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좋아하는 가수와 플래시몹을 한다고?

[체험기] SKT 이프랜드 콘서트 'K-팝 페스티벌위크'

“여러분, 우리 함께 메타버스 아바타로 플래시몹 해봐요. 우리가 하는 동작을 여러분들이 함께 하는 거예요. 조금 시간 차가 있으니 똑같이 안 해도 괜찮아요.”

팝페라 가수 윤소호, 권서경은 지난 16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실시간 생중계 된 ‘K-팝 페스티벌위크’ 3일차 행사에서 팬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가수들은 1시간 가량 진행된 공연 막바지에 팬들과의 교류를 위해 이같은 코너를 마련했고, 팬들은 가수들의 아바타가 추는 춤 동작을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따라했다. 가수들은 “동작 버튼 7, 8, 9번을 차례로 눌러 똑같이 춤을 춰보자”고 제안했고, 이용자들은 각자 스마트폰 메타버스 화면에 제시된 동작 버튼 7, 8, 9번을 눌러 자신들의 아바타들을 춤추게 했다.

SK텔레콤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통해 개최한 메타버스 콘서트 'K-팝 페스티벌위크' 3일째 행사 모습. 기자 아바타(지디넷 요요마) 가수들이 준비한 플래시몹 코너에서 가수의 춤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개최된 K-팝 페스티벌위크는 SK텔레콤이 메타버스 콘서트를 실험해보기 위해 진행된 특별 행사다.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의 현장 공연과 이프랜드 서비스를 통해 이원생중계했다. 또한 행사 날짜별로 싱어게인, 고등래퍼, 팬텀싱어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모은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팝페라를 좋아하는 기자는 16일 오후 6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된 팝페라 콘서트를 지켜봤다. 해당 콘서트의 랜드(모임방)에 차질 없이 입장하기 위해 전날 이프랜드에서 미리 알람도 설정해뒀다. 입장 가능 인원은 131명까지로 제한돼 있어 입장하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프랜드의 수용 가능 인원은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중 최대다.

기자는 공연 시작에 따라 ‘권서경&윤소호 라이브 실황, K-팝 페스티벌 위크’ 랜드에 입장했다. 실제로 공연이 시작되자 최대 수용 인원을 거의 다 채운 120명 안팎이 모였다.

이프랜드에서 좌우측으로 구간을 나눠 OX게임을 하고 있는 참여자들.

이프랜드에서 채팅을 통해 이용자들끼리 소통하고, 가수에게 응원의 말을 전할 수 있다.

팬들이 메타버스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가상현실(VR) 그래픽으로 구현된 아바타를 통해 가수와 참여자들이 만날 수 있었다. 동시에 오디오로 들리는 가수들의 노랫소리를 청취하는 게 가능했다. 

팬들은 자신의 아바타 표정이나 동작으로 비언어적인 반응을 할 수 있었다. 채팅을 통해 언어적인 소통도 가능했다. 원래 이프랜드에서 음성 참여도 가능하지만, 이날 콘서트 중 팬들이 음성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 이프랜드에 최근 실시간 영상 송출 기능이 추가되면서 가수들의 실시간 모습을 이프랜드 내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VR 아바타로 만났다 나중에 실물을 접하게 되니 팬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다.

실제로 윤소호, 권서경은 실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VR 아바타로만 ‘이사벨’, 헤드윅 주제가 ‘The original of love’, ‘Musica’ 등 노래를 불렀다. 춤추는 아바타 동작도 때때로 해줬다.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동안 팬들은 채팅을 했다. 팬들은 “노래가 정말 감동적이에요”, “여러분 공연 끝나고 다같이 하트 리액션 날려요”, “실제 사람 모습은 언제 나오나요?”, “앵콜 해주세요” 등의 말을 남겼다.

이프랜드의 정체성을 ‘모임’으로 정한 SK텔레콤의 취지대로 이용자 간 연결감이 돋보였다.

가수들은 행사를 종료하기 10분 전 OX 퀴즈 게임을 하기도 했다. 가수들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향후 오프라인 콘서트를 할 수 있게 되면, OX 퀴즈게임 우승자에게 포스터를 꼭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프랜드에서 팝페라 가수 윤소호, 권서경의 아바타와 기념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참여자들.

행사 종료 직전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가수 아바타와 참여자 아바타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이를 보고 가수들은 “마치 결혼식 기념 사진 찍는 것 같다”, “실제 결혼식에서도 기념사진 같이 안 찍고, 의자에 앉아 있는 분들이 꼭 있는데 여기서도 똑같다”며 웃었다.

또한 가수들은 메타버스로 진행하는 콘서트가 마치 ‘라디오’ 같다고 표현했다. 기자가 느끼기엔 음성 기반 SNS로 지난해 유명세를 탄 ‘클럽하우스’와 비슷했다. 호스트가 주로 말하고 이용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유튜브를 통해 콘서트를 중계했다면 팬들과 실시간 소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유튜브 시청자들끼리 채팅 할 수는 있으나, 메타버스에서처럼 아바타를 통한 일체감까지 주기는 어렵다. 이프랜드에서 열린 콘서트는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

이프랜드가 지난 7월 처음 출시 됐을 때만 해도 실시간 영상 송출 기능이나 채팅 기능은 없었다. 8월 기자간담회 때도 회사 측에서 준비한 발표 장표를 띄워주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프랜드가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아직 메타버스 서비스가 초기 수준이기 때문에 이용자도 많지 않고, 운영상 어설픈 모습도 발견됐다. 실제로 공연 중 한 참여자가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음성 기능을 끄지 않아, 공연 중 물 흐르는 소리가 모든 이용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헤프닝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메타버스 콘서트 기획을 통해 오프라인 행사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와 메타버스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팬들에게 ‘설레는 일’이 될 것 같다.

연예 기획사들이 메타버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팬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가수, 배우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VR을 통해 영상과는 전혀 다른 시청각 감각을 경험하게 하고, 더 나아가 촉각이라는 감각까지 동원해 연예인을 만나는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VR 기기 오큘러스를 통해 이프랜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며 "이 경우 현재와 같은 메타버스 콘서트보다 훨씬 현실감 있는 체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