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메타버스'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프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용량이 급증할 경우 통신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메타버스가 일반화할 경우 데이터 용량이 얼마나 늘어날지부터 생각해보자. 우선 영화를 감상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1초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24장 이상의 이미지가 사용된다. 메타버스 안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평면 영상이 아닌, 360도 영상이 필요하다. 초마다 360×24장 이상의 이미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소리도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어떤 부분에 다가가면, 그에 맞게 소리가 조절돼야 한다. 사용자가 고개를 돌려 주목하는 화면에 따라 적절한 정보가 나타나는 서비스도 제공될 수 있다. 이 또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이런 측면에서 유례 없는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는 트렌드다. 글로벌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 아카마이는 지난 2008년 기준 자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1.2Tbps였으나, 10년 뒤인 2018년에는 72Tbps로 약 70배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300배가 증가한 약 2만5천Tbps까지 솟구칠 것으로 예상했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고용량 콘텐츠가 대중화됨에 따른 계산이다.
통신망을 확충해나가는 것만으로는 따라잡기 벅찬 속도다.
김도균 아카마이코리아 본부장은 데이터를 나르는 통신망이 이런 변화를 안정적으로 따라가기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 '엣지'라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중앙 서버가 아닌 지역별로 분산돼 있는 서버에 콘텐츠를 저장해두고 사용자와 가까운 서버에서 이를 전송하는 CDN 본연의 기능을 넘어, 데이터 연산이나 보안 등 컴퓨팅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이 엣지다. 엣지를 활용하면 중앙 서버까지 거쳐야 하는 데이터가 줄어드는 만큼, 트래픽 부하도 줄고 통신 지연도 축소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대중화된 시대에는 보다 강력한 통신망이 요구되고, 이 때문에 현재 산업계 전반에서 엣지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균 본부장은 "매년 측정된 트래픽 증가치에 따라 엣지를 증설하고 있고, 현재 전세계 30만대 이상 설치된 상황"이라며 "국내도 작년 기준 3~4천대 가량의 엣지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메타버스가 시범적으로 도입되는 아직까지는 엣지가 웹사이트 등에서 고용량 콘텐츠를 지연 없이, 효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 제공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엣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에는 엣지 기반의 메타버스 콘텐츠 보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김 본부장은 "엣지를 가장 빨리 찾는 산업군은 게임 분야"라며 "게임 내 가상세계를 접목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향후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카마이를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게임 외 항공,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런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로 현재는 진척이 더뎌졌지만, 비행기에 실린 짐이 나올 시간을 예측해 안내하는 기능을 구축하려는 항공사들이 있었다"며 "승객이 비행 시간 동안 업무 등의 목적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네트워크가 제공되려면 전세계에 많은 엣지 서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메타버스 내 금융거래도 활성화될 것이란 점을 고려할 때 엣지에서 제공하는 보안 기능도 활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본부장은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가 거래한 내용이 실제 금융자산과 연계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계정 탈취 공격을 방어할 중요성도 커진다"며 "아카마이는 최근 제로트러스트네트워크접근(ZTNA) 보안 솔루션 업체 가디코어를 인수하는 등 엣지에서 랜섬웨어 등의 공격도 방어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 중"이라고 강조했다.
보안 목적의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 중앙 서버의 역할을 엣지가 분담하면서, 트래픽 부하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엣지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글로벌 차원에서 일정한 품질로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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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본부장은 "현재 OTT 등 콘텐츠 비즈니스가 글로벌화되는 것처럼, 메타버스도 특정 국가에 한해 제공되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며 "각기 다른 품질의 통신망을 보유한 ISP 가입자에 대해 동일한 품질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각지에 구축한 엣지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국내 엣지 투자 현황에 대해서는 "국내 통신3사와 엣지 서버 증설 및 고성능 제품으로의 교체 등에 관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