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간호법 제정" VS "비상식적 입법 저지"

[이슈진단+] 간호협-의사협회 갈등 고조…국회 복지위, 이해관계자와 법조문 수정 논의

헬스케어입력 :2022/02/14 04:50    수정: 2022/02/14 14:24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간호법’ 제정 논란이 새해 들어 대통력 선거와 엮여 찬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0일 제1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청취하며 논란이 되는 법조문에 대해 수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간호법 제정안은 어떤 법안

2021년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9139)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9153)이 간호법을,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간호‧조산법안(9127)을 대표 발의했다. 3당이 간호 관련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입법 취지를 보면 현재의 법안으로는 변화하는 의료시스템에서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에게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 국회

특히 현행 의료법에는 정기적인 전문 간호사 인력 수급을 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정책 시행을 위한 규정이 미비하고, 간호사가 의료기관 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반영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간호사의 자격, 역할, 업무범위, 권리와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간호인력에 대한 인권침해 방지 및  간호종합계획 수립 등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간호사와 전문간호사에 대한 내용뿐만이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에 대한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어 이들의 반발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용추계를 보면 간호종합계획, 간호인력 관련 시책 수립 등을 위한 연구용역비로 5년간 2억원에서 4억원까지 책정됐다. 다만  간호사 등의 인력수급,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은 구체화가 어려워 추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찬성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단체의 주장은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닙니다! 환자안전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법입니다!’를 기조로 대통령 후보들의 간호법 제정 추진 약속과 시민단체들의 찬성을 등에 업고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일 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 촉구를 위한 2차 전국간호사결의대회’를 열고 대선 전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는 여야 3당과 거대 여야 대선후보의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달라는 호소와 함께 최근 의사협회를 비롯해 일부 의료인 단체가 간호법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촉구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거대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간호법 제정을 찬성했고,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도 적극 화답했다”며 “간호법 제정은 여야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한 국민과의 약속이다. 전국 46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 그리고 200만여 명의 가족들은 여야 3당이 했던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 여부와 여야 대선 후보의 약속과 관련 각 정당들의 노력을 확인해 대선 투표장으로 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나선 전국간호대학생 간호법 제정 추진 비상대책본부장 박용준 학생(부산 동주대)은 “간호법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과연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가능할까? 숙련된 간호사가 없는 초고령사회 미래가 실현 가능할까? 협박과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민건강을 위한 행동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백병성 미래소비자행동 공동대표는 “여야 3당이 간호법을 발의했고 국민 83%, 보건의료종사자 70% 이상이 간호법 필요성에 찬성이라고 답했는데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며 “국회 보건복지위는 간호법을 직역의 이해관계로 보지 말고 소비자 입장을 들어주기 바라며 대선 전에 꼭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이 가세했는데 나순자 위원장은 지난 9일 대한간호협회의 수요집회 연대사를 통해 “간호법 제정 추진을 여야 대선 후보가 약속했다. 국회가 나서서 간호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보건의료노조도 간호법이 제정되도록 끝까지 간호계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간호법 제정 저지에 나서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특정직역 이익만을 위해 국민건강 외면하는 악법’이라며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통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협회 등 9개 단체와 연합해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모든 수단 방법 동원해 ‘간호단독법’ 저지를 결의했다.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 발족했다.(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이 자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호단독법안은 의료법 체계보다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즉, 간호행위나 간호정책이 의사의 의료행위나 의료정책보다 더 우선하도록 하여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을 붕괴시키는 비상식적 입법”이라며 “이 법에는 추후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독소 조항이 들어있으며 코로나19로 수고하는 보건의료분야의 다른 직역은 일체 배제한 채 오로지 간호협회에만 재정적 특혜를 주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은 간호업무 질 제고와 숙련된 간호사를 안정적으로 확보·유지하기 위한 제도 마련과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나, 간호법 제정은 보건의료인 단체 등과 함께 논의해서 발전적 방안을 구상해나가자고 제안했다.

강용수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상임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간호협회가 약소 직역 탄압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 또 정부와 정책당국은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상생과 협력을 무력화시키고, 보건의료생태계에 간호사라는 공룡만을 남기게 되는 간호단독법의 입법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역시 불필요한 정치‧사회적으로 혼란을 초래하는 간호단독법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간호단독법의 지속적인 제정 추진을 강행할 경우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결의했다.

김영달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회장은 국회와 각 당의 대선후보들에게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대통령직속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으며, 대한간호협회에 공개토론을 통해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간호법 제정의 쟁점은

간호법 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은 업무영역 부분이 많다. 우선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해당 직역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 의료행위에 대한 업무영역의 충돌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선 ‘무면허 간호 업무 금지’에 대해 의사계는 배타적·분절적 간호행위를 허용함으로써 의사가 수술 등 환자 치료를 위해 시급하게 행할 의료행위라도 간호사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며, 간호조무사 또한 간호사 없이는 아무 행위도 할 수 없기에 간호사만의 특혜 조항이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의사의 지도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간호계는 현행 의료법(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27조 제1항)에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그대로 간호법에 적용한 것이며, 간호조무사와 관련된 규정은 현 의료법과 전혀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반박한다.

‘다른 법률에 우선한 간호법의 적용’에 대해서는 의사계는 의료법에 다른 의사의 의료행위나 정책보다 간호행위나 정책이 더 우선시 되어 보건의료 정책의 근간이 붕괴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간호계는 간호에 관한 통합적 법률이라는 간호법의 특성에 따른 기본적인 입법 형식일 뿐 이 규정으로 인해 모든 다른 보건의료정책 보다 간호정책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독립적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의사계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 등의 ‘지도’, ‘처방’하에 시행하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기 있는데 간호사의 독립적 의료행위를 시도하는 것일뿐 아니라, 단독개원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간호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는 해당 규정으로 인한 실제적 업무영역의 변경은 없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의료법 시행규칙의 전문간호사 업무에 의사의 ‘처방’이 이미 규정돼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논의된 바 있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간호사 단체에 운영 경비, 조사·연구 비용 전부 또는 일부 지원의 경우 의사계는 특혜라고 주장하는 반면, 간호계는 의료법상 ‘필요시 의료인‧의료기관‧의료단체에 시설, 운영경비, 조사‧연구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규정을 간호법에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사진=대한간호협회 제공)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서 간호법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간호법 관련 발의 법안에서 조정가능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는데 우선 요양보호사 포함 여부를 놓고 법안소위 위원들 간호법안 내 요양보호사는 삭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보건복지부와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도 요양보호사 삭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간호법 제정 반대측에서 주장하는 타법에 우선 적용 규정에 대해서도 간호조무사협회에서 우려하는 점이 없도록 업무 및 배치 현실을 고려해 법안 조문 수정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의료계가 반대하는 ‘처방’과 관련해서 참석 위원들은 의사의 오더에 따르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호사의 단독 개원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복지부 역시 현행법 상 단독 개원하지는 못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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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하게 대립하는 간호사-간호조무사 업무영역 설정과 관련해서는 복지부가 진료지원인력시범사업(PA)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간호사-간호조무사 업무영역 관련해서도 검토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해 홍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은 법정단체, 전문대 신설 등을 요구하며,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하는 법안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1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직역 간 양호하고 존중하면서 이견을 좁혀 가면 충분히 간호법 제정에 한 걸음 더 나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복지부-간호사-간호조무사 단체 자주 만나 이견을 조정‧수렴하는 과정을 더 각별히 진행해 달라고 요구하며 법안의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