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보신각 타종', 만족도 실망도 반반

[체험기] 기대보다 자유도·편의 떨어져…활발한 소통은 강점

컴퓨팅입력 :2022/01/03 17:15    수정: 2022/01/03 19:00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연말 풍경도 사뭇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거리두기가 필요한 탓에, 보신각 타종 행사도 작년 온라인 중계로 대체되면서 아쉬움을 샀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는데, 이번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았다.

서울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보신각 타종 행사를 비대면 온라인 중계를 진행함과 동시에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로도 개최했다.

보신각 타종 행사의 백미는 추운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모인 수많은 관중들이 다같이 초읽기를 하며 새해를 맞는 순간일 것이다. 온라인 중계만으로는 이런 현장감을 느끼기는 어려웠는데, 메타버스로 이런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전국민의 관심이 일시에 쏠리는 행사인 만큼, 어느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 갔다. 성공리에 개최된다면, 향후 메타버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지표로 인용될 만한 행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이런 기대는 보신각 타종 행사 방에 입장하려 하는 순간 약간의 실망으로 바뀌었다. 방 하나에 참여 가능한 인원 수가 131명으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타종 현장처럼 수천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SK텔레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최적화된 경험을 위한 조치로, "각종 대형 규모 행사들을 이프랜드로 개최해온 만큼, 방 참여 인원 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심도가 높은 행사인 만큼, 행사가 시작되기 약 2시간 전인 오후 9시쯤 앱에 접속하니 인원이 다 차 있는 방이 눈에 들어왔다. 소싯적 온라인 게임에서 인기 서버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 용을 쓰던 경험을 되살려 광속 클릭에 매진한 끝에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불러오는 몇 초 동안 나타나는 대기 화면을 바라보면서, 어떤 화면이 나타날지 기대를 품었다. 손에 입김을 불어 녹이며 종로 야경을 훑어보던 오프라인 타종 현장과 비슷한 느낌을 낸 3D 공간이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나타난 화면에서는 서울 한 가운데 자리잡은 보신각이 보이긴 했지만, 대낮이 배경이었기 때문에 예상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기대가 너무 컸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체험할 수 있다" 해서, 내 아바타가 직접 움직이는 것을 상상했던 보신각 타종도 직접 해보긴 어려웠다. 자동으로 계속 타종되고 있는 제야의 종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NPC 역할을 하는 캐릭터는  새해가 넘어가는 시점에 타종을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보신각 현장에서 타종을 하는 영상이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송출되는 것을 시청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타종 영상을 비롯해 이날 진행된 행사를 지원한 스크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날 행사는 타종하기 앞서 뇌 과학자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특강과 유튜버 피식대학,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도 곁들여졌다. 그런데 영상을 볼 때 불편함이 컸다.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는 다른 아바타들에 가려 화면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여러 모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불편함을 느꼈던 행사이지만, 분명 좋은 점도 있었다.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의 장점이 돋보였다. 일반적인 오프라인 현장에서 토크콘서트 같은 행사가 열렸다면 보기 힘들었을 모습이었다. 대개 관중들은 연사의 강연을 일방적으로 듣고, 마지막에 질문 시간이 생겨도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질문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자리에서 연사와 소통하는 관중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친근하게 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프라인 행사였다면, 정재승 교수를 만나 "MBTI가 뭐냐"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관련기사

래퍼 이영지가 토크콘서트 뒤 공연을 하는 모습에서도 이런 소통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콘서트 현장에서는 관중이 목소리를 낼 수 없고 박수만 칠 수 있다. 텍스트 메시지이기 때문에 가수가 공연을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관중의 목소리를 듣기는 어려웠겠지만, 공연이 끝난 뒤 다수의 이용자들이 남긴 호응의 메시지를 보고 뿌듯함을 느꼈을 수 있다. 아바타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션들도 소통을 맛깔나게 해주는 기능이다. 

공연 영상을 보면서 다른 아바타들을 헤쳐 화면 시야를 사수해봤는데, 오프라인 행사의 단점조차 재현된 것에 다소의 분통(?)을 느끼면서 보신각 타종 행사를 마저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