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RE100''EU택소노미' 무지로 본 尹의 에너지觀

"국가리더로서 그런 개념들을 전혀 모른다고 하는 건 국가의 장기적 정책방향의 개념이 없다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의 말이다. 유 교수는 "특히 그린 산업은 경제문제와도 직결된 문제인데 특별한 청사진이나 대안이 보여지지도 않는다고"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최근 대선토론회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 'EU택소노미' 개념을 모른 채 대답한 일에 후폭풍이 거세다. 한 쪽에서는 단어 하나 모른 것을 정쟁화 시키지 말라고 비호하는가하면 한 쪽에서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이끌 대선 후보의 지식 수준이 처참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태양광 패널은 중국 업체들이 이득 보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신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기후위기 등의 키워드가 정쟁화되는 사이 대선 국면에서 에너지 전환을 이끌 청사진은 없고 이념논쟁으로 희석 돼버렸다는 비판 역시 거세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움직임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 테슬라 등이 RE100 참여 선언을 하며 글로벌 산업계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EU택소노미는 친환경·녹색 사업에 해당하는 에너지원을 가리는 일종의 그린 분류체계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가 만든 녹색분류기준인 'K-택소노미'가 지난해 공개되기도 했다. 특히 기후위기가 목전에 왔다는 위기감과 맞물려 이른바 '그린에너지'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탈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포함해 '에너지믹스'를 차기 정부 에너지 청사진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EU집행위원회는 원자력발전을 EU택소노미에 추가하는 규정안을 발의했다. 원전 존치론자인 윤 후보는 EU택소노미 개념을 몰랐다. 그의 무지로 추측해 볼 때 최근 이같은 움직임 역시 고려대상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나의 개념을 모르는 게 아니라 개념에서 파생되는 정세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기후위기는 퇴로가 없는 인류의 실체적 위기가 아니라 정략을 위한 공허한 구호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진=뉴스1)

메르켈의 뒤를 이어 독일을 이끌게 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기후변화를 막는 것은 모든 인류의 과제”라고 거듭 밝혀왔다. 그는 지난해 독일 총선 후보들 간 마지막 토론회에서 기민연합 라셰트 대표와 녹색당 베어복 대표와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친환경 정책으로 대변되는 녹색당 베어복 대표와의 정책 질의에서도 해박한 이해를 보이며 토론을 이끌었다.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당시 Sat1 TV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 결과 시청자의 42%는 숄츠 총리가 토론회에서 압승했다고 판단했다. 윤 후보의 무지를 이와 견줘볼 때 지엽적인 단어 논쟁이라는 항변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RE100·EU택소노미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공허한 수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지난해 아마존 산림은 남한 면적의 절반 가까이 파괴됐다. 윤 후보는 '모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