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스타트업, 사업초기 이용약관 소홀히 했다가는 낭패

[법무법인 디라이트 스타트업 릴레이 기고]

전문가 칼럼입력 :2022/01/05 18:10

이나영 디라이트 변호사

편리한 세상이다. 클릭 한 번이면 공산품은 물론 당일 배송으로 신선한 식재료를 배송 받는다. 또 강의 등 맞춤형 콘텐츠를 즐기고,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던 분야별 전문가까지 매칭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거래 비중은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온라인 공간에서의 세계인 메타버스 역시 함께 화두가 되고 있다. 집 밖에 한 걸음 나가지 않아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손쉽게 니즈에 맞는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커머스(e-Commerce)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온라인을 통해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원하는 제품이나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나 앱을 찾고, 또 원하는 품목을 선택해 결제 후 배송 받아 이용한다. 보통 생각하는 단계는 이 정도다. 하지만 품목을 결제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단계가 있다. 바로 이용약관, 개인정보수집이용 동의 등 해당 사이트나 앱에 가입하기 위해 혹은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동의가 필요한 항목 들을 확인하고 동의하는 단계다.

전자상거래법상 전자상거래를 하는 이커머스 사업자는 이용약관을 구비해 사이버몰(홈페이지) 초기 화면(혹은 연결화면)에 표시해야 한다(전자상거래법 제10조 제1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이커머스 스타트업이라면 이용약관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이용약관은 회사와 이용자간 가장 기본적인 계약관계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용자는 그 동의한 내용에 따라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기본적으로(해당 이용약관의 내용이 관련 법령 위반으로 무효가 아니라면) 이용자가 동의한 이용 약관에서 규정한 내용에 따른다.

이나영 디라이트 변호사

그럼에도, 이커머스 스타트업 창업을 기획하는 초기창업자들과 상담하다보면 이용자가 이용약관의 내용을 보고 가입하나요? 이용약관은 어디에나 있는건데 그게 중요한가요? 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이용약관은 분쟁 발생 시 해결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용약관에 들어갈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타트업 등 초기 창업자가 이용약관을 작성하는 데 참고할 수 있게 '전자상거래(인터넷사이버몰) 표준약관」(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 제10023호, 2015. 6. 26. 발령•시행)'을 정하고 있다. 약관에 들어갈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감이 오지 않는다면, 표준 약관 내용을 통해 이용약관에 포함할 내용과 그 구성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표준약관의 경우 일반적인 내용만 규정돼 있어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커머스 스타트업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아래와 같은 사항은 회사별로 구체적인 내용이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용약관을 작성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사항을 확인하고 약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①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지, 판매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는 누구인지(통신판매업자인지 통신판매중개자인지)

② 제공 서비스 내용

③ 대금 형태(구독형, 단일 결제 등)와 결제 방식

④ 회원 관리 형태(비회원 이용 가능 유무, 등급, 마일리지 등)

⑤ 환불 정책

초기 단계의 이커머스 스타트업 상담을 하다보면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계약서는 세세하게 검토하고 잘 정비했음에도, 가장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는 이용약관은 다른 회사 이용약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분쟁 발생시 이용자들은 미비한 이용약관 내용을 근거로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용자 커뮤니티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남기기도 하고,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하며, 통신판매중개자인 회사에게 직접 판매자로서의 책임을 질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약관 내 현행 법령에 위반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무효를 주장하거나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으로 신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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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이용자와의 분쟁은 회사에 대한 평가를 낮추고 성장 동력을 잃는 원인이 된다. 이미 시행한 이용약관을 개정하려면 여러 번거러움이따른다. 개정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개정 과정에서 기존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초기부터 이용약관을 잘 정비해 분쟁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초기,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조직을 갖추다 보면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이용약관은 사소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용자의 신뢰와 평판이 중요한 이커머스 특성을 생각하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초기 단계부터 이용 약관 중요성을 생각하고 서비스 내용을 잘 반영할 수 있게 정비해야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