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애플 '웹 익명성' 기능, 통신망 관리 능력 침해"

유럽·미국 사업자,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 차단…국내도 사용 자제 권고

컴퓨팅입력 :2022/01/11 15:22    수정: 2022/01/25 23:33

애플이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목적으로 구현한 웹 익명성 기능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을 차단하려는 글로벌 통신업계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프라이빗 릴레이는 애플이 '아이클라우드 플러스' 사용자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애플 브라우저 '사파리'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암호화해 웹 활동 내역이 추적되지 않도록 막고, 사용자 위치도 대략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도록 IP 주소를 익명화해준다. 웹사이트와 애플, 통신사 등 관련 주체 모두에게 사용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기능이다.

현재 프라이빗 릴레이는 iOS 15, 아이패드OS 15, 맥OS 몬터레이 이용자에 베타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애플은 서비스 제공에 앞서 인터넷 검열 정책이 강력한 중국, 벨라루스, 콜롬비아, 이집트,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우간다, 필리핀 등 국가에서는 프라이빗 릴레이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이폰14 프로 렌더링 (사진=와카르 칸)

그런데 유럽, 미국 등에서도 통신사들이 나서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을 막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 전문 매체 나인투파이브맥, 애플인사이더를 비롯한 다수 외신은 10일(현지시간) 통신사 T모바일이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T모바일과, T모바일이 인수한 스프린트에서 제공하는 요금제 가입자는 통신 요금제 때문에 프라이빗 릴레이를 활성화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타난다.

통신사들의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 금지 조치는 앞서 유럽에서 시작됐다. T모바일 영국 사업부를 비롯해 EE, 보다폰, 텔레포니카, 오렌지 등 현지 통신사가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을 차단했다.

통신업계는 프라이빗 릴레이가 '디지털 주권'을 훼손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티모바일과 오렌지, 보다폰, 텔레포니카는 공동으로 프라이빗 릴레이가 중단돼야 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유럽 위원회에 제출하고, "다운스트림 디지털 시장에서 혁신, 경쟁을 꾀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뿐더러 통신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자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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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투파이브맥은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단지 통신사가 보유한 힘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릴레이라는 기능이 갖는 또다른 한계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프라이빗 릴레이를 이용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SK텔레콤, KT는 지난 9월 공지사항을 통해 이같이 안내했다. LG유플러스 측도 "프라이빗 릴레이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SKT, KT 공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