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전기차 덕에 코로나·반도체 수급난 뚫고 수출 호조

[2021 결산: 자동차] 자율주행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돼

카테크입력 :2021/12/08 08:28    수정: 2021/12/09 08:43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올해 자동차 산업 키워드는 '코로나·반도체·전기자동차'다. 완성차 5사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세계 반도체 수급난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를 앞세운 수출 호조로 생산 감산 규모를 최소화했다. 전기차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다양한 신차출시, 그리고 세계 친환경차 시장 확대 덕을 톡톡히 보며 확산세를 이어갔다. 비주류였던 전기차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레 자율주행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됐다.

■ 친환경차 실적호조 덕 수출↑…반도체 직격탄 맞은 내수↓

자동차 업계는 1분기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과 전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까지 빚으며 난색을 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동차산업동향에 따르면 10월까지 누적 생산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한 284만219대, 내수는 7.9% 줄어든 142만8천226대, 수출은 10.3% 늘어난 168만863대, 수출액은 27.9% 증가한 381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세계 반도체 수급난 등 온갖 악재에도 친환경차를 비롯한 세계 시장 점유율 상승세에 힘입어 작년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 수출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부가가치 차종인 친환경차 수출선적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수출단가 상승을 견인한 덕분이다. 친환경차 수출은 10월까지 31만7천603대로, 지난해 누적 선적 대수 27만1천327대를 가뿐히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출대수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는 신차효과·시장확대 등으로 선적 대수가 지속 증가하며 수출대수 증가에 기여했다. 유럽에서 호평을 받은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역할이 무엇보다 컸고, 이 가운데 아이오닉5는 '2022 유럽 올해의 차' 후보는 물론 '2022 독일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리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내년 아이오닉6, 2024년 아이온닉7을 출시하며 유럽을 비롯 세계 전기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 수출선적 대수는 앞으로도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현 자동차 산업 핵심 과제인 탄소중립에 따라 시장 관심사가 전기차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 세계적 정유사 엑슨모빌은 최근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가 2020년 1천만대에서 2040년 4억대 이상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차 전망에 보수적인 정유사가 미래 예측 수치를 큰 폭으로 상향한 것은 전기차 시대가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기차 수출선적 대수 증가는 각국 정부 정책 속에서도 예상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신차 판매 전량을 탄소배출 없는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채울 방침이고, 영국은 2030년, 중국·일본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전기차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단행하고 있다. 완성차 5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기아는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 제네시스는 2025년 이후 전기차만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서울모빌리터쇼에서도 전기차를 무대 중심에 올리며 변화를 예고했다.

내수는 외부요인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출고적체 현상 심화로 작년보다 누적 판매 대수가 줄었다. 가장 큰 요인은 세계 반도체 수급난.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반도체 수급난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에 있는 반도체 생산 공장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가동을 중단하며 '부품난→생산차질→인도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만들어 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등 변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서다.

세계 반도체 수급난이 내년에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생산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 등으로 차 값이 상승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자동차 가격 상승 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차질로 인한 인도지연으로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고, 오름세인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격과 주요국 물류비·인건비 상승 등과 맞물려 단기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내년 완성차 제조사는 판매 대수 감소, 친환경차 연구개발 투자 등에 따른 재무 부담이 늘어나며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계형 운전자나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차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등 세제 개편이나 전기차 보조금 관련 논의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2019년 유튜브에 게시한 완전자율주행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 전기차 시장확대, 자율주행·인공지능에 달려

전기차가 시장 주류로 떠오름에 따라 자연스레 자율주행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확대는 자율주행과 이를 구현할 핵심기술 인공지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자율주행 오토파일럿을 앞세운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을 통해 사고 위험을 줄이고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한다. 또 운전자가 내연기관차 대비 넓은 실내 공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테슬라는 업계 기준이다. 전통적인 제조사는 물론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애플도 테슬라 성공방식을 따르고 있다.

올 한해 애플카 출시 여부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애플은 현재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구동을 위한 새로운 반도체 칩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 이 칩에는 자율주행을 관장하는 인공지능 뉴럴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목표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차 제작이다.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주행을 준비 중이고, 양산 일정은 4년 뒤인 2025년으로 잡았다. 애플카 생산을 담당할 파트너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전통적인 제조사 중 하나인 현대차는 2021 LA오토쇼에서 전기 SUV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하며 완전자율주행을 통한 새로운 이동 경험을 강조했다. 세븐은 완전자율주행 활성화 시 핸들을 감추고 시트 배열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목적지까지 다다른다. 핵심기술은 역시나 인공지능.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이 라이다·카메라 등으로 주행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가속·감속·조향·정지 등을 제어한다.

현대차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을 위해 인재채용·인수합병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인공지능 싱크탱크로 불리는 에어스 컴퍼니를 통해 ▲기계 번역 엔진 개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서치 서비스 엔지니어 등 24종에 이르는 직군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는 것.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 에이스 컴퍼니 대표는 국내 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인 김정희 상무다. 김 상무는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근무하다 에어스 컴퍼니 출범과 함께 현대차로 합류했다.

인수합병 등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올 3분기 홍콩머신러닝(HKML)에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11월 개발자 콘퍼런스를 열어 ▲인공지능 ▲자율주행 ▲친환경차 등에 대한 연구성과 공유 및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TaaS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자율주행은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를 향하고 있다"면서 "이동 자체가 서비스로 인식되는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산관학 협력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서울대산학협력단·오토모스·LG유플러스는 경기도 시흥시 배곧동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2월 말까지 '마중'이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현대차는 11월 서울시 상암동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학생 대상 자율주행 경진 대회 '2021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을 열었다. 대회 우승은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펼친 KAIST팀에게 돌아갔다.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위한 업계의 노력은 내년 더 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서울시 강남구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로보라이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다.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은 로보라이드에 대해 "현대차는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니로EV 자율주행차를 활용해 내년 1월부터 유상운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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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올 중순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가 협업하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추진, 7년간 1조974억원을 투자할 것을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자율주행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민관이 참여한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도 출범시켰다.

국토부는 같은 달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화성시 새솔동에서 차량과 차량 간, 차량과 기반시설 간 통신으로 특정구간 완전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시연했다. 김정희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향후 레벨 4 수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이동 편의성뿐만 아니라 교통안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