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열풍이 한증막처럼 푹푹 찐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뜨겁다.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대표 메타버스 ETF가 상장된 뒤 넉 달 동안 14% 가량 상승한 반면 국내 한 메타버스 ETF는 상장된 뒤 한 달 만에 무려 50% 가까이 폭등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전체 지수는 지속 상승한 반면 한국의 전체 지수는 게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하락한 상태여서 더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메타버스가 장기적으로 인터넷의 발전방향이 될 것이라는 점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투자 열풍은 적잖게 걱정된다. ‘묻지마 투자’의 성격이 짙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의 욕망이 메타버스 기업의 사업계획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신이 투자할 기업이 뭘 할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투자부터 하고보자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국내 메타버스 ETF에 소속된 기업은 주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다. 양대 포털과 일부 가상·증강현실 솔루션 업체 그리고 부품업체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조차 메타버스와 관련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제야 스터디하는 단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에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조악한 단계에 그치고 있다. 검증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라고 보는 게 옳다.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향성, 확장성, 성숙도 등이 그것이다. 메타버스의 경우 방향성과 확장성에선 의심할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건 성숙도다. 그리고 성숙에 걸릴 시간의 문제다. 성숙도는 사업 기획, 비용 투자, 서비스와 상품 출시, 판매, 수익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진척도와도 비슷하다.
메타버스는 이런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전기차와 암호화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전기차는 이미 방향성과 확장성을 시장에서 확인 받은 상태다. 기후 문제를 고려했을 때 모든 차는 전기차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과정이 10년 이상 진행돼왔다. 그 결과 상품이 쏟아지고 있고,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수익의 확대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방향성과 확장성에서 의심할 바 없어 보인다. 이 또한 메타버스처럼 인터넷 서비스의 미래를 좌우한 핵심 기술이자 사업 개념이다. 하지만 성숙도와 그에 걸릴 시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2~3년 전 토큰경제를 외치며 봇물처럼 쏟아졌던 ‘암호화폐 백서’들을 기억한다. 왜 그것들은 수많은 이의 눈물 속에서 휴지조각으로 폐기돼야 했는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
메타버스가 향후 몇 년 뒤 전기차의 길을 가고 있을지 '암호화폐 백서'의 길을 걸어갈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의미 있게 생각해볼 포인트는 있다. 메타버스의 경우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둘 다 결국은 ‘인터넷 서비스의 미래’에 관한 구상이자 기술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생각보다 긴 호흡으로 대비해야 함을 의미할 수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용자들이 현존하는 혹은 앞으로 나올 모든 인터넷 관련 첨단 기술을 집대성한 형태의 서비스를 메타버스로 상상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달리 기업이 이용자의 이 기대치를 만족시키기는 결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서비스를 내놓는다 해도 쉽게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다.
메타버스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의 어려움은 여기서 비롯된다. 지금은 옥석 구별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일 수 있다. 어떻게 낳지도 않은 애의 장래성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앞에서 ‘묻지마 투자’라고 한 까닭이 그것이다. 애를 낳거나 아니 애를 갖기나 한 것인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모두 선지자가 되어 그것만이 미래라며 달려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불나방의 운명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포기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관심이 필요할 때다. 인터넷 베이스의 수많은 서비스 기업과 인터넷을 지원하는 각종 장비 솔루션 기업은 줄기차게 메타버스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옥석 구별과 매출과 수익성의 향상 속도를 판단하는 건 많이 섣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점을 간과하면 큰 부침과 회오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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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를 생각했으면 하다. 먼저 메타버스 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의 경우 매출과 수익성에서 이미 충분히 안정적인지를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많은 투자가 진행돼야 할 터인데 그러고도 기필코 승자 대열에 설 수 있을 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당분간은 서비스나 플랫폼 기업보다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 장비 솔루션 기업에 더 눈길을 주는 게 옳다. 수익은 당분간 그쪽에서 나기 때문이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생각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