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로 뛰는 영업은 그만, '디지털 본사'에 모이는 직원과 고객

전문가 칼럼입력 :2022/01/12 10:20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구호의 일종으로 ‘고객은 왕’, ‘고객 감동’을 외치던 경영 현장에 말로만 외치는 고객 중심을 벗어나 진정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를 중심으로 고객의 경험을 탐구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연결된 외부 고객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연구하고,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의 중요한 고객 축이자 기업과 고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핵심주체인 기업 구성원과 그 역할은 상대적으로 간과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부 고객인 직원 또한 기업 성장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직원경험(EX)이 곧 고객경험(CX)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경영진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실상 업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포레스터 컨설팅은 “직원경험(EX)이 고객경험(CX)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 경험에 대해서는 개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처=픽사베이)

■ 급변하는 업무 환경, ‘디지털 본사’에 주목

직원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직원의 디지털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업무환경 제공이 필수적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혁신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업무 공간이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SNS, 디지털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브랜드를 알리는 모든 플랫폼에 ‘공간(확장된 새로운 업무 공간으로서)’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특히 비대면 트렌드의 등장으로 이와 같은 변화는 더욱 촉진되고 있다. 내·외부 고객에 대한 새로운 경험 제고를 위해 디지털 업무환경 구축은 디지털 시대 우리 기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생존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외근업무를 수행하는 영업사원과 사무실에 상주하는 내근직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협업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영업사원의 경우, 고객 니즈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서 수집해 조직에 제공하고, 관련 부서와 즉각적으로 협업해 고객에게 맞춤화된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 다양한 데이터툴을 통해 고객관련 정보를 유관 부서와 공유하면서 영업 실수를 줄이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영업성과를 제고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단순히 직원들이 ‘소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진정한 협업을 할 수 있을 때야 말로 ‘디지털 업무 공간’을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세일즈포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원활한 협업을 지원하는 슬랙, 채터 등과 고객관계관리(CRM)을 접목해, 고객중심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업의 ‘디지털 본사(HQ)’ 구축에 힘쓰고 있다.

세일즈포스가 말하는 ‘디지털 본사’는 말 그대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든 협업이 가능한 업무환경을 말한다. 디지털 본사는 고객뿐만 아니라 전사 직원과 파트너 등 모든 비즈니스 주체가 단일 데이터 저장소(SSOT)를 기반으로 사람, 데이터, 업무 간의 연결성을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기존 CRM 솔루션에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비롯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및 디지털 협업 솔루션들까지 접목해 고객들의 문의 내용과 거래현황, 요구사항 등 업무 내용을 직원·부서간에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업무 프로세스를 실현한다.

■ 직원경험, 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

디지털 본사 도입으로 기업은 고객 정보수집 창구를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더욱 고도화되고 정교한 디지털 툴을 통해 시공간의 구분 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한 환경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과 시장의 니즈는 보다 빠르게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기에 이러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선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세일즈포스 라이브 코리아 2021’에서 소개된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SDS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직원 경험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삼성SDS는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영업 업무를 수행하고, 잠재 고객의 정보와 구매 전환율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디지털 고객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고 고객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고객관리 시스템’은 고객경험의 향상으로 연결됐다. 초기 단계의 리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고객 히스토리를 쉽게 파악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영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고객을 중심으로 통합된 고객 데이터 소스를 통해 부서 간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여 보다 더 완성도 있는 수주 제안을 준비할 수 있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산업 최초로 디지털 영업 플랫폼을 구축했다. 세일즈포스 도입을 통해 디지털화된 고객 채널과 업무 플랫폼을 외부 및 내부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디지털 CRM 영역의 혁신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분산된 고객 접점 업무를 하나의 디지털 업무 플랫폼에서 통합하고, 디지털 고객 채널과 업무 공간에서 임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협업툴을 통해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디지털 혁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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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의 디지털 혁신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사 직원이 사무실에 모여 모니터만 바라보며 일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젠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고객 정보 중심의 ‘디지털 본사’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날로그식 협업 문화가 아닌 디지털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는 ‘디지털 본사’를 구축할 때 직원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더 활발하게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업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협업툴을 기반으로 ‘직원경험’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됐으며, ‘디지털 본사’는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기업 문화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국 PwC컨설팅 박사

외국계 컨설팅 회사인 PwC컨설팅에서 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유통, 서비스, 제조, 제약, IT 분야 컨설팅 경력이 있다. 한양대에서 경영학 석•박사를 전공한 그는 비즈니스 전략, 업무 혁신, IT 전략 분야에 전문성이 있으며, 사업전략, 온•오프 통합 비즈니스 모델, CRM, IT 마스터플랜 등의 컨설팅을 수행한다. 삼성, 롯데, CJ, 녹십자 등 대기업 고객사와 공공부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문 소임을 하고 있다. 2019년, 『세일즈포스, 디지털혁신의 판을 뒤집다』 서적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