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에 달하는 국내 택시 플랫폼 시장을 두고, 최근 여야 대선 후보는 공공 택시 호출 앱(애플리케이션)을 내놓겠다고 표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민간 사업자에 맞서 정부 주도의 서비스를 내세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단 시나리오다. 업계에선 속사정을 모르는 ‘표심 잡기’ 정책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택시는 대중교통 역할을 수행하면서, 좀 방치된 측면이 있다”며 “공적 기여를 인정해 가능 범위에서 준대중교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난 16일 택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버스 전용 도로 사용과 전기 택시 전환, 재정 지원 등을 택시 업계 종사자들에게 약속한 것.
이어 택시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해 “카카오 플랫폼 갑질은 없애고 싶은 것”이라며 “전국 단위 호출 앱을 공공이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고 이재명 후보는 말했다. 그는 또 “택시 호출 앱이 원래 무료로 시작했다”면서 “배달의 민족처럼 무료로 시장을 확대한 다음, 거의 독점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출시 사례를 언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중개만 해야 하는데, 잘 되는 영역을 골라서 직접 (시장에 참여) 하는 건 불공정 경쟁”이라며 “부당하게 억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정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점하고 있는 택시 플랫폼 시장 경쟁에 공공 앱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지난 8일 택시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윤석열 후보는 빅테크 기업의 과다한 결제 수수료를 짚은 뒤 “택시 플랫폼이 이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건 불합리하고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재정으로 출자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민께 홍보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 공공 택시 앱 존재…"택시 플랫폼, 꾸준한 서비스 모니터링·기술 고도화 必"
현재 택시 중개 서비스 시장 패권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쥐고 있다. 90%를 웃돈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 독과점 논란도 왕왕 불거진다. 대선 후보들이 택시 플랫폼 시장 불공정 경쟁,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 등을 꼬집은 것도 이런 카카오 독점 체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공 앱을 통해 시장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것이 두 후보의 공통 입장이다.
물론, 두 후보 제언대로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공공 택시 앱은 지금도 있다. 경기·광주·충청 지역 기반의 ‘리본택시’, 부산 ‘동백택시’와 인천 ‘e음택시’ 등이다. 단 기술력과 서비스 홍보 등에서 카카오와 대적하긴 역부족.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공공 앱 개발은 외주에 맡기는 터라 사업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택시 플랫폼은 단순 중개 서비스를 넘어, 이용 추이 분석과 꾸준한 서비스 모니터링, 고객 피드백 등이 필요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기술 고도화도 수반해야 한다. 작년 말 우버와 티맵모빌리티가 합작해 우티(UT)를 출시해 ‘카카오 대항마’로 출사표를 냈지만, 사업 확장 움직임은 굼뜨다. 이용 편의성에 있어, 카카오보다 떨어진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택시 플랫폼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용자 편의를 논의에서 배제한 채 공급자만을 고려한 공공 앱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자체에서 선보인 공공 앱이 실패한 건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이용·공급자 간 니즈 충족에 대한 기본 조건이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각 기업이 앞다퉈 기술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단순 수수료를 인하해 세금 투입을 통해서만 유지 운영이 가능한 공공 앱을 강조하는 인식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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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기 택시 관련, 이재명 후보 발언도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이미 시행 중인 사업이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전기 택시 1천500여대를 운영 중이며, 곧 1만대 증차를 계획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 역할은 민간이 일궈낸 플랫폼 시장의 비즈니스모델(BM) 활성화 마중물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실제 사업자로 나서는 건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이라면서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택시 플랫폼 시장에 국민 세금을 써가며 공공 앱으로 참여하기보단, 다른 사업자 출연과 점유율 양분을 위한 제도를 내놓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