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는 차기 정부에서는 디지털 혁신을 위해 ‘규제의 하향평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혁신정책포럼 창립기념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금융, ICT, 미디어-콘텐츠, 플랫폼 분야의 발전과 융합 그리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롯된 뉴노멀 시대에는 글로벌 경제 체계가 효율성과 저비용을 중시하던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벗어나 안전과 위기관리 능력, 복원력을 중시하는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며 “언택트 문화의 확산과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 초개인화로의 전환, 데이터 경제 시대 개막, 사회‧경제 전반의 기능화 시대에 진입 했다”고 진단했다.
먼저, 그는 “금융 분야에서는 기술의 혁신으로 핀테크와 다양한 ICT 융합 산업이 출현했지만 개인정보의 침해 개연성도 높아졌고, 보안 사고로 인한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면서 “통신에서는 ICT 관련 부처의 정책, 규제 경쟁과 체계 변화, 5G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 괴리, 미래 수익원 발굴의 필요성과 신기술 도입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콘텐츠 분야에서는 글로벌 사업자에 의한 로컬 시장의 잠식, 레거시 미디어의 편성 축소, 글로벌 OTT 진입에 따른 콘텐츠 제작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는 신규 플랫폼 등장과 이해관계자 간 갈등, 디지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기존 규제 체계를 통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규율 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포괄적 규제보다 규제 식별·형평성 필요
신 교수는 디지털 혁신에 따른 산업 재편과 공정경쟁, 거버넌스의 진화, 산업 활성화, 사회적 신뢰 제고와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전반적인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산업‧기업 간 융합이 촉진되는 상황에 따라 산업 혁신과 개방적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체계로 정책 방향 수립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경쟁구조에서도 관할권의 문제와 기존 규율 체계의 한계 개선이 필요하고 포괄적 규제보다는 경쟁 병목 해위에 대한 규제 식별이나 규제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부처 간 중복‧이중규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디지털 산업에서 최소규제와 규제완화 방침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로 인해 정책 거버넌스 논의가 심화될 것이며 이에 따른 산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입으로 인한 새로운 경쟁 체계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고 활성화가 산업 간 융합과 혁신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통신과 금융 분야에서도 융합을 전제로 한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신규 서비스 발굴과 산업 활성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글로벌 시각에서 규제 정책 만들어야
서장원 CJ ENM 부사장은 “과거에는 자동차, 철강 등이 산업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반도체, 전기자동차, 바이오가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고 오징어게임,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며 “디지털은 거부한다고 가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이고 콘텐츠는 반도체, 전기자동차, 바이오 대비 고용유발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콘텐츠는 공영방송 시각에서 접근했지만 산업 활성화 측면의 접근은 없었다”면서 “이미 국내 OTT는 넷플릭스가 장악하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이 됐는데, 글로벌 기업들이 25~30%의 세재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3% 정도이고 국내 유료 방송요금은 10년 전 ARPU, 물가관리품목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유정아 한국IPTV방송협회 회장은 “미디어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새롭게 출현하는 매체들에게 대해 제재보다는 그 장점을 관찰하면서 기존 매체에 대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라면서 “또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게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이들 기업에게 내용‧비율규제를 통해 규제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국가와 소비자들의 국적이 한정돼 있지 않고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시각에 봤을 때 아주 작은 규모”라면서 “차기정부에서는 글로벌 현황을 인식하고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지원하고 규제를 상향 평준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향 편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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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은 이제 보조재가 아닌 필수재가 됐다”면서 “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어떻게 이를 활용할 것인지,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국민의 일상과 삶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담론”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혁신의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AI나 수소경제, 대‧중소기업 간 격차해소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규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났을 때 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