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5년, 세상을 바꾸다…다음 주인공은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잡스의 그날'을 떠올리며

데스크 칼럼입력 :2022/01/10 11:06    수정: 2022/01/10 20: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이폰은 혁명적이고 매력적이다. 다른 휴대폰보다 최소 5년 이상 앞선 제품이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선 맥월드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 무렵 맥월드는 CES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존재감이 큰 행사였다.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가 내놓을 ‘one more thing’에 주목했다. 언론들이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한껏 분위기를 띄운 터라 ‘잡스의 입’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2007년 맥월드 행사에서 아이폰 첫 모델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 그 무렵 유행하던 키보드 장착형 스마트폰을 조롱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무대에 오른 스티브 잡스는 어느 때보다 자신만만했다. 예상대로 이날의 ‘one more thing’은 아이폰이었다.

잡스는 키보드가 화면 절반을 덮고 있던 그 무렵의 다른 휴대폰들을 조롱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된다”면서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기능을 한껏 강조했다. 자신들이 혁신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했다. 

■ 노키아가 주도하던 모바일 경쟁문법, 순식간에 뒤바꿔 

아이폰의 혁신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냉정했다. 기존 시장의 두터운 벽을 뚫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기껏해야 점유율 1% 정도 가져가면 잘 하는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6월 오리지널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에도 이런 예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혁신적’이란 평가에 비해 제품 보급은 급속하게 늘지 않았다. 100만대 판매까지 74일이나 걸렸다.

가장 큰 비판거리는 하드웨어 성능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아이폰의 하드웨어 성능이 경쟁작보다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당시 아이폰은 동영상 녹화 기능도 지원하지 않았다. 하드웨어 스펙 역시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당시의 경쟁 문법으로 보면 아이폰은 두려운 존재로 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코웃음 치고 있는 동안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경쟁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었다. 하드웨어 단위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던 다른 스마트폰과 달리 아이폰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진화해나갔다.

애플이 2007년 첫 출시한 오리지널 아이폰. (사진=씨넷)

애플은 오리지널 아이폰 출시 1년 만인 2008년 7월 10일 앱스토어를 선보였다. 초기엔 500개 앱으로 구성돼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던 앱스토어가 스마트폰 시장에 몰고 온 바람은 강력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인기 앱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세상을 뒤바꿔놨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실감케 할 정도였다. 소프트웨어에 이어 모바일이 세상을 삼키기 시작했다.

500개로 시작했던 앱스토어에는 현재 180만개 가량의 앱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007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당시 휴대폰 시장에선 통신사의 입김이 강력했다. 서비스 헤게모니는 통신사들이 갖고 있었다. 단말기 회사는 하드웨어 성능으로 승부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 같은 기업들이 그 경쟁의 승리자였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그 상식을 뒤집었다. 하드웨어(아이폰)와 소프트웨어(앱스토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자신들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모바일 시장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수 있었다.

■ 장판교의 장비처럼 외로웠던 잡스, 하지만 그는 강력했다 

잡스가 오리지널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던 날 나는 ‘장판교에 홀로 선 장비와 스티브 잡스’란 제목의 칼럼을 한 편 썼다. ‘장판교에 홀로 선 장비’는 내가 삼국지에서 굉장히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스토리는 간단하다. 조조 군에서 대패한 유비의 군대는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고 있었다. 뒤에선 조조의 백만대군이 파죽지세로 따라오는 상황. 장비는 장판교에 홀로 서서 조조의 군대를 맞이한다.

당시 장비의 수하에 있던 병사는 겨우 20명 남짓. 하지만 장판교에 버티고 있는 장비를 본 조조는 선뜻 진격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2007년 1월 9일 오리지널 아이폰을 소개하던 스티브 잡스. (사진=씨넷)

의심 많은 조조는 근처에 유비의 군대가 매복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내 아우 장비의 용맹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했던 관운장의 말도 떠올랐다.

우락부락한 장비와 대치하고 있던 조조 군대는 "한판 붙자"는 장비의 호령에 놀라 줄행랑을 친다.

하지만 장비는 이후 장판교를 잘라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자신의 호통이 ‘뻥카’였다는 걸 드러낸 셈이다. 결국 장비는 조조 군대에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당시 나는 스티브 잡스의 현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장판교에 우뚝 선 장비’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놀라운 연출력의 위력이 어디까지 갈까?”

■ 모바일 혁명 이후를 주도할 기술은 뭘까 

15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질문을 다시 읽어본다. 저 질문을 던질 당시 모바일 혁명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놓을 것이란 사실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위력이 어디까지 갈까"란 질문 속엔, 현실의 단단한 벽이 생각보다 강력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후 세상은 내 예상과는 확연히 다른 쪽으로 흘러 갔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나 기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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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혁명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우리 앞엔 메타버스와 NFT로 대표되는 또 다른 혁명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분산인터넷이 기반이 될 ‘웹3 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과연 조금씩 타오르기 시작한 ‘메타버스와 NFT’는 새로운 혁명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까? 아이폰 공개 15주년을 맞으면서 자꾸만 이 질문을 되뇌이게 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