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균 교수 "100조 스타트업 10개 만들자···교육 및 생태계 혁신 필요"

8일 열린 'AI서밋 서울 2021'서 강연...AI와 자율차, 초거대 AI 등 논의

중기/스타트업입력 :2021/12/08 16:07    수정: 2021/12/08 18:53

"한국에서 100조원(시장가치)하는 스타트업 10개 만들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서울대 차상균 교수(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가 8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2021(AI Summit Seoul 2021)’ 행사에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100조원 스타트업 10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다시 한번 제시했다. 흔히 스타트업이 목표로 삼고 있는 유니콘은 시장가치가 1조원(1B달러)기업을 말한다. 유니콘의 10배인 데카콘은 기업가치가 10조, 또 유니콘의 100배인 헥토콘은 기업가치가 100조원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기업가치 100조원인 스타트업 10곳을 10년안에 만들자는 게 차 교수 제안이다.

이번 ‘AI 서밋 서울 2021(AI Summit Seoul 2021)’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 한국판을 국내서 발간하는 DMK가 주최한 행사다. 9일까지 이틀간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AI의 현재와 미래, 산업 융합점을 찾아보는 행사로 AI와 자율주행차, 초거대AI 등을 주제로 국내외 AI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차 교수는 '한국에서 10년안에 100조원 스타트업을 만들자'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해 3월부터 AI·빅데이터 인재를 육성하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였던 2000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TIM(Transact in Memory)’이란 교내 벤처를 창업해 2002년 실리콘밸리로 진출했고, 이 회사를 독일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 매각했다. SAP의 현재 주력 서비스인 'HANA(하나)' 플랫폼은 그의 기술을 토대로 하고 있다.

차상균 교수가 8일 열린 'AI서밋 서울 2021'행사에서 이야기고 있다.
사회를 본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숫자는 1000곳 정도 된다. 유니콘 10배인 데카콘은 40곳이고 이들이 유니콘 100배인 헥토콘이 돼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을 포함해 유니콘 스타트업이 10여개 있고 아직 데카콘 스타트업은 없다. 대신 데카콘 규모 상장사가 30여개 있고, 100조원 가치를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 하나 뿐이다.

차 교수는 100조원 기업 10곳이 나오기 위한 조건도 제시했다. 첫째, 글로벌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기술, 재능 등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대학을 포함한 교육시스템 과 혁신 생태계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글로벌 IT기업에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은데 타산지석 삼을 부분이다. 셋째, 자금의 글로벌화다. 글로벌 펀드에서 투자 유치를 해야하고, 국내 펀드도 세계화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한국 산업이 관성의 저주에 빠져 청년실업과 빈부격차 같은 사회적 문제가 일어난다면서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큰 기업을 만드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100조 기업 10개 만들 것을 제안하며 이를 위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00조 기업 롤모델로는 미국 기업 삼바노바(SambaNova)와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를 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삼바노바는 D시리즈에서 50억달러 가치를 인정받으며 6억7600만달러를 투자 유치, 세계서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은 AI스타트업이 됐다. 세계적 투자사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2가 투자를 주도했다.

데이터 전문회사인 데이터브릭스도 올해 38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으며 26억 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차 교수는 "삼바노바는 엔비디아를 겨냥하고 있다.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데이터브릭스는 AI와 데이터 회사다. 우리도 이런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몰로코를 들었다. 한국인이 창업한 몰로코는 미국에 본사를 둔 데이터 및 AI 전문기업이다. 고객의 데이터를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돈이 되게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차 교수는 몰로코가 올해 C시리즈로 15억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면서 "10조는 쉽게 넘어갈 것 같다. 잘하면 100조도 타깃으로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들려줬다. 이어 "미국 데이터브릭스가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우리라고 못 할 것 없다. 한국 사람도 할 수 있다(100조원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뜻)"고 밝혔다.

스타트업 전문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츠 자료를 인용한 그의 말에 따르면 AI분야 글로벌 펀딩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179억달러로 2분기(166억달러)보다 8% 증가했다. 올 3분기에 일어난 인수합병(M&A) 건수도 104건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35건)보다 197%나 늘었다. 차 교수는 "글로벌 AI투자 추세가 2배 이상 늘었는데, 한 회사에 두배가 가는게 아니라 잘하는 회사에 10배가 간다"면서 "혁신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100조원 가치) 이런 회사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 발제에 이어 이 주제를 놓고 전문가 토의가 열렸다. 토의는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가 좌장을 맡고 차 교수와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일하고 있는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가 뉴욕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음 대표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에 인도 출신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우리보다 10~20년 이상 앞서 진출한 것과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것 등을 들면서 "한국도 월드클래스 수준이 됐고, AI도 활용면에서는 빠르게 월드클래스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다"면서 "이제 한국도 유니콘보다는 100조 기업을 목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는 100조 기업에 대해 "꿈은 크게, 생각은 다르게, 시작은 작게하자. 그래야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갈 것 같다"고 토의를 마무리했다.

AI와 자율차 관계는?..."AI발전으로 자율차 사용 늘어"

이날 행사에는 자율주행차와 AI의 역할에 대한 토론의 장도 마련됐다. 최은창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위원이 사회(모더레이터)를 봤고 이선영 스트라비전 COO와 류석문 쏘카 CTO가 코엑스 현지에서, 로라 메이저 모셔널 CTO가 미국에서, 또 안드레이 버르디체브스키 딜로이트 모빌리티 솔루션 디렉터가 싱가포르에서 각각 온라인으로 토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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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창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위원이 AI와 자율주행차 세션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선영 스트라비전 COO가 스트라비전 사업을 이야기 하고 있다.
류석문 쏘카 CTO가 쏘카 사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트라비전은 AI 및 SW회사로 레벨 2~4 단계 자율차에 들어가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쏘카는 카쉐어링 기업이고 모셔널은 현대차가 합작한 기업으로 내년에 라스베이가스에서 자율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류석문 쏘카 CTO는 "2년안에 5만대가 목표"라며 "고객을 가장 안전하게 하는게 목표인데 AI를 활용해 이를 구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라 CTO는 "라스베이가스에서 자율차 상용화를 4년간 준비했는데 피드백이 매우 좋다"며 "10만건 피드백에서 90% 정도가 5점만점을 줬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디렉터는 미국과 중국을 예로 들며 "AI발전으로 자율차 사용이 점점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선영 COO는 스트라비전이 뉴럴네트워크를 임베디드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안전 때문에 자동차 회사가 신기술을 항상 먼저 도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변하고 있다. AI가 안전 등의 꿈을 실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