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블록체인 열풍이 거칠게 불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NFT 코인을 탑재한 게임의 성공 사례가 확산되면서 모바일 게임의 뒤를 이을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았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연이어 게임에 NFT 코인 접목 계획을 시사하며 이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시선으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여전히 사행성 우려로 블록체인 게임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게임업계에도 게임이 자칫 가상화폐 채굴기로 전락해 게임의 질적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블록체인 게임 성공사례 글로벌 게임시장 뒤흔들다
현재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게임 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베트남 게임사 스카이마비스가 선보인 액시인피니티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례다. 연초 3천만 달러 수준이었던 스카이마비스의 시가총액은 299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게임사 중 액티비전블리자드, 닌텐도, 로블록스, 일렉트로닉아츠(EA)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이며 징가와 유비소프트마저 2배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액시인피니티는 캐릭터를 뽑고 이를 합성해서 더 높은 등급의 캐릭터를 만든 후 상대와 대결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덱을 짜서 측면 시점 필드에서 대결을 펼치는 간단한 구조를 지닌 게임이지만 플레이를 하며 습득한 재화를 가상화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이들이 몰려들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액시인피니티가 수집형 RPG에 NFT 코인을 접목해 성과를 올렸다면 또 다른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게임인 더샌드박스는 게임 내 부동산 개념에 NFT 코인을 더해 주목받았다.
더샌드박스에서 이용자는 게임 내 랜드를 임대하고 이 안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게임을 서비스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로블록스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NFT 코인이 접목된 것이 차이점이다. 또한 자신이 보유한 랜드에 게임 내 유틸리티 코인을 스테이킹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캐주얼 게임에 NFT 형태를 도입한 액시인피니티, 플랫폼 개념을 활용한 더샌드박스와 달리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전형적인 MMORPG에 NFT 코인을 더한 게임이다. 구성 면에서 앞선 두 게임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지만 2000년 이전부터 PC MMORPG를 통해 익숙해진 게임 내 재화 획득과 이를 통한 아이템 강화와 이에 따른 수요창출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이어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에 확실한 성공사례가 생기면서 국내 주요 게임사도 연이어 NFT 코인 적용 계획을 알리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나란히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중 게임 내 블록체인과 NFT 결합 계획을 전했으며 크래프톤 역시 "재화 콘텐츠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게임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NFT 트렌드가 새로운 게임 방식과 플레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활발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함께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역시 게임 내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진행 예정이다.
위메이드 역시 미르4를 시작으로 NFT 코인 생태계에 집중한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1월 지스타2021 현장에서 진행된 미디어 간담회에서 NFT 코인 기반 게임이 급부상하며 페이투언(P2E) 시장이 주목받는 현 시장에 대해 P2E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위믹스를 P2E 시장의 기축통화로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NFT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게임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NFT 게임이 득세하고 있다지만 게임업계에 몸 담고 있는 모든 이가 이런 흐름을 좋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행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며 자칫 게임이 가상화폐를 채굴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자는 "액시인피니티에 대한 관심은 게임이 어떤 구조인지,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오로지 게임으로 얼마를 벌 수 있냐는 점만 부각된 게임이다. 게임 구성만 본다면 2010년대 이전에 출시된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게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며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그 게임이 어떤 게임이냐는 질문 전에 그 게임으로 얼마 벌 수 있냐는 질문부터 나오게 되는 것은 게임업계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개발사 관계자 역시 "게임이 채굴 시장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해외 시장에 출시된 NFT 코인 관련 게임 중에는 최소한의 UI만 남겨놓고 그래픽과 컨트롤 요소는 배제한 채로 텍스트 위주로 구성된 게임도 있다. NFT 코인을 탑재한 게임이 늘어남에 따라 게임의 재미를 강조하는 요소가 사라진 이름만 게임인 게임이 시장에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게임의 환전 가능성과 이에 따른 사행성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NFT 코인이 탑재된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지난 11월 이상헌 의원실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도 NFT 등 환전 요소가 없는 게임은 현행 기준으로도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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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업계의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저해하고 있다는 반응을 의식한 대응이라는 평이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NFT 코인이 탑재된 게임은 자연스럽게 암호화폐를 이용한 현금화 문제와 엮일 수 밖에 없다. 사행성 문제를 걱정하는 입장은 알겠지만 NFT 등 환전 요소가 없는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됐어도 등급을 분류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