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실적을 최고로 끌어올린 경계현 사장이 삼성전자로 돌아왔다. 회장으로 승진한 김기남 부회장을 이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품)부문을 이끈다. 삼성전자는 경 사장이 소통 리더십을 발휘하며 부품 사업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7일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을 신임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내정했다. DS부문을 이끌던 김기남 부회장은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했다.
경계현 신임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꼽힌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디램설계팀, 플래시개발실장, 솔루션개발실장 등을 지냈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 학·석·박사를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삼성전기 대표를 맡았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기술을 끌어올려 최대 실적을 이뤘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까지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2위다. 특히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서 대만 TSMC와 격차가 크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조사한 결과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1%다. 절반 이상 차지하는 TSMC(53.1%)보다 2배 넘게 뒤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잡았다. 여기에 171조원 쏟아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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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서도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대형 인수·합병(M&A)을 하더라도 이들 국가로부터 승인이 필요하다. 어느 기업이 시장을 다 가질 수 없게끔 M&A하려는 반도체 회사는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에서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올해 초 밝혔다.
경 사장은 삼성전기에서 소통하는 사장으로 유명했다. 매주 목요일 직원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썰톡(Thursday talk)’을 했다. 올해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직접 주주에게 중장기 전략을 소개했다. 조직 문화도 고쳤다. 사내 메신저와 이메일, 명함 등에 표시하던 직급을 지우고 ‘프로’로 통일했다. 승진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모든 직원이 서로 존댓말 한다. 인사 평가 역시 상사가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동료끼리 매긴다. 매년 창립기념식마다 실적 뛰어난 직원에게 상 주던 것도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한 직원에게 주기로 바꿨다. 삼성전기의 이런 인사 제도를 얼마 전 삼성전자가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