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건강센터 60년…전후 정신병원서 정신건강 컨트롤타워까지

11일 개원 60주년 기념 심포지엄 개최

헬스케어입력 :2022/02/11 15:27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 이후 정신과 환자의 치료와 연구를 위해 지난 1962년 설립된 국립서울병원을 전신으로 2016년 현대화 과정을 마치고 현재 정신건강 컨트롤타워가 되기까지 센터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센터 60년의 역사에는 ‘최초’라는 표현이 여러 번 붙는다. ▲사이코드라마 치료 ▲낮 병동 개설 ▲노인정신과 병동 개설 ▲알코올 사용장애 병동 개설 ▲정신건강 응급실 개설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정신 건강의 사령탑으로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6년 현재의 국립정신건강센터로 현대화 과정이 일견 마무리됐지만, 센터 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당초 현대화 모델은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와 같이 국립정신의료기관을 5개원을 함께 묶어 개혁하는 안으로 추진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센터에 국한한 현대화 계획이 추진됐다.

(사진=김양균 기자)

2019년 말 취임한 이영문 센터장은 센터의 외형적 확대에 머물지 말고 정신건강 정보를 관장하는 센터의 역할 확대를 약속했다. 환자 진료 집중에서 정신건강연구소, 트라우마, 정신건강사업부 등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 기능 확대 등은도 현재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센터의 존재감을 대내외에 알린 계기가 됐다. 심리방역을 비롯해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정신장애인 치료가 대표적이다. 확진된 정신장애인은 증상 완화와 코로나19 치료 모두가 진행돼야 해 일반 코로나19 관리병동에서 치료를 받기 어렵다.

센터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자들을 센터 내 음압병동에서 치료했다. 작년 8월에는 13개 병실에 22병상 규모의 음압격리 치료병동을 개설해 현재도 환자 돌봄이 이뤄지고 있다.

이영문 센터장은 센터가 이른바 ‘딱딱한 병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숨어서 치료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성소수자나 북한 이탈 주민이 안심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진료소도 필요한데, 우린 이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진=김양균 기자)

■ 왜 정신건강정책의 기본, ‘역학조사’

과거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흑인이 백인보다 정신질환 발병률이 5배 이상 많게 조사된 결과가 나와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정신질환 역학연구를 발전시켜왔다.

이영문 센터장은 정신질환 역학연구에 대해 “측정과 평가, 정신병리 규정의 역사”라며 “정신질환 역학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정확하게 수치화해 이에 기반한 정책이 마련되게 한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련해 11일 오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에서 개최된 ‘개원 60주년 기념 정신건강 심포지엄’에서는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영문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사진=유튜브 캡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편견 불식을 위한 홍보와 치료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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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 교수는 정신질환이 소아·청소년기에 개입이 이루어질 때 예방효과가 뚜렷하지만,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현황조사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과 위험요인을 파악하면 보건·복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문 센터장은 “정신건강실태조사는 성인 대상의 조사에서 소아·청소년, 유병자 등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매년 상시 조사체계로 전환해 근거 중심의 정신건강 정책이 마련되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