳이 아니다. 없는 답을 추적해 수렴해 가는 상호 작용의 장(場)이다. 상호 작용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뇌 신경 연결이 빈약하게 일어나 창의성과 협동력을 결코 기를 수 없다."

-유아나 초중고 교육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1년 성과를 내려면 곡식을 심고(一年樹穀), 10년 성과는 나무를 심고(十年樹木), 100년 성과는 사람을 심으라(百年樹人)는 말이 있다. 교육을 미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와 세상과의 상호 작용으로 학습을 한다. 보통 우리는 지식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식은 교육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데 좋은 재료일 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근본적인 6가지 역량(긍정, 적극, 전략, 성실, 공감, 성찰)이 있는데, 이 역량의 바탕은 이미 우리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 그러니 영유아 때부터 경험과 체험을 통한 올바른 상호작용으로 이들 역량이 잘 형성되고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초등과 중등, 고등 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초등과 중등 교육은 완전히 바꿔야 한다. 입시 중심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체험 중심 학습을 해야 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행복 때문인데, 행복은 긍정적 관계에서 온다. 경험과 체험을 통해 자신과 자신, 자신과 다른 사람, 자신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를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식 학습은 인터넷에 맡기면 된다. 교사는 티칭이 아니라 코칭을 하고 큐레이션만 하면 된다. 고등학교 교육은 기술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등학생 70% 정도가 대학을 가는 건 문제다. 교육은 입시가 목적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실현을 하는 게 좋은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성적이 아니라 적성 중심의 기술 습득이 중요하다. 대학은 사회 미래를 밝히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10%만 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머지 90%는 기술 중심 학교, 즉 특성화고나 전문학교로 가면 된다고 본다."

이형우 CHO가 외부에서 자인경영을 강연하고 있다.

-고졸자와 대졸자간 차별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10%만 대학 가는게 가능할까

"교육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미래는 SW중심 사회로 바뀔 것이다. 이미 마이다스나 카카오, 네이버 등 SW기업은 채용에 고졸과 대졸 차이가 거의 없다. SW를 다루는 회사는 개발자가 전부인데,  고교 졸업 개발자들이 결코 대학 졸업자에 비해 역량이 떨어지지 않는다. 학력과 스펙이 아니라 역량 중심으로 기업 채용을 해야 한다. 앞으로 많은 기업이 스펙이 아닌 역량 중심 채용으로 바뀌어 갈 거다."

-대학 교육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대학은 학문 연구 중심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는 국문학을 전공해도 SW를 배워야 하고 SW 사고를 해야 한다. 문과와 이과 구분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 영유아와 초중고, 대학에서 이런 혁명과 같은 교육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교육 혁명이 가능할까?

"교육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교육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고 하더라. 실마리는 있다. 급소를 건드려야 한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로 나오는 시기가 그렇다.  우리가 왜 교육을 받는가? 좋은 직장에 취직해 잘 살기 위해 아닌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게 중요하다면, 취직을 시키는 기업 관점에서 인재를 봐야 한다. 좋은 SW기업은 인재를 채용할 때 이미 학력과 스펙을 보지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의 역량을 본다. 역량은 무엇인가? 사람의 기본역량은 긍정, 적극, 전략, 성실, 공감, 성찰 등 6가지다. 이미 인사 담당자나 경영자들은 학력이나 스펙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글 최고 인사담당자도 학력과 능력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역량을 가졌냐로 평가해야 한다. 이제 우리 교육도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나는 '교육'이라는 말을 좋아 하지 않는다. 교육은 지식 중심이고 밖에서 안으로 주입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신 육성이라는 말을 선호한다. 육성은 이미 우리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걸 발현하게 도와주는 걸 말한다.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본래 사람의 결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구현되도록 도와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고 육성이다. 이는 2500년 전 쓰여진 중용(中庸)에서도 말한 바 있다. 중용에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 하늘이 사람에게 내린 것을 성이라고 하고),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 그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하며),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 도를 깨우치는 것을 교라고 한다)라는 말이 있다. 중용에서 말하는 교육과 내가 말하는 육성이 다르지 않다."

