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0년 이상이 흘렀지만, 여전히 극히 소수의 투자자에게 전체 부의 상당부분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며 등장한 디지털화폐도 부의편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비영리 경제 연구 조직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투자자 중 상위 0.01%에 해당하는 1만명이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 중 27%에 이르는 500만 개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처음 탄생한 13년 전부터 1천500만 개가 유통되고 있던 2020년 말까지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됐다. 총 2천100만 개만 발행되도록 설계된 비트코인은 현재까지 약 1천900만 개가 발행된 상태다.
보고서를 작성한 금융 분야 연구원인 이고르 마카로프와 앙투아네트 쇼어는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비트코인이 2009년 등장하고 10년 이상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말 현재 여전히 소수의 상위 투자자들에게 편중돼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또 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비트코인 소유가 소수에 편중돼 있어 향후 비트코인이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이익 대부분이 다시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0.01%의 투자자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최근 시세로 약 2천400억 달러(약 286조원) 에 이른다.
또, 연구원들은 소수의 사람들이 많은 양의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어, 비트코인이 더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NBER의 보고서를 소개한 외신들도 법정화폐와 차별화를 선전하며 등장한 비트코인이 부의편중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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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뉴스는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에 종속되지 않은 새로운 디지털화폐로 부의 편중과 불평등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선전"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보고서를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소득 상위 1%가 전체 가계자산 증가액 중 30%를 차지했다는 연방준비제도 발표와 보고서를 비교하며 "미국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달러로 부를 통제하는 것보다 비트코인 소수 투자자들이 더 큰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