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차별화 '시동'... 시대정신 '미래' 담는다

[대전환 시대의 정부 거버넌스 ④] 시대가 요구하는 미래 비전 담아야

방송/통신입력 :2021/11/03 15:03    수정: 2021/11/03 15:29

선거의 계절이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는 유독 부처 개편에 대한 제안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대전환기의 대통령,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촉매제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10회에 걸쳐 정부 조직개편에 관한 시리즈를 마련한다. 조직개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람직한 대안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우리나라에서 유독 부처 개편론이 대선 단골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국민 소통 도구론이다. 정부 조직개편만큼 대선 공약과 시대정신을 '실행력' 있는 메시지로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정부와 차기정부의 차별화와 미래 비전을 부처의 개편을 통해 전달하고 현재에 지친 대국민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계산이 우선이다. 실행 도구로서의 개편이다.

이미 여야 대선후보군은 직간접적으로 강력하게 공언한 바 있다. 조직 개편의 큰 방향만 언급한 후보도 있고 구체적인 개편 대상 부처도 지목한 후보도 있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대목이다. 학계서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부처 개편이 상수라고 하는 배경이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개편의 무용론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정부 조직의 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과 의지, 정책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조직 안정론은 새 정부의 혁신론 앞에서는 잦아든다. 자칫하다가는 기득권에 매달리는 수구적 행태로 매도된다.

대선과 정부 조직개편. 사진은 세종청사 기획재정부

∎ 시대정신 '공정' '강한 리더십'... 미래 담은 부처 재설계까지

그렇다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단연코 '공정'과 '강력한 리더십'을 꼽는 사람이 많다. '공정'은 평등과 정의가 전제된다. 젊은층이 소환한 '공정'과 '위선' 논쟁이 촉발한 측면이 크다. 정치적 논쟁의 한 켠에는 리더십 부재의 갈증도 있다.

이번에는 세대에 따라 추구하는 지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예컨대 20대는 공정, 30대는 정의, 40대는 개혁, 50대는 민생, 60대는 안정, 70대는 복지 등 세대별로 극명하게 요구하는 지점이 다르다. 물론 부동산이 촉발한 민생은 세대 불문 기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전과는 구별되는 공통적인 지점도 있다. 모두 새 시대의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선후보 1~3위 주자군에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가 자리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공정'은 또한 '미래'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미래'는 앙시앙 레짐(ancien régime), 즉 구체제와의 결별이다. 정권마다 변화와 미래의 프레임은 유용하다. 독재자마저 변화를 얘기한다. 변화와 진전을 바라는 시대적 요구사항이다. 대전환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 이상이다.

대전환기의 부처 개편론은 그래서 시대정신을 넘어 그 자체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화 시대의 정부 조직을 4차산업혁명기의 새 조직으로 바꾸라는 여론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분산과 통합을 넘어 기능 자체의 재설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부처 개편을 민생이란 화두와 새 시대의 열망을 담는 그릇으로 얘기하는 이유다. 시대 정신의 도구이자 수단이다. 부동산과 일자리 등 국민 생활 안정과 직결된 부처, 미래와 관련된 부처의 신설과 분리 같은 선언이 우선적으로 나오는 배경이다.

여야 후보군 중에서 주택청 혹은 주택부의 신설을 얘기하는 주자가 이번엔 유독 많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부처신설과 미래정책 공약으로 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국토교통부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데이터부, 인공지능(AI) 전담부처, 지식재산처, 우주청, 콘텐츠청 얘기도 새롭다. 대전환기의 변화를 바라는 메뉴다. 코로나19 이후 재난상황을 감안한 재난청의 신설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부처 개편의 시대정신은 '미래'. 사진은 자율차 적용 스마트시티 예상도.