-저출산 문제와 노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선진 국가의 가장 큰 문제가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다.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저출산 문제는 신혼 부부가 양육 부담때문에 생긴다. 출산은 개인 문제라기보다 사회 문제다. 양육은 미래 사회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한 개인이나 가족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가 있듯, 여성에게 육아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에게 육아 의무를 줘 0~6세까지 영유아를 2년간 돌보게 하는 거다.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영유아를 돌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AI로 돌아가 AI윤리 이야기를 해보자. 마이다스도 AI에 기반한 역량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루다 이후 AI와 윤리가 이슈인데 어떻게 보나

"기술 자체는 가치 중립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쓰는 냐에 달려 있다. 핵도 마찬가지 아닌가. 핵을 무기로 사용한 반면 발전소로 에너지를 만들고 방사선을 통해 생명을 구하는 데도 사용한다. AI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건 도도한 흐름이다. 결코 막지 못한다. AI로 다양한 시도(트라이)를 할 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 규제는 반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하면 된다. 이루다도 마찬가지다. 이루다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이루다의 상품이 문제다. 기술과 상품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가려면 AI를 적극 더 장려해야 한다."

-정부가 AI강국 코리아를 주창하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강국 코리아를 위해 한마디 한다면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규제도 없애야 겠지만 AI 리소스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AI기술이 세상이라는 들판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토양이 좋아야 한다. 토양이 바로 데이터다.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유화하는 건 막아야 한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에서 복지, 자유, 미덕 3가지를 선양하는게 사회 정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중 기본이 복지다. 빈곤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좋은 사상의 깃발을 꽂아도 공허하다. AI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 부(富)를 늘려준다. AI기술 가치는 어떻게 이를 활용해 사회 부를 늘릴 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 사회 부가 많아져야 세상이 풍요롭고, 풍요로워야 정신이 자유로워진다. 정신이 자유로워져야 미덕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세상이 열린다. 사회 부를 생산하는 주체가 바로 기업이다. 그러니 현대 사회의 국가 산업 정책은 기업이 더 많은 사회 부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이게 어떤 사회 이념보다 더 중요하다."

판교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이형우 CHO. 경영을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며 자인경영을 고안했다.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변하지 않는 걸로 여러 변화에 대응한다(以不變 應萬變)'는 말이라고  했는데, 이 CHO의 불변은 무엇인가?

"4차산업혁명 시대가 열어가는 세상은 초생산, 초연결, 초통합 등 초(超)가 3개나 붙는 엄청난 변혁적 세상이다.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뷰카(VUCA: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의 세상이기도 하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래를 예측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만들어갈까?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다. 변하지 않는 하나의 이치로 만가지 변화에 대응한다는 뜻이다. 변하지 않는 하나의 이치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과 세상의 본질이다. 사람은 생물이며 동물이며 인간이다. 그래서 잘 살고 싶고, 잘 하고 싶고, 잘 크고 싶어한다. 이런 본질이 잘 드러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세상의 본질은 관계고,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다. 정치든 교육이든 산업이든 문화든 모두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목적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씨앗을 보자. 씨앗을 키워 나무를 심고 열매를 얻는다. 결국 열매는 씨앗에서 나온다. 씨앗은 환경 도움을 받아 큰다. 씨앗과 환경이 상호 작용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만들어진다. 이게 본질이다. 사람의 본질을 알려면 먼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간은 유한하다. 돈도 명예도 없어진다. 나 역시 반드시 없어진다. 죽어서 없어질 걸 위해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죽어도 남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사람이다. 결국 경영의 핵심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고, 내가 CHO를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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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타트업 대표이기도 하다. 스타트업들한테 한마디 해준다면

"자신의 능력을 자신의 생각 속에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 우리 속에는 빌 게이츠도 있고 노숙자도 있다. 테레사 수녀와 같은 성인도 있고 히틀러와 같은 악인도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 99.5%가 같다. 단지 0.5%만 차이가 난다. 우리는 빌게이츠가 될 수도 테레사 수녀가 될 수도 있다. 반면 노숙자가 될 수도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자기가 선택하는 거다. 자기를 작은 사람으로 가두지 말자. 실패와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포기하느냐 하지 않느냐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코 우리는 실패할 수 없다.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사회와 긍정적 상호 작용을 풍성히 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자신과 환경을 곱한 상호 작용의 결과다. 세상과 긍정적 상호 작용을 많이 하면 인생이란 그릇안에 풍성한 성공이 쌓일 거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자. 누구나 빌 게이츠 이상이, 테레사 수녀 이상이 될 수 있으니 자기 그릇 크기를 제한하지 말자. 죽을 때까지 큰 꿈을 갖고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