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해서라도 대학 학과간 칸막이 없애야"

[대선기획/학회장에게 정책을 묻다②] 한국정보과학회장 심규석 서울대 교수

디지털경제입력 :2022/02/10 08:37    수정: 2022/02/12 17:37

20대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 벤처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일부 후보는 과학과 기술 분야 부총리급 정부 부처도 약속했다. 학계는 대선 주자들의 이런 공약을 어떻게 평가할까. 또 어떤 공약을 원할까. 지디넷코리아는 대선기획 차원에서 국내 주요 학회장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바라는 정책을 물어봤다. 이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정보(컴퓨팅) 분야 국내 학회 중 맏형인 한국정보과학회를 이끌고 있는 심규석 회장(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평가를 유보했다.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이 있는데,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82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칼리지파크에 있는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월부터 한국정보과학회를 이끌고 있다.

심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산업경제 정책 중 눈에 띄는 것으로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지방대학을 SW인재 양성 거점으로 지원하겠다는 걸 꼽았다.

SW중심대학은 과기정통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소프트웨어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작용함에 따라 각 대학에 SW문화를 심고 대학 교육을 SW중심으로 혁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해말 현재 41개 대학이 선정됐다. 이어 심 회장은 이 후보의 정책 중 "초중고 SW 기본 교육을 최소 주 1시간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으며, 군(軍)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분야 전문 복무 확대 와 장교 특채 확대도 주목할만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심규석 한국정보과학회장(서울대 교수)

윤석열 후보의 호감가는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역시 소프트웨어 분야를 1순위로 지목했다.

"입시에 코딩 부분을 국영수 이상으로 배점하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인공지능, 반도체등 디지털 관련학과 정원과 국가 장학금을 확대하겠다는 부분이 호감이 간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경제 근간인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앞장서고 개발자에게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고, 정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과제를 대폭 늘리고 예산도 증액하겠다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달 '디지털경제 패권국가'를 강조하며 AI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고 세계적 클라우드 인프라 조성도 약속한 바 있다.

심 회장은 안철수 후보의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이공계 고위직 진출 확대와 과학기술 중심 국가 건설을 높이 평가했다.

안 후보는 국내 대표 보안기업인 안랩을 창설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1호 공약으로 "과학기술중심 국가 전략으로 G5 경제강국에 진입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안 후보는 5대 강국 진입전략으로 '5-5-5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5개 산업 분야에서 세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5개 글로벌 선도기업을 만들어 G5 국가로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캠프에 제안할 정책을 묻자 심 회장은 "학령 인구가 줄고 있음에도 초중등 교육 예산은 크게 늘고 있다. 고등교육 예산은 아주 작은데 대학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국처럼 고등교육 예산을 많이 늘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첨단 분야 육성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이공계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첨단분야를 육성하기위한 지원뿐 아니라 다른 분야들도 지속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는 "조직개편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문가가 과학기술 정책을 책임지고 예산, 정책, 인재 양성을 총괄할 수 있게 권한을 위임받아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간 칸막이로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4차산업혁명 관련 인재 양성이 원활치 않은 것도 지적했다.

관련기사

"대학내에서 SW 교육 확대를 위한 정원 조정이 학과간 칸막이 때문에 안되고 있다"면서 "대학 자체적으로 자율조정이 매우 어려우니 대학교육 특별법같은 것을 만들어서라도 학과간 칸막이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편, 심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정보과학회는 정보과학 학문 및 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73년 3월 3일 설립됐다. 정보 분야 학회중 국내서 가장 오래됐다. 내년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한국정보과학회가 지난해 개최한 소프트웨어 컨버전스 심포지움에서 심규석 회장(맨 외쪽서 네번째)을 비롯한 임원진과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