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거다. 이번에는 유독 부처 개편에 대한 제안들이 더 쏟아지고 있다. 대전환기의 대통령, 포스트 코로나19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촉매제다. 지디넷코리아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10회에 걸쳐 정부 조직개편에 관한 시리즈를 마련한다. 조직개편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람직한 대안과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벌써부터 정부 조직개편론이 풍년이다. 정·관·산·학 각계각층이 주인공이다. 유력 대권주자부터 군소 대권주자, 여야 의원, 관계 부처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부처 개편안이 쏟아지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군부터 살펴보자. 먼저 이재명후보의 정책자문그룹의 고문을 맡고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안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캠프 '성공포럼' 소속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같은 기재부 개편 내용을 강조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전담하는 기후에너지부의 신설도 제안했다. 조만간 후보의 직접적 언급도 예상된다.
야당은 아직 대선후보 경선 중이다. 주자 간 정부 조직개편 언급이 선제적으로 나온 것은 여당보다 더 강한 톤이다. 윤석열후보는 일자리 창출에 맞춰 산업, 교육, 노동, 복지 등 제반 경제 사회 정책을 통합하고 이에 맞춰 정부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홍준표후보는 좀더 구체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통합을 선언했다.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 필요성도 거론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한 외교통일부의 출범도 공언했다.
부처 개편 메시지 ‘너도 나도’... 여야 후보들 민생 부처 ‘우선’
유승민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양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부와 복지부를 분리하는 한편 복지부에 일부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혁신부 신설도 제안했다.
원희룡후보는 집권할 경우 부총리급 과학기술부의 부활을 예고했다. 과거 경제기획원에 연구개발(R&D) 예산 컨트롤 기능과 규제 업무를 넣은 미래기획원 신설도 언급했다.
여당 대선주자로서는 탈락했지만 이낙연후보는 주택부의 설치를 제안했다. 기후에너지부의 신설도 주장했다. 지식재산처의 출범도 기정사실화 했다. 전략데이터청의 신설도 거론했다. 원팀체제를 강조한다면 이재명후보도 정책 반영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정세균후보는 지식재산처를 신설, 특허청, 문체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흩어져 있는 지식재산권 관리기능을 통합하자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김두관후보 또한 산업기술혁신부, 야당의 장성민후보는 4차산업혁명청 신설을 제안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우주청, 데이터청, 지식재산청, 주택청 신설 등 다양한 주장을 내놓았다. 양경숙의원은 우주개발진흥법과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우주청을 설립, 우주개발의 당위성과 지원체계, 예산조정까지 포함한 우주청 필요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데이터청을 예로 들어보자. 데이터청의 설립 주장은 지난해부터다. 이광재의원을 비롯해 김태년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데이터 경제의 도래를 대비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야당의 김종인 국민의힘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참여했다. 시대의 변화상, 산업의 필요성을 반영한 데이터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취임 초기부터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들었다. 하태경의원 역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언급했다.
민생·미래 등 공약화 ‘시동’... 경제·산업 부처 ‘긴장’
부처에서는 산업부가 먼저 나섰다. 산업부는 조직개편을 대비한 과제 발주에 나서면서 선제적 ‘행동’에서 나서고 있다. 국토부·기재부·과기부·문화부·공정위 등 여타 부처도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처개편 논의에 뛰어들 채비는 마쳤다.
산업부는 통상 부문과 에너지 부문의 이관 내지는 독립에 대한 내외의 목소리에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중소기업부의 독립으로 부처의 위상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자탄 속에 부처의 존립과 확대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안을 고수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독립과 데이터부의 신설 목소리에 긴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업무 분장을 놓고 벌이고 있는 신경전도 재연될 조짐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대장동 사태와 LH사태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주택부 신설에 대한 대내외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하는 배경이다. 이외에도 문화부는 디지털콘텐츠, 게임, 방송을,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 개인정보 등 업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계는 대전환기의 혁신적인 부처상을 주문한다. 규제개혁위원장과 전자정부특별위원장을 역임한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는 부총리급 디지털기획원(DPB)을 설립, 대전환기의 새 시대를 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DPB는 범부처 디지털 정책 조정권을 갖는다. 디지털 예산 편성권, 디지털 재정권, 첨단기술 개발 지원권, 첨단 고등교육 지원 등의 기능을 염두에 뒀다. 나아가 전자정부 강국을 위한 ‘디지털행정처’의 신설도 제안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정부 조직 전체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반 네트워크 정부의 발달과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정부조직의 형태나 서비스 제공 방식, 국민 참여 확대 등 정부조직과 행정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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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대전환기에는 무엇보다 정부 부처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디지털 플랫폼 부처가 필요하다"면서 "이 부처는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을 확보해 각 부처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하는 한편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역시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보통신정책학회,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미디어경영학회 등 ICT 분야 3개 학회는 최근 ICT 진흥과 규제로 나뉘어 있는 현 정부조직을 차기 정부에서는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장관급이 아닌 부총리급의 위상과 기능을 갖춘 ICT 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