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를 위해 사양을 살펴볼 때 ‘마력’이라는 표기를 자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랜저 3.3 가솔린 290마력, K8 3.5 LPI 240마력처럼 자동차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마력으로 표기한다.
마력은 말 한 마리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뜻하는데, 캘거리 에너지 교육 웹사이트에 따르면 말의 최대 출력은 사실 15마력에 훨씬 가깝다. 실제로 평균적인 건강한 사람이 1마력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력은 사실 ‘인력’으로 표기하는 것이 더 알맞을 수 있다.
이처럼 말이 널리 사용되지도 않고, 실제 말의 힘과도 거리가 먼 마력이 현대에도 사용되는 이유는 뭘까. 이에 과학 전문 미디어인 라이브 사이언스가 설명했다.
마력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전력의 단위인 ‘와트’(W)의 유래가 된 스코틀랜드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다. 와트는 1765년 증기 기관을 발명했을 때 단위 시간당 작업량을 수치로 나타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와트는 일하는 말이 시간당 144번 맷돌을 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숫자를 사용해 말이 분당 3만2천572파운드 또는 약 1만4천774.41kg을 분당 1미터 밀 수 있다고 추정했다. 편의상 그는 이것을 분당 3만3천파운드 피트-파운드(1만4천968.55kg)로 반올림했다. 이렇게 마력 단위가 탄생한 것이다.
와트는 측정의 정확성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구매자가 자신의 증기기관 중 하나를 구입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급격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기 위해 마력을 사용했을 뿐이다. 그의 기계는 실제로 말보다 훨씬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와트의 계산 정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와트는 공학 천재였으며, 그의 동료들로부터 매우 존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선구적인 업적과 노력 덕분에 1882년 ‘와트’ 단위의 힘이 그의 이름을 따서 정해졌다. 그러나 말이 1마력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발휘함에도 와트가 만든 마력이라는 정의가 모호한 용어가 오늘 날까지 널리 사용될까.
영국 윈체스터 대학의 영어 수석 강사인 에릭 레이시는 “언어의 변화하는 방식 때문에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단어가 어원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력 같은 정의가 모호한 용어가 시대를 넘어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사람이 이용하는 단어는 ‘그 사람 자신’(개인)과 ‘개인과 타인 간의 교류’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를 피하고, 새로운 의미와 발음이 멋진 단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개인은 다양한 상호작용 때문에 특정 단어를 선택할 수 있다. 사회적 추세에 참여하거나 문화화 행사에 반응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어휘를 모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슷한 수준의 그룹 내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특정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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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레이시는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마력과 같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단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 수 있다”면서 “만약 말이 19세기 초 산업 에너지의 가장 확실한 원천이 아니었다면 그 용어(마력)가 이만큼 대중적이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마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낡고 흔한 것을 가리키는 동시에 새로운 것의 도래를 예감했기 때문에 대중까지 이용할 만큼 널리 보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레이시는 마력을 인력이란 표기로 바꾸는 것에 대해 지지하냐는 질문에 “언어학자로서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인력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예가 되고, 측정 단위로서 더 의미가 있을 것이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