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시설공단이 IT 시스템 사업을 민간에 발주해놓고 양기관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사업 완료가 당초 계획보다 11개월 이상 지연돼 잔금을 받지 못한 참여업체들이 자금난에 빠져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영세한 기업은 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철도시설 이력관리 종합정보시스템(이하 이력관리시스템, RAFIS) 구축 사업'. 철도공사에서 담당하는 철도 시설의 전체 생애주기 이력 정보를 디지털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철도 업무 분리 특성상 사용부서인 철도공사가 아닌 철도공단에서 발주했다. 사업기간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였다.
문제는 시스템 내 일부 기능에 대한 철도공사와 철도공단 사이의 갈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11개월 이상이 더 지났지만 사업이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총 사업비 189억 원 가운데 선금 40%를 제외한 잔금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3년째 보수를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한 하도급 업체 대표는 “관련 직원 10명만 잡아도 한 달 인건비가 3천500만원이고, 10달이면 3억5천만원으로 이는 발주처에서 받아야할 금액과 같다”며 “적자는 예전에 넘어섰고 자금난이 심각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2년 넘게 일을 하고서도 잔금을 받지 못하는 까닭은 두 기관의 갈등으로 해당 기능을 제외한 채 전체 시스템을 마무리했지만, 감리 단계에서는 이 기능이 빠졌다는 이유로 사업 실패 처리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철도공사와 철도공단 담당자는 각자의 요구조건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로 어긋나는 기관의 요구를 무시할 것을 명령했다”며 “하지만 구축한 시스템은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의 요구사항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만큼 한 부처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패 감리 원인 제공이 사업자가 아니라 두 기관에 있다는 뜻이다.
해당 기능은 철도시설물 관리에 지출한 세부 내역을 모두 전산화해 저장하는 기능이다. 초기 사업요청에서는 철도공단에서 이력관리시스템에 저장되는 내용을 모두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철도공사가 이를 반대했다.
두 기관은 이력관리시스템 및 운영에 대한 이견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사업기간 2년을 넘겨 추가로 11개월을 더한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위기간인 국토교통부 역시 협의를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들은 결국 두 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 했다. 두 기관이 언제라도 협의를 했을 때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대한 손실은 보장받을 수 없었다. 또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기간까지 두 부처는 의견이 합치되지 않았고 결국 하도급 업체들은 해당 기능을 제외한 채 시스템을 마무리했다.
이들 업체의 고통은 단지 사업 대금을 받지 못한 것에 끝나지 않았다.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제 기간 내에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완료할 때까지 하루 618만 원의 벌금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사업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책임이 두 기관에게 있는데 대금도 못 받고 벌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미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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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몰린 하도급 기업들은 "계약 종료시까지 집행하지 않은 잔금과 10개월 사업 연장 기간에 발생한 비용을 발주처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사업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