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파엘의 천막 치료소

기자수첩입력 :2021/12/22 14:24

주말이면 서울 중구 명동의 무료급식소 옆 공터에는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몰려들어 잠깐의 돌봄을 받는다.

건강보험이 없고 주민등록증이 말소돼 거리에서 먹고 자는 노숙인들은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서울적십자병원 같은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야 하는 공공병원은 노숙인까지 돌볼 여력이 없다. 갈 곳이 없어진 노숙인들은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가 천막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돌아간다. 간이 치료소에서는 암 같은 큰 병을 치료할 수가 없지만, 노숙인들은 알약 몇 개를 받으러 다음 주말을 기다린다.

정부 당국자는 일반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일반 진료의 병상과 인력들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일반 진료를 원하는 사람들은 불편을 참으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노숙인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재단법인 라파엘나눔이 운영하는 ‘라파엘나눔 홈리스 클리닉’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의료 사각지대의 한 가운데에 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명동에 있는 이 천막 치료소는 자원봉사자와 후원금으로 간신히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