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특수’로 韓보건산업 호황…"거품 걷히기 전 다음 계획짜야"

올해 이어 내년도 두 자릿수 성장 전망…ESG 등 취약 부분 대응은 과제

헬스케어입력 :2021/11/18 17:10    수정: 2021/11/18 23:12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이른바 ‘방역 특수’로 올해 국내 보건산업 수출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ESG 경영 등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보건산업 수출액은 전년보다 15.6% 늘어난 251억 달러로 잠정 확인됐다. 내년 보건산업 수출 규모는 이보다 10.1% 증가한 276억 달러로 전망된다.

이러한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연관이 깊다. 진흥원은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의약품·진단용제품·기초화장용 제품류 등의 전 세계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상승,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우선, 바이오의약품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총 수입액은 2천271억 달러로 최근 5년간 15.6%씩 성장을 이어가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최대 수요지역인 유럽 내 최근 5년 동안의 점유율 변화는 2.6%에서 8.1%로 3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체외진단시장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했다. (사진=김양균 기자)

■ 진단제품 수출 대폭 확대돼

‘효자 품목’은 진단용제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체외진단시장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했다. 이 가운데 국내 진단용 제품(진단키트)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수출이 대폭 늘어났다.

지난 2019년 국내 진단제품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보면 유럽과 아세안이 각각 2.5%, 3.8%였던데 반해 작년에는 15.8%, 11.3%로 급성장했다.

마스크 착용 등으로 인해 색조화장품 대신 기초화장용제품류 선호가 늘면서 관련 우리 제품도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지난해 한국산 기초화장품은 전 세계에서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보건산업의 실적은 지난해 보건산업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29억9천만 달러를 기록했던 보건산업 무역수지는 작년 88억4천만 달러로 대폭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보건산업 분야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이 방역 완화 등의 조치를 펴면서 진단시장 확대는 다소 주춤하지만, 수요는 계속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동우 보건산업혁신기획단장은 영역 확대를 통한 ‘넥스트 플랜’을 짜야할 때라고 말한다.

일례로 최근 중국이 내놓은 저가형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 진단 분야의 세계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

한 단장은 “진단키트의 경우, 물류비용이 수출 전체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료의 경우에도 국산 자급률 향상 및 규제혁신 등의 합리적인 지원제도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진단키트 분야의 수출은 앞으로 완만한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며 “개도국의 풍토 질환 및 국제조달 등을 통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양한 진단제품 개발이 이뤄지면 시장의 관성에 따라 코로나19를 계기로 인지도가 높아진 한국산 제품으로의 선택이 이어질 것”이라며 “신종감염병을 대비한 수출 품목에 대한 체계적인 틀을 갖출 시점”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사베이)

■ ESG, 복병될 수 있다

‘방역 특수’로 인한 국내 보건산업의 수출 증대는 고무적이지만, 복잡한 국제 통상에 대한 기민한 대응도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과 코로나19 이후 다자무역에서 양자무역으로 전환이 강화되는 분위기 등은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ESG 경영은 우리 보건산업 분야의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북미·유럽 등 선진국은 ESG를 우리나라 등 후발주자의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를 위한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이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단장은 “ESG는 국제 기준으로써 수출 규제를 위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미 해외 글로벌 기업의 경우, ESG에 대한 어느 정도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이고, 우리나라는 취약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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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임상시험 투명성·정보 공개 등은 ESG 경영에 있어 핵심 요소임에도 국내 보건산업 수출 기업은 이러한 인식이 낮은 게 사실”이라면서 “기업입장에서는 투자가 필요한 만큼 선뜻 준비를 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진흥원은 비교적 선제적 준비를 하고 있는 국내 보건산업 수출 기업의 사례를 협의체를 구성, 후발 기업들에게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