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합법적인 몰래카메라 ‘월패드’ 공포

네트워크 보안 차원에서 접근해야... 건축사법 개정이 근본 처방 ‘시발점’

전문가 칼럼입력 :2021/12/18 16:12

노조원 대영유비텍 스마트사업본부 이사
노조원 대영유비텍 스마트사업본부 이사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라고 했던가. 최근 아파트 ‘월패드 해킹’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갑자기 송대의 주자십회(朱子十悔)가 웬말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주자십회는 송나라 주자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범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10가지를 경계삼아 정리한 것이다.

불치원장도후회는 주자의 주자십회 경계 대상 일곱 번째 항목이다. 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후에 뉘우친다는 뜻이다.

이번 월패드 해킹을 보자. 해킹은 공동주택 아파트에 설치된 월패드를 통해 사생활을 불법 촬영한 영상물이 유출된 사건이다. 관종 심리를 겨냥한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월패드는 주택과 아파트 등 모든 건축물에 홈네트워크의 통합주택제어판으로 설치된 필수품이다. 한 마디로 거실 벽면에 설치된 홈네트워크 모니터 제어판이다.

최근에는 현관 출입문뿐만 아니라 조명, 냉난방, 에어컨, 냉장고, 밥솥, 가스, 수도, TV까지 가정의 모든 전자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추세다.

월패드 안전을 위한 보안수칙.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번 해킹은 월패드의 웹캠을 통해 촬영된 거실 영상물이 다크웹 사이트에서 거래된 정황이 포착된 사건이다.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영상물로 통째 노출돼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경악할 수밖에 없다. 당장 해킹공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가장 자유롭고 은밀한 개인의 사생활이 날 것 그대로 공개되고 거래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오는 공포감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 했던가. 정부가 발빠르게 나섰다.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기기 관리·이용자 보안수칙’이 그것이다.

하지만 보안수칙은 시늉만 낸 흔적이 역력하다. 보안장비 운영하기, 보안취약점 점검하기, 사건 발생시 신고하기, 비밀번호 관리하기 등 상식적인 사항에 그친다.

그런 점에서 ‘담장’을 고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월패드 해킹의 근본은 네트워크 보안이다. 월패드 이전에 네트워크 보안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네트워크 보안이 무엇인가. 통신 네트워크의 불법적인 접근, 우발적 혹은 고장에 의한 개입과 파괴행위를 막는 수단의 총칭이다.

건축물 정보통신 설계·감리 프로세스

그렇다면 건축물을 설계하고 감리할 때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모든 건축물은 설계시 건축·전기·소방·통신 등의 기술적 사항들은 전문가의 설계와 감리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설계와 감리를 건축사가 진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정보통신 분야까지 건축사가 담당한다. 건축사는 정보통신에 관한 한 비전문가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기술에 취약한 비전문가가 전문기술을 요하는 분야의 설계와 감리를 수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월패드 해킹과 같은 사고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

건축사법 개정만이 해법의 출발점이다. 건축물 내 정보통신 설비의 설계와 감리업무를 전문가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보안 영역은 정보통신 전문가가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5세대(G) 통신, 메타버스 기술이 대전환의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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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십회’를 소환한 이유다. 산업화 시대의 구시대적 법률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이해관계에 매몰돼서는 절대 안 된다. 무자격자인 건축사들에게 정보통신까지 맡겨서는 국민의 안전과 사생활,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