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보건복지부 키워드는 건강보험‧스마트 헬스케어

[대전환 시대의 정부 거버넌스⑩] 건보재정 합리화 '과제'... 코로나19 계기 전문성 강화 '개편'

헬스케어입력 :2021/11/17 08:19    수정: 2021/11/17 17:38

조민규, 김양균 기자

10년만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그렇다. 부처 개편은 상수다. 그동안 대선후보와 캠프의 언급을 보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좌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통상적인 정부 조직개편 없이 출범한 배경이다. 당시 조직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산업 혁명과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화두였다.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C-P-N-D 기능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길 원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용이다. 5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대선 캠프와 각 부처 주변에서 회자되는 개편론을 회차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재난적 상황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른바 '팬데믹' 하에서의 역할론을 재론하기에 이르렀다.

우선, 긍정적 평가든, 부정적 평가든 대전환기의 재난 상황에서의 정보통신(ICT)을 활용하는 능력이 부각됐다. 백신과 치료제는 그 다음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졌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응 능력은 방역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지금의 보건복지부 조직으로 앞으로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2의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전환의 촉매제에 다름 아니다. 보건의료·복지 분야는 직접적인 영향권이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이후와 이전의 일상으로 구분할 정도다. 경계선을 획정한 것이다.

마스크의 일상이다. 거리두기의 미덕화다. 원격업무의 일상화다. 비대면 수업이 정상이고 대면 수업은 외려 부차적이다. 유통과 쇼핑의 개념이 달라졌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발과 상용화에 10여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다. 백신과 치료제 얘기다. 팬데믹 1년여 만에 개발을 마치고 전 세계로 공급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아이러니하게도 질병의 예방과 치료, 헬스케어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현재 시행 중인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의 체제 전환이 그것이다. 권덕철 복지부장관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이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헬스케어 산업을 키워 다국적 글로벌 제약기업과 경쟁을 시작할 준비해야 한다. 일상과 방역이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의 안착이라는 과제도 있다.

차기 정부의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스마트 헬스케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이미 시행했거나 시작을 준비 중인 여러 ‘플랜’의 체계화와 안착을 고민해야 한다. 급변하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관료사회의 안정 추구는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

사진=김양균 기자

■ 여타 부처 개편설 '불똥' 가능성... 미래 지향적 통폐합도 '모락모락'

보건복지부는 1948년 보건후생부와 노동부를 통합한 사회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건‧후생‧부녀문제‧주택‧노동 등이 주업무다. 1949년 보건국을 분리 독립시킨 보건부가 신설됐고 1955년 보건부와 사회부를 통합한 보건사회부로 이어진다.

지금의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1994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보건위생‧방역‧의정‧약정‧여성복지‧노인‧장애인 및 사회보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에는 보건복지가족부로, 2010년에는 다시 보건복지부로 돌아왔다.

보건복지부의 위상은 보이는 것 이상이다. 선진국 진입 이후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시대변화에 따른 복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선거철 표심을 자극하는 복지국가 공약 이상이다. 부처의 변동 가능성 그 자체다.

보건복지부에 관한 한 아직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여야 주요 주자인 이재명 캠프나 윤석열 캠프의 풍경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복지와 방역, 건강에 대한 선언적 공약이 부처의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총리급' 부처 격상 얘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수다. 현재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하는 선에서 보건복지부의 변화상이 멈춰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변화를 점치는 호사가들도 많다. 보건과 복지, 복수차관제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분야가 보건의료에 비해 비대하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적극적인 헬스케어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복수차관제에 머물렀지만 보건의료 분야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도 흐름은 유지될 전망이다.

부처 주변에서 아예 보건과 복지 담당 부처(청)로 개편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상황이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헬스케어산업을 제대로 담당할 주무부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타 산업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스마트 헬스케어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보건의료산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여당의 한 대선 예비후보는 아예 사회 및 복지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총리제'를 신설하자고 주장한 상황이다.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부총리제를 통해 미래사회의 복지와 건강에 관한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야당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맞물린 보건복지부의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업무 재편을 통한 부처의 개편 가능성, 미래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의 통폐합을 고려한다는 얘기가 살아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 미래 지향적 개편설의 중심은 스마트 헬스케어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변수다.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백신·치료제를 비롯해 진단·치료·방역을 안보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거버넌스의 강화 흐름이 도처에서 감지된다. 이러한 기조의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로 스마트 헬스케어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 등이 부채질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의료비 부담과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수요 등이 기존 헬스케어 시스템 이상의 거버넌스 마련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차기 정부 역시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이에 대한 효율적 운용을 명분으로 조직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스마트 헬스케어는 역대 총 다섯 번의 기점을 통해 급속히 ‘진화’해 왔다. ▲1990년대 중반 ‘텔레 헬스’ ▲2000년 e헬스 ▲2006년 u헬스 ▲2010년 이후 스마트 헬스 그리고 2020년의 코로나19 등이 그것이다.

