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이 81년생 최수연을 앞세워 가려는 길

[이균성의 溫技] 'K'로 통하는 글로벌 IT 서비스

데스크 칼럼입력 :2021/11/18 09:34    수정: 2021/11/18 13:24

네이버가 파격적인 쇄신 조치를 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됐었지만 1981년생 여성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한 것은 자못 충격적이다. 물론 나이 때문이다. 국내 시가총액 3위 기업을 이끌어갈 최고 리더가 고작 40세라니. 국내 대기업 역사에서 오너의 자제가 아닌 한 이런 파격적인 발탁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최수연 CEO의 발탁은 그만큼 국내 기업사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대기업에서 40대 CEO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도 1978년생이다. 1942년생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을 맡았을 때가 45세였다. 다른 총수 사례들도 물론 적지는 않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어차피 경영권을 물려받게 될 오너 후계자였다. 입사 때부터 철저하게 CEO 준비과정을 거친 것이다.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된 최수연 CEO와는 그 궤도가 다르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

최수연 CEO의 발탁은 그래서 네이버가 지금의 경영환경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지를 짐작케 한다. 극단적인 처방을 하지 않고는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조금 의아한 것은 네이버가 왜 그렇게까지 지금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지 하는 거다. 네이버의 경우 지금도 지속 성장하고 있고 그 결과 1년여 만에 시가총액이 4배 이상 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그런데도 왜 이런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갑질 자살사건으로 폭발된 조직의 혼선과 이에 따른 쇄신요구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파문이 준비된 호수의 표면에 떨어진 낙엽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더라도 파문이 불가피한 그 본질적 속성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성장이 멈출지도 모른다는 본질적 불안감일 거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실제로 틈날 때마다 그 두려움을 표현해왔다. “언제든 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엄살이라기보다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인터넷 시대의 잔인한 본질을 최일선에서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네이버가 국내 검색 1위가 된 뒤 이해진 GIO의 화두는 다음 두 개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IT 본원적 경쟁력’과 ‘글로벌’이 그것이다.

이 GIO의 걱정은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상당한 현실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인터넷 시장은 ‘해외 기업의 무덤’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국내에 들어왔다 철수하기 바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동영상과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가 쏟아지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에서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의 위세가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다.

그 사이 국내에서는 카카오라는 경쟁기업이 등장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O2O 사업을 전개하면서 국내 시장의 파이를 넓혀갔다. 하지만 그 또한 네이버의 길은 아니었다. 이 GIO는 특정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문어발식 확장’을 달갑잖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면 성장이야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쏟아지는 질타를 면키 어렵다고 본 것이다.

네이버로서는 그래서 O2O 비스니스가 아니라 검색과 같은 ‘IT 본원적 경쟁력’을 심화 고도화시키고 그와 비슷한 또 다른 성장 엔진을 찾아내야만 새 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해진 GIO가 가진 궁극적인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현재로서는 검색,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 웹툰 포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등이 그런 것이다.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CEO에 전격 발탁하고 이와 함께 최고재무투자책임자(CFO)에 김남선 책임리더를 발탁한 것은 그 점에서 쇄신이라기보다 어쩌면 원래 가고자했던 길에 더 빠르고 강력하게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최 CEO와 김 CFO의 이력 중 겹치는 부분이 주목된다. 그들 모두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으며 법, 특히 회사법에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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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M&A)이 핵심 전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네이버가 과거와 가장 크게 달라질 대목을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IT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글로벌 M&A. 젊은 눈으로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재빨리 캐치하고 가치 있는 기업을 발굴해 피를 섞는다면 그 길로 가기 위한 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진단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네이버를 지켜보는 일이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뉴스가 많아지고 더 역동적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해진 GIO가 최 CEO 및 김 CFO와 더불어 해보고 싶은 일은 반도체 자동차 TV 선박 BTS 미나리 오징어게임 등과 같이 ‘K' 트렌드라 부를 수 있는 IT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그 길은 험난하겠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