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디지털 전환 대응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지털 혁신을 위한 거버넌스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강력한 조정권한을 가진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뜻이 모였다. 민관이 함께 하면서 범부처 단위의 협업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인 업무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고학수 교수는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법경제학회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개최한 토론회에 발제를 맡아 “디지털 전환은 국가 전반의 대변혁으로 모든 부처를 하나로 묶고 민간과 효율적인 협업체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위가 민관 협동을 중시해온 것처럼 디지털 전환은 중장기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민간이 참여하는 범정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겪는 일부 부작용과 갈등 상황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고학수 교수는 “디지털 혁신은 집단과 계층별로 디지털 역량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제도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술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기 때문에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격차, 충돌, 미비는 계속해 일어난다”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전통적인 산업에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 생기는 갈등을 어떻게 중재할지 계속될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디지털 혁신을 거치는 과정에서는 정부 중심보다 민간이 참여하고,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가 머리를 맞대는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학수 교수는 “지난 5년 간 4차위가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추구하고자 했던 점이 하나의 부처에 귀속되는 구조를 탈피해 범부처 논의를 진행한 것과 민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민관 협조체제를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4차위의 제한적인 권한은 정책 실행과 갈등 조정, 다부처 협력 측면에서는 일부 한계가 있었다”며 “결국 다부처 협업 체계 안에서는 효과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강력한 조정 기능을 가진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정기능을 구체적 예로 들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 예산을 고려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일관성을 갖춘 예산 투자를 위해 예산심의와 조정 기능을 갖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제시했다. 대통령이 위원장, 민간에서 CDxO로 불릴 부위원장을 맡는 가칭 국가디지털혁신위원회와 같은 청사진도 내놨다.
즉 국가적 전략 추진을 위한 범정부 협력, 현장 전문가 중심의 민간 주도, 정책적 실효성을 위한 조정 관리 기능 등을 디지털 전환 과제를 위한 거버넌스 주요 요소라는 뜻이다.
고학수 교수의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직속위원회나 전담부처를 설치하거나 대만과 같이 특임장관을 임명하고 또는 청와대에 디지털대전환 수석을 신설하는 등의 선택지는 많다”며 “현실적인 대안을 고려하면 다양한 부처와 조정, 협력이 핵심적인 사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디지털 대전환에 관련된 위원장이 의결권을 갖지 않더라도 국무회의에 참석해 아젠다를 공유하고 제안할 수는 있어야 한다”며 “여러 부처가 함께 하는 구조에서 시너지를 내야 하는게 쉽지 않지만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 부연구소장은 “민간 전문가들이 상설 형태의 가칭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규제 개혁은 물론 혁신분야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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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참여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그동안 민관 합동의 형태로 운영되더라도 정부 주도의 성격이 컸는데 혁신을 주도하는 시장 중심의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대표는 이에 대해 “민간에는 시장과 기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차 참여를 보장하면서 정부는 인권과 공공성을 수호하는 보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