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 소장·예술경영학박사(Ph.D.)] 한류(韓流) 초창기는 드라마의 몫이었다. 첫사랑이라는 만국 공통의 감성을 먹먹하게 그려낸 드라마 ‘겨울연가’는 ‘욘사마’ 배용준과 ‘지우히메’ 최지우를 일약 한류스타 반열에 올려놨고,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은 한식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다채로운 매력과 우수성을 알리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시적 신드롬에 그칠 줄 알았던 한류 현상은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무대에서 호응을 얻으며 획기적 전환점을 맞게 된다. 만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인형 같은 외모를 자랑하는 아이돌 스타들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함께 칼 같은 군무를 일사불란하게 선보이며 글로벌 한류 팬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동영상 공유플랫폼 유튜브 등 각종 SNS(소셜네트워크)의 활성화에 힘입어 K-POP(케이팝)이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국은 몰라도 K-팝은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대중음악의 영향력은 그 세를 넓혀서 갔고, 이는 곧 다양한 영역으로 파생되며 ‘문화강국 코리아’를 이끄는 핵심동력으로 부각됐다. 최근에는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 카테고리 구분 없이 K-컬처 전반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는 추세로, 한류의 근간이자 원천인 K-헤리티지(문화유산)에 관한 관심 역시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박양우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한류 진흥계획’ 정책브리핑에서 “한류는 세계 문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고, 우리가 문화 부문에서도 세계 정상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었다”고 평가하며 “한류가 기로에 서 있으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부의 지혜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풍부한 문화자산으로부터 새로운 한류 콘텐츠를 찾아내야 하고, 한류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가 지속해서 생산되어야 한다”고 작금의 한류 현상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유네스코에 최초로 등재된 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은 역사적 의의는 물론 한국 전통문화의 다양성을 집대성한 종합예술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실의 국가제사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의식이었던 종묘제례에 수반되는 음악(연주, 악장)과 춤(일무)이다. 2006년부터 문화재청(청장 김현모)과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사장 이귀남)과 함께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치르고 있으며, 11월 첫 번째 토요일에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주관으로 봉행, 매년 두 차례 거행하여 그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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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무형유산은 유네스코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고 보호하기 위해 등재하는 제도다.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 선정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인류무형유산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등재를 시작으로 2003년 판소리, 2012년 아리랑, 2018년 씨름 등 현재까지 총 20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종묘제례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고유의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전통문화는 보존과 함께 창조적 계승과 발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가치’는 ‘경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경험을 통해 그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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