∎ 구체제 결별 선명성 '기치'... 국면 전환용으로도 활용

야당은 더 나간다. 대안론 차원의 차별화 전략이다. 앞서 언급한 주택부문의 전문 부처론은 야당이 더 유리하다. 중기부와 산업부의 통합설은 여당이 추진한 정책의 뒤집기 차원도 있다.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는 진보 정권의 전담메뉴를 해체하겠다는 상징성도 포함된다.

부처 차원에서는 이해관계다. 조직 이기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조직이론의 현실적 특성이다. 생존권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정부 시절이다. 당시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는 예고없이 흡수 통폐합 됐다. 조직의 희비, 관료들의 운명이 엇갈리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퇴임 관료들(OB)의 구심점도 희미해졌다.

현정부 들어서는 선거시즌 이전부터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산업부로서는 중기부의 확장, 통상 부문의 외교부 통합설, 에너지부의 신설 등 부처 존폐와 관련된 그림들이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조직 통폐합은 현직 인사와 퇴임 후 자리보장 문제와도 직결된다.

업계의 이해도 무시할 수 없다. 규제와 진흥이라는 산업경제 정책에서 해당 부처의 존폐는 이익대변의 논리로 대체되고 있다. 대기업의 규제는 중소기업의 진흥으로도 읽히고, 대기업의 규제완화는 중소기업 정책의 후퇴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독 산업경제 부문의 개편이 화두다. 코로나19로 일자리와 주택, 복지와 관련된 민생이 최우선으로 부각된 데다 4차 산업혁명기의 대전환 프레임이 이미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증폭시킨 탓이다.

기후변화와 그린에너지도 주요 미래 청사진. 사진 이미지는 Pixabay.

민생·일자리 표심 자극... 산업·경제 부처 우선 검토 

멀리 갈 것도 없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영삼정부는 당시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 폭발, 군기문란 사고, 김일성 사망 등 여론 악화와 불안감을 미래지향적 정보통신부 설립이란 청사진을 통해 '국면전환'을 꾀했다.

김대중정부는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격상시키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그늘이 드리워진 한국 경제의 시선을 산업화시대에서 정보화시대로 돌려놨다. ICT·과학기술 기반의 지식정보 산업국가를 국론 통합과 '희망'의 케치프레이즈로 활용했다.

노무현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부총리급 과학기술부를 출범시키며 ‘과학기술 입국’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과학기술 부총리 체제의 거버넌스를 통해 다가오는 ICT 기반의 산업융합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메시지로 던진 것이었다.

반면, 이명박정부는 출범부터 당시로선 첨단 부처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는 한편 토목건설로 표방한 4대강사업을 전면에 내걸었다.

새 정부 출발은 처음의 '성장 기대감'에서 외려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미래 관련 부처의 해체 결과다. 전임 정부의 대표부처를 겨냥한 것이 '단절'보다는 '불안'으로 되돌아온 케이스다.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불안이다. 정보과학과 토목건설은 미래와 과거의 대명사다.

박근혜정부는 이를 역으로 활용했다.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 기치를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미래창조과학부’로 과거회귀를 미래비전으로 바꿔놨다. ICT·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 문화융성, 창업국가를 선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번 대선은 어떨까. 박근혜정부가 무너진 상황에서 치른 대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했으나 공정이란 화두가 정쟁화할 정도가 됐다. 부동산과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부처 개편론이 관심을 모으는 지점이다. 정부 조직은 대선후보의 공약을 담고 실천하는 그릇이자 소통의 도구다. 민생을 어떻게 추스르고 4차 산업혁명기의 대전환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도 가름할 수 있다. 리더의 자질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만간 대선 대진표가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19의 대전환 시대 경기 진작과 함께 일자리, 복지, 미래를 어떻게 성장과 분배 담론에 담아 부처 개편으로 산출해 낼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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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 부처 개편은 국민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 이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대선후보들이 미래지향적 ‘대전환’을 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방향성을 주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잘 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2차적으로는 미래지향적인 비전, 예를 들면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복지 같은 케이프레이즈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