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산타 마리아호를 타고 지금의 바하마 제도(諸島)에 도착하기 전에도 그 땅은 이미 존재했었다. 미주대륙은 그전부터 오래 실제로 존재했지만 마치 그때서야 새로 생긴 것처럼 신대륙으로 인식됐다. 신대륙은 당연히 식민주의자들의 관점에서 새로 부여된 언어다. 신대륙은 그러나 이름값을 했다. 그 땅은 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곳이 됐다.
콜럼버스가 오기 전 그 땅은 ‘대자연 어머니’였다. 산과 들과 강과 바다가 어머니의 품과 다르지 않았다. 원주민 인디언들은 식민주의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인디언 추장들은 외쳤다. “당신들은 어떻게 어머니를 사고 팔수 있느냐.” 인간한테서 문명을 배제한다면 이들의 외침은 진리다. 하지만 인간은 이미 문명이란 괴물과 사귀고 있었다. 대자연은 어머니가 아니라 사고 팔리는 자산일 뿐이다.
콜럼버스가 미주대륙을 탐험한 지 500년이 지나 인류 앞에 또 다른 신대륙이 나타났다. 메타버스. 이 신대륙은 마땅히 ‘대자연 어머니’가 아니다. 천지창조라는 허구를 만들었던 인간들이 마침내 허구이면서 실체가 있는 새 땅을 창조한 거다. 아직 이렇다 할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이 땅을 놓고 각축전이 시작됐다. 누가 그 땅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기뻐 춤추게 할 것인가.
메타버스는 그러나 사실은 지금 막 나온 게 아니다. 4반세기 전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이 열렸을 때 이미 예고된 거다. 인터넷의 궁극적인 진화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를 풍요롭게 하고 더 많은 사람이 기뻐 춤추게 하려면 당연히 진화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 특히 진화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본질적 속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야 비로소 그곳에서 사람들이 들끓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기존 인터넷 서비스와 다른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표현 능력의 극대화’다. 둘째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평가될 수 있고 그것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됐다’는 점이다. 셋째 ‘이용자의 참여 방식이 변한다’는 점이다. 앞의 두 가지는 기술의 진보에 따른 거고, 뒤 한 가지는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 핵심은 세 번째 차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거다.
디지털 표현 능력 극대화의 핵심은 ‘3D 기술의 고도화’다. 이것으로 인해 다소 건조했던 사이버 공간에 생동감이 넘쳐흐르게 된다. 메마른 땅이 풀과 나무가 무성한 옥토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가상을 더 현실에 밀착시키고 현실을 더 가상 속으로 몰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표현 능력이 극대화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 결과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예전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디지털 생성물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의 선호도와 창조자의 노력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의 고유성을 입증해야 하고 거래의 중복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이다. 3D와 NFT로 인해 메타버스 속에 공장과 시장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주대륙에서 이제 사람들은 과거의 인디언 원주민처럼 살지 않는다. 일하고 먹고 노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메타버스 환경도 그럴 개연성이 크다. 일과 놀이의 양태가 크게 바뀌고 사회 전반이 재배치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자, 그 무한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용자로 하여금 무엇을 하도록 하게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이 메타버스 비즈니스의 최대 승부처다.
1세대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는 그 점에서 참고할 만한 게 많아 보인다. 이용자를 단순 수용자 위치에 두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자로 행동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조직을 구성하고 경쟁하게 한 설계가 이용자의 참여 행동을 자극한 것이다. 그 행위를 단편적인 게임으로 제한하지 않고 경제로 연결시킨 점 역시 참고할 만하다. 리니지는 다시 새롭게 연구할 가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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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안 하고 과문해서 다른 사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로 말미암아 추론해볼 수는 있다. 메타버스의 제 1 소구 요소는 ‘재미’와 ‘욕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건 플랫폼 운영자와 참여자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앞선 기술을 재빨리 수용해 이 두 가지 요소를 어떻게 잘 버무려내느냐가 결국엔 서비스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이용자의 재미와 욕망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미주대륙을 신대륙이라 부른다 해서 인디언 원주민이 곧바로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해서 모두가 그리 달려갈 수는 없다. 리니지에 빠져 현실세계와 거리를 둔 사람을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 활동도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메타버스형 인류가 확산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시간이 적잖게 걸릴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