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 없이 초음파 쐬어 암세포 괴사시키는 기술 개발

UNIST-일리노이대 공동 연구진, 초음파 정밀 제어 기술 확보

과학입력 :2022/02/17 12:00    수정: 2022/02/17 19:42

초음파로 암 조직을 제거하는 기술을 한미 연구진이 공동 개발했다. 

UNIST(총장 이용훈)는 김건 도시환경공학과 교수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특수 설계한 화학분자인 메카노포어를 초음파 진동으로 원격 자극해 암 조직 안에 활성산소를 발생키는 원리다.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발생하면 암 조직이 괴사한다. 

연구진이 메카노포어가 포함된 하이드로겔을 쥐의 암 조직에 주입하고 고강도 집속 초음파에 노출하자 암세포 증식이 억제됐고, 72시간 내에 암 조직이 괴사했다. 초음파 진동으로 메카노포어 분자 결합이 끊어져 자유 래디컬이 생겼기 때문이다. 반응성이 높은 자유 래디컬은 산소와 화학 반응해 산소를 활성산소로 바꾼다.

초음파 암제거 기술 모식도와 암조직 제거 효과 (자료=UNIST)

메카노포어란 기계적 힘을 받으면 활성화되어 특정 화학 반응을 우선적으로 일으키도록 설계된 화학분자를 말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생체에 적합한 폴리머와 결합해 약물 전달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원격으로 정확한 시간과 장소에 정밀하게 기계적 힘을 전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연구진은 초음파에 의해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를 원하는 부위에 필요한 시간만큼 보내는 정밀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 전달 시간을 짧게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전달 시간이 길어지면 초음파 진동이 마찰열로 바뀌어 진동에 의한 암세포 괴사 작용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메카노포어 분자도 열에 반응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또 초음파를 필요한 부위에 집중적으로 전달, 암 조직이 괴사하는데 충분한 활성산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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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 교수는 "초음파 기술이 건축물 안전 점검이나 의료영상 진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암 조직 제거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라며 "개복 없이 암을 치료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물의 체내에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연구도 추가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김건 교수(오른쪽 두번째) 연구팀이 메카노포어 분자를 자극하는 초음파 장비 옆에 서 있다. (자료=UNIST)

이 연구는 미국 국립 보건원(NIH)과 UNIST 신임교원정착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논문 제목은 Ultrasound controlled mechanophore activation in hydrogels for cancer therapy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