당시에는 과거 단순히 헬스케어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개념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팬데믹 이후 환자 폭증 및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대면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까지 인식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의료체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정부가 제시한 ‘재택치료’를 정착시키려면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 원활해야 한다. 이는 곧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 및 시스템이 구축돼야만 가능하다.

헬스케어 기술은 이를 전망이 아닌 현실화로 화답했다. 보건 정보기술·웨어러블 기기·비대면 진료·개인 맞춤형 의료 등은 더 이상 미래 의료가 아니다. 우리 현실 가까이에 와있다. 효용성과 미래성 차원에서의 거버넌스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적극 활용은 스마트 헬스케어의 고도화로 이어진다. 데이터3법 개정의 배경이다. 정부가 개인정보의 상업 활용을 허용한데 이어 '데이터진흥과'를 신설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차기 정부에도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때 예산 확대와 함께 선제돼야 하는 것은 업계를 리드할 전문성을 가진 지원조직이다.

현재와 같이 지원은 해주되, 업계를 뒤쫓는 방식의 운영은 효율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더 날렵하고, 빠르되, 전문성을 가진 주무부서를 전면에 배치하거나 책임을 늘리는 방식의 개편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전면적이 아니라면 부분적 개편이 얘기되는 배경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에 따른 환자 증가는 불가피하다. 관건은 의료체계 부담을 어떻게 경감시키느냐다. 해법 가운데 하나로 정부가 제시한 것은 ‘재택치료’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원활한 비대면 진료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환자가 의료공백 상태에 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 및 시스템의 구축 및 확대다.

이미 기술은 충분하다. 보건정보기술·웨어러블 기기·비대면 진료·개인맞춤형 의료 등은 더 이상 미래 의료가 아니다. 우리 현실 가까이 와있다. 다만, 이를 얼마나 빨리 지역사회 곳곳에 배치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제 막 시작한 데이터 표준화를 비롯해 가명 정보의 상업적 활용 전반에 이르는 과정 모두 차기 정부의 몫이다. 데이터진흥과를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등이 참여하는 데이터 플랫폼의 안착은 다음 정부의 과제다.

(사진=건보공단)

■ 보장성 강화와 국민건강보험 '과제'

보건의료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이다. 2000년은 보건복지부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해다. 이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건강보험 통합, 의약분업 시행 등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란 슬로건을 내걸고 추진된 의약분업은 그해 7월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조합을 통합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출범으로 더욱 힘을 받는다. 2003년 7월에는 보험재정이 통합되며 단일보험자체계가 확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를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꼭 필요한 치료나 검사인데도 보험적용이 안 돼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전 정부에서도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진행한 바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건강보험이 통합된 2000년 말 3조359억 원(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8천47억 원, 직장조합 2조2천312억 원)의 적립금이 5천979억 원으로 급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보험료 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건강보험 수가 인상 및 약제비 증가도 재정적자를 늘리는데 기여했다. 재정이 악화되며 보험급여비 지급불능이라는 상황에 이르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규모 차입금을 도입한다. 그렇지만 2001년에도 2조4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정부는 재정적자 조기 해소 방안으로 2002년부터 2006년 말까지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도입했다. 국고지원금을 40%로 늘리고 담뱃값에 건강부담금을 부과한 건강증진기금을 조성토록 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의료를 이용하지 않을수록 개선되는 구조다. 실제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어들자,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적자 규모는 예상치보다 약 2조4천억 원 감소했다.

그러나 의료이용을 줄이는 것은 국민이 큰 부담 없이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만든 건강보험제도의 본질과 상충한다. 해법은 있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한 방법은 의료의 과다이용 및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면 된다.

재정건전화는 수입의 증가와 지출의 합리화로 가능하다. 국고 등 지원금에 대한 법류 규정 이행을 하면 된다. 국고지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매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건강증진기금 6%) 상당을 의무 지원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법과 규정의 모호성이다. 명확하지 않은 법‧규정으로 매년 14% 가량이 지원금으로 빠져나간다. 건보 재정 건전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차기 정부로선 지원 금액을 ‘전전년도 건강보험 지출액’ 등 명확하게 정하는 등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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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의 합리화는 사무장병원·비급여 관리·보험사기 등에 대한 대책을 통해 가능하다. 현 정부를 비롯해 그동안 많은 정부에서 사무장병원 등 재정누수를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특별사업경찰제도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가 강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 정부는 이 때문에 지출의 관리를 위해 사무장병원·비급여 관리·보험사기 등의 예방효과를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제도나 처벌 강화 등의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거버넌스 문제로 풀 수 있을까. 차기 정부의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