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타로 바늘구멍 통과하겠다는 싸이월드

이용자와의 약속 거듭 어긴 서비스 성공 어려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 재오픈 일정이 연거푸 미뤄지고 있다. 올 봄(3월) 모바일과 웹 동시 오픈한다더니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내년 1월4일로 예정된 서비스 재오픈 계획도 정식 서비스가 아닌 ‘사진 3장만 공개’가 전부다. 웹에서 로그인 한 뒤 예전에 저장해 둔 본인 사진 3장만 일단 감상하란 뜻이다. 1년 가까이 ‘옛추억 소환’을 기다려온 이용자들 입장에서 황당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연기 발표도 여러 번, 그 이유 또한 다양하다.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 측이 밝힌 서비스 연기 사유는 ‘데이터 복구 지연’, ‘중국발 해킹 공격’, ‘앱마켓 심사 지연’ 등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사전에 당연히 고려됐어야 할 요인들이다.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싸이월드 측의 발표를 접하면 “그것도 미리 예상 못했어?”라는 반응을 보일 법 하다.

싸이월드

서비스 지연을 반복 경험한 이용자들 반응은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그래도 초반에는 “기다려보겠다”는 의견이 제법 많았지만, 이제는 “속았다”는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가 조작 속셈 아니냐”는 의심도 나타낸다.

더 빠르고 편리한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이용자들은 언제든 경쟁 서비스로 떠날 준비가 돼 있다. 몇 년 이용하던 서비스도 더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가 나오면 손쉽게 이동한다. 원조 싸이월드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밀렸듯, 네이트온이 카카오톡으로 대체됐듯 이용자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업데이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탈하는 게 사용자 마음인데, 오픈 일정을 한 번도 아닌 5~6번 미루는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싸이월드의 미래는 쉽게 그려진다. 가까스로 오픈에 성공했다 한들, 안정적인 서버 관리와 이용자들의 반응과 의견을 모은 업데이트가 제 때, 알맞게 이뤄질 수 있을까. 사용자 계정을 탈취하려는 해커들의 끊임없는 공격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새 싸이월드를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핫 키워드로 포장해 봐도 ‘기초 공사’가 부족하면 무용지물이다.

네이버가 내놓으려는 새 서비스가,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개발한 새 롤플레잉 게임이 싸이월드처럼 출시가 수차례 연기됐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 가정해 보자. 그러면 싸이월드의 성공을 바라는 건 낙타로 바늘구멍을 지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싸이월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여전히 출렁인다. 3천200만 사용자의 사진 170억 장, 동영상 1억5천 개, 다이어리 11억 개, 포스팅 68억 개라는 옛 숫자에 혹해서 “나오기만 하면 대박”일 것 같아 하는 마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헛된 희망이고 욕심이다.

옛 추억을 담보로 한 싸이월드 우려먹기의 결과는 결국 희망고문 당한 이용자, 관련주에 투자했던 ‘주린이’(주식 초보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