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구매, 전혀 다른 두 길...소비 그리고 투자

[이균성의 溫技] 이용자는 목적 분명히 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1/12/08 13:50    수정: 2021/12/09 17:19

영국 사전업체 콜린스가 최근 ‘올해의 단어'로 대체불가토큰(NFT)을 선정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그 뜻조차 이해하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퍼질 단어로 판단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NFT 시장 성장세는 엄청나다. NFT 글로벌 시장 총 거래액은 2019년에만 해도 7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 4배 이상 커졌고 10년 뒤엔 1000조원이 될 거라는 전망마저 있다.

NFT는 기술을 뜻하기도 하고 상품을 뜻하기도 한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상품에 고유의 인식값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NFT고, 거래를 위해 그걸 토큰 형태로 만든 상품 또한 NFT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 NFT 마켓플레이스다. 디지털 작품은 무한 복제가 가능해 고유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그동안 상품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으나 NFT가 그 문제를 해결해낸 것이다.

NFT가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위터 게시물은 경매에서 290만 달러에 낙찰됐다.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 작품은 경매에서 6천93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 작품이나 유명인의 디지털 흔적은 물론이고 게임 아이템, 가상 부동산, 음원, 바둑 기보 등 디지털로 표현되면 다 가능하다.

물리 세계에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시장이 있듯, NFT 기술은 디지털 세상에서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유통의 기반을 완성해준 것이다. 그 핵심은 고유성의 입증에 있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동원됐다. 그 상품이 고유한 진본임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입증함으로써 복제와 대체를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거래의 가치가 생기고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 생기는 만큼 그 잠재력은 위의 전망처럼 꼭 되지는 않더라도 어마어마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가능성을 뺀 다른 모든 것은 여전히 미지의 세계다. 무엇이 상품이 되고 그것이 얼마만큼 거래될지를 비롯한 시장의 다른 많은 요소는 여전히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 상상이 과도하면 현실에서 쓴 맛을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NFT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나 NFT 창작자는 하던 대로 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사업 투자는 시장 분석에 따라 조절해나가면 될 거고, 창작 행위는 NFT 마켓플레이스가 아니어도 어차피 하던 작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탈 날 일은 없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NFT 구매를 중요한 투자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일부 개인들이다. NFT가 큰 돈을 벌어줄 것으로 믿으려는 확증편향이 문제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시세의 큰 변동성에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것과 비슷한 심리인데, NFT 구매를 투자로 여길 경우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디지털 표현물의 고유성은 상품이 되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이지 그것만으로 상품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상품성은 다양한 요소로 따져져야 하며, 특히 그것이 소비 상품이 아닌 투자 상품일 경우에는 면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만 한다.

NFT 구매자는 그래서 구매의 목적부터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구매가 소비행위인지 투자행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행위라면 구매에 든 돈이 비용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문화 소비를 위한 비용은 어차피 각자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자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라면 사정이 다르다. 자칫하면 감당키 어려운 돈이 투자되고 실패할 확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가지만 보자. 그림 투자는 일반인에게 매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시장 참여자가 적고 가치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림 투자는 그래서 고액 자산가의 문화소비에 가깝다. 일반인은 고가의 그림에 투자로 접근할 수 없고 그저 복제품을 구입하거나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저렴한 그림을 소비할 수 있을 뿐이다. 디지털 아트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다.

그림 투자를 대중화하기 위해 고가 그림의 지분을 잘게 나눠 일반인도 접근 가능하도록 한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치 평가가 매우 주관적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소액을 모아가는 투자가 목적인 일반인이라면 객관적으로 성장성이 예상되는 기업을 모아놓은 주식 ETF에 투자하는 것이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고가 미술품 지분 쪼개기 NFT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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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부동산 NFT는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실 부동산에 대한 결핍감이 가상 부동산에 대한 대리 욕망으로 타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가상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신생 인터넷 기업의 10년 뒤 주가를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아니 투자 행위를 위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지표 자체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분석이 안 될 때는 직관으로 선택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그게 투자와 연결될 경우 투기가 되기 십상이다. NFT 구매를 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점을 꼭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는 주목받는 신경제임이 분명하다. 기업과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상품을 쏟아낼 기회를 만들어주고, 소비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더 많은 디지털 문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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