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치를 인건비 위주로 책정하는 묵은 관행 혁파해야"

20대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 벤처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과학과 기술 분야 부총리급 정부 부처를 약속한 후보도 있다. 학계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어떻게 평가할까. 또 어떤 공약과 정책을 원할까. 지디넷코리아는 대선기획 차원에서 국내 주요 학회장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바라는 정책을 들어봤다. 이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모두 SW인재를 양성한다고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게는 100만 명, 적게는 50만 명의 SW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합니다. 반가운 공약이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십만 명 인재양성으로 ICT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강진모 한국정보처리학회장은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내놓은 인재양성 공약에 대해 "모두들 양성 인력의 숫자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연 매출 2조원대 중견 ICT기업인 아이티센 회장이기도 한 강 학회장은 "인재양성은 교육 역량, 융합인재 양성 역량, 연구 역량, 산학협력 역량, 지역 역량 등이 기본축이 돼 균형 있게 강화돼야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분야만 봐도 우리가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2021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AI기술 역량은 유럽, 일본, 중국 다음으로 80점에 불과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캠프에 제안할 정책에 대해 강 학회장은 "과학기술을 4차산업혁명 하위 범주로 이해하면 안된다"면서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먼저 연구환경과 대학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면서 "인재양성은 적어도 5년이 필요하다. 연구와 교육 로드맵을 대학, 정부연구기관과 함께 산업체가 작성하게 해야 한다. 최소 5년간 인재 양성 플랜을 완성한 다음 더 큰 틀에서 백년지대계를 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블록체인,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기술 변화가 가파른데 강 회장은 "쉼 없이 발전하는 기술 로드맵을 매년 다시 작성하고, 그때마다 일어나는 변화를 잘 녹여낼 수 있는 대학교육이 이뤄질때 산업역량 강화와 지역역량 강화, 연구역량 강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몸 담아왔다. 특히 그는 SW산업발전을 위해 생태계를 지적했다. "오래된 SW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특히 개발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오랜 기간 IT 유관 협회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또 법을 정비하는 등의 소기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단적인 예로 인건비는 급등하고 있는데 정부의 SW 개발 단가는 낮아지는 일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건비 위주로 SW 가치를 결정하는 묵은 관행을 깰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 방향도 제안했다. "IT 관련 법제화, 예산 관련 이슈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청와대 IT 수석과 같은 컨트롤타워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폭넓은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해 산업계와 교육 기관간 간극을 해소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학회를 비롯해 한국정보기술서비스산업협회,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IT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해 산학연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