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게임 개발사 성공 잣대를 출시 콘텐츠 흥행으로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개발 게임이 100%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기대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시름에 빠지기도 했어요. 결론을 내렸죠. 성패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비록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해도, 개발 역량이 축적되고 그 기술은 남아있거든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의 캐주얼 게임 개발사 라인스튜디오의 수장 이정원 대표는 지난 17일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2006년 네이버(당시 NHN)에 입사했다. 엔씨소프트에서 플레이엔씨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라인에 합류한 건 2012년. 5년 뒤, 라인스튜디오 지휘봉을 잡았다.
이정원 대표는 개발자로서 그간 라인스튜디오 내실을 다져왔다. 라인스튜디오 대표작으론 '라인 레인저스' '라인 버블 2' '라인 셰프' 등이 있다. 대만, 태국,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 1억명 이상 이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라인스튜디오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 이 대표에게 많은 선택지 중 게임을 택한 이유를 조심스레 물었다. 그도 한때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PC방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게임에 대한 이런 경험과 관심은 자연스레 게임과 이 대표를 연결한 교두보가 됐다.
다음은 이정원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대표가 보는 게임이란 무엇인가.
“진화한 콘텐츠 아닐까요. 전 영상 세대예요. 그 이전엔 소설, 만화가 사람들을 매료한 때도 있었죠. 즉 소설, 만화에서 영상으로 발전한 겁니다. 게임은 현재까지 가장 진일보한 콘텐츠라고 봐요.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더 주목받았죠. 본격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 같아요.”
Q. ‘버블’, ‘레인저스’ 등 굵직한 지식재산권(IP)을 남겼다.
“저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해 PC방 드나들던 시절이 있었어요. 실제 이 분야에서 제작자로 일하며 느낀 건 ‘다 연결된다’는 것이었어요. 참여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소질 있다’, ‘못 찾던 재능을 발견했다’ 생각하면서도 (웃음), 이전부터 게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훗날 결과물로 나왔던 게 아닌가 싶었어요.”
Q. 개발자 수요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세상이 기술 중심으로 이전한 지 오래됐죠. 마케팅, 기획 등 여러 절차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코딩 기술 등 개발 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죠. 어느 회사든 다 개발자를 원해요. 더 주목받게 될 겁니다. 라인스튜디오도 경력 개발자는 물론, 인턴을 통해 유능한 개발자를 발굴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Q. 라인스튜디오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꼽는다면.
“끊임없이 학습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습득 지식을 활용하는 중에도 바뀌고 있죠. 매번 고심하고, 연구하는 개발자면 좋겠습니다. 저도 개발자 출신이다 보니, 기능적인 역할보단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도 몰두하거나 심취하는 개발자를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라인은 최근 개최한 '개발자 행사(데브데이)'에서 네이버와 협력해 하이퍼클로바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에 라인 기술이 곁들여진 것이다. 라인스튜디오는 이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하이퍼클로바는 이용자와 캐릭터 간 음성 대화 기술을 구현한다.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 등 개발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아바타의 가상 세계이자 근래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 산업과도 결을 같이한다.
Q. 라인, 네이버와 자연스러운 협업 관계를 구축할 것 같다.
“같은 그룹 계열이다 보니, 라인과 네이버에서 어떤 사업을 이어가는지 관심 있게 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다른 회사보단 교류가 잦은 편이죠. (웃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일까 고민해요. 최근 네이버웹툰 지식재산권(IP) ‘여신강림’을 활용한 게임을 제작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Q. 메타버스가 떠오르고 있다. 라인스튜디오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메타버스는 환경입니다. 인터넷, 모바일, 그리고 메타버스 환경으로 진입 중이라고 보고 있어요. 이 환경엔 특징이 있죠. 3D를 기본으로 한 가상 세계입니다. 기존 게임과 달리, 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세상이 메타버스라고 생각합니다. 3D 환경에서 아바타가 서로 만나 게임을 넘어 경제, 문화 활동을 함께 공유하는 거죠."
Q. 라인스튜디오도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인가.
"국내외 모든 회사들이 메타버스에 올라타야 한다고 봅니다. 흐름이죠. 함께할 환경을 만들어 가는겁니다. 당연히 라인스튜디오도 메타버스 발전에 기여할 겁니다. 우리 강점은 이용자들이 어떤 콘텐츠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메타버스 시대도 마찬가집니다. 쉬운 공식을 도입해 시대적 기류에 따를 예정입니다."
Q. 메타버스 관련 구체화한 사업이 있나.
“지속해서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어요. 프로젝트 단위로 봤을 때 AI 챗봇 서비스가 있습니다. 하이퍼클로바와도 연결되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콘텐츠도 제작 중입니다. 대체불가토큰(NFT)을 게임과 향후 출시할 콘텐츠에 연결하는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이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겁니다.
Q. 내년 상반기 인턴 채용을 앞두고 있다. 개발 문화를 소개해준다면.
“우린 재택근무를 굉장히 빨리 도입한 회사예요. 공격적으로 시행했죠. 구성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기분 좋았던 건 ‘라인스튜디오는 직원들을 믿는다’는 거예요. 일에 대한 몰입, 즉 집중해서 결과물을 내면 돼요.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입니다. 직원에 대한 신뢰가 곧 라인스튜디오 문화라고 봅니다."
Q. 타깃 시장이 있나.
"라인이 가장 성공한 지역은 일본, 대만, 태국입니다. 주력 시장이죠. 계속해서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요. 여신강림 게임을 통해 한국, 미국 시장에서도 이용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내용물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특정 국가에 한정하지 않고 먼저, 전 세계 이용자 관심을 끌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겁니다.
Q.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 초 계획한 목표 지점에 도달했나.
"방향대로 달려가고 있어요. 향후 더 재밌는 콘텐츠를 공개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 해였죠. 내년엔 메타버스와 AI 등에 대한 투자에도 무게를 둘 계획입니다. 메타버스 개발 연구도 꾸준히 이어가, 이용자 진입장벽이 낮은 콘텐츠를 제작할 방침입니다. 기존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견고히 하는 건 기본이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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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발자를 포함한 회사 구성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본인 이름을 걸고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해요.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면 이용자를 감동시킬 수 없어요. '가까운 가족,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내용물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해요. 몰입감은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에도 자랑할 수 있는, 내 이름 석 자를 걸 수 있는 콘텐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