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솔라나, 리플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는 더 가파르게 꺾이면서 대부분 암호화폐가 24시간 만에 2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주말 암호화폐 대폭락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5만 달러를 밑돌고 있다. 반짝 회복하는 듯 했던 주요 알트코인도 추가 하락 중이다.
6일 저녁 현재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2조1천700억 달러로 24시간 만에 6.5%가 추가 감소했다.
비트코인은 왜 갑작스럽게 폭락장을 맞았을까. 이유를 놓고 추측이 무성하다. '자본시장의 버블이 매우 심각하다'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의 발언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부터 ▲중국 2위 부동산 업체 헝다의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반려 등 여러 악재가 배경이 됐다는 설이 제기됐다.
물론 이중 여러 악재가 동시에 트리거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트리거에 시장이 크게 동요하게 된 배경이다.
배경1. 암호화폐 시장 올해 상승률 보니...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암호화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1월 초 6만8천달러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12월 초 2만 달러를 밑돌던 것과 비교하면, 어림잡아도 240%나 폭등한 것이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을 포함해 주요 암호화폐가 올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물론 1년 내내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 6만3천 달러를 찍었다가, 서서히 하락해 7월에는 2만9천 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번복,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산업 제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조기 긴축 가능성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하락장을 부추겼다.
하지만 바닥을 찍은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을 시작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역대 최고가를 수차례 새로쓰더니, 11월 초에는 6만8천 달러까지 치솟았다. 7월 이후 시작된 대상승장에서 쌓인 수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하락으로 비트코인은 최고가 대비 30% 하락해 4만7천 달러까지 밀렸지만, 지난 7월 기록한 올해 최저가에 비해선 여전히 6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경2. 연준 양적완화 축소 가속화 가능성...오미크론으로 높아진 불확실성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 종료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임이 확정된 제롬 파월 의장은 본격적으로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긴축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중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며, "오는 14~15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가속화해)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지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테이퍼링 조기 종료 논의는 통화 긴축에 고삐를 당겨 인플레이션 급등세를 억제하려는 조치다. 연준은 내년 중순까지를 목표로, 지난 11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월 150억 달러씩 줄이는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뤄봐, 연준이 내년 1분기 안에 테이퍼링을 끝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테이퍼링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각종 지표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이다. 지난 3일 발표된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고용 성장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실업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와 매파적 입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로 해석됐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획복을 근거로 긴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투자자들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최근 증시는 요동치고 있다.
배경3. 주식 시장 공식 이제 암호화폐서도 작동...오히려 더 크게 영향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통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한 도피처를 제공하는 금 같은 안전 자산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눈에 띄면서 비트코인을 더 이상 안전자산이라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 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S&P500 지수의 100일 상관계수는 0.33으로 올해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동조화돼 있고, -1에 가까울 수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전문 리서치 업체 아케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S&P500 간 상관계수는 매도 시장에서 증가했다"며 "이는 보다 정교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전한 도피처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점차 주류 투자 자산에 편입되면서 증시와 동조화되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역시 주식과 마찬가지로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며 동일한 악재에 영향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는 24시간 열려 있는 시장이라 악재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기사
- 비트코인, 하루새 20% 추락..."美 증시 하락에 영향"2021.12.04
- '트위터 CEO' 뗀 잭 도시, 비트코인에 올인한다2021.11.30
- '오미크론 쇼크' 비트코인, 5만7천달러로 반등2021.11.29
- 포켓몬고 개발사, AR 게임 잘하면 비트코인 준다2021.11.24
유명 투자자인 나벨리에앤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루이 나벨리에는 최근 영국 매체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테이퍼링이 비트코인을 포함해 위험 자산의 거품을 꺼트릴수 있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유로 퍼시픽 캐피털 최고경영자(CEO) 피터 시프도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파월 의장이 두 달 일찍 테이퍼링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암시했기 때문에 주식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 자산이 급락하고 있다"며 "연준이 실제로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본격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보라"고 경고성 주장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