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 2년을 보내며 외람되게 클린턴의 유명한 카피를 인용해본다. 왜 정신건강인가? 새삼스럽게 데카르트의 심신이원론을 들먹이며 동북아 문화와 기독교 문명의 차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이기론 논쟁을 이야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팬데믹 현상의 저변에 깔린 인간 마음의 가변성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피엔스의 생존이 ‘협동심과 집단지성의 힘’이라는 한 줄로 요약되듯이, 인류 역사의 생명력은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의 순환적 반복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것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바로 정신건강의 문제이다.
우리가 잘 생각하고, 제대로 느끼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면, 물리적 시간의 흐름(나이 들어감의 철학적 표현이다)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다음 세대로 건강하다고 판단되는 유전자 정보를 건넬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생존에 기여한 이기적 유전자의 선순환에 기대어 문화적 유전자로 불리는 ‘밈(meme)’의 완벽한 결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정신건강의 역할은 명백하다. 건강한 유전인자를 지키기 위해 고통을 줄이고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서로 연결되도록 감정적 연대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만나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보고 싶지만 멀리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영상편지를 보낸다. 서로 잊지 않기 위함이며 자신과 타인을 위로하고 미래에도 연결될 수 있도록 간절하게 소망한다.
비록 코로나19가 우리 모든 일상을 망가뜨렸지만, 더 화려한 가상의 연대는 지속된다. 코로나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시간의 끝없는 반복 속에 이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 인간의 생각하는 힘은 더욱 명료해진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죽어가면서도 산자들의 삶을 걱정하고 위로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연말연시에 이름 모를 천사들의 기부행위는 빛을 발한다.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정말 무한히 반복되는 인간의 가변성을 믿어도 되는 것인가?
정신과 전문의인 나의 경험을 중심으로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자. 지난 2020년 2월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질환자 일곱 분이 코로나19로 사망하셨을 때,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 나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다. 구체적으로는 어렵게 만든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과 감염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교차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회의가 매일 반복되었고, 감염발생 지역에 의료진들을 보냈고 그들로부터 아비규환 수준의 불안이 엄습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업무의 강도는 더 커졌지만 불안과 공포는 잦아들었다. 인간 마음은 변동성이 커질수록 평형에 수렴하려는 구심력이 작동된다. 사랑하는 장모님과 은사 두 분의 장례도 치르면서 내 마음은 더 평온해지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열정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강렬한 믿음과 끝나야만 한다는 당위성. 이 모든 것은 정신건강이 잘 작동되고 있다는 근거이다. 불필요하게 우리 마음을 뒤흔드는 기사가 요동치고 있다. 감히 말하건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불안 조장 기사는 읽지 마시라. 여러분의 정신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조만간 코로나19 팬데믹은 전파력이 커지지만 치명률이 떨어지면서 지역에 국한된 인플루엔자의 한 형태로 끝날 것이다. 이 글을 읽고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당신에게 한 마디 더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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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정신건강이야.
나는 오늘도 코로나19 종식을 열렬히 소망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