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 먹통 사고..."개방성 높여야"

컴퓨팅입력 :2021/11/15 19:19    수정: 2021/11/16 08:28

카카오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지난 13일 오전부터 24시간 이상 먹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클레이튼 기반 대체불가토큰(NFT)의 발행, 판매, 전송이 불가능해졌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클레이, 위믹스, 보라 등 관련 코인의 입출금이 중단되는 등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번 네트워크 장애를 처리하는 과정도 입길에 올랐다. 그라운드X가 나홀로 오류를 찾고 패치를 배포하는 방식이 '퍼블릭(개방형) 블록체인'이라는 수식이 무색하게 폐쇄적였기 때문이다. 이런 폐쇄성이 네트워크 운영의 안정성과 오류 해결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클레이튼', 지난 13일 오전부터 24시간 이상 먹통

15일 그라운드X에 따르면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지난 13일 오전 9시경부터 블록생성이 중단됐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블록단위로 모아 처리한다. 따라서 블록생성이 중단되면, 네트워크 전체가 마비된다.

이번 장애는 24시간 이상 지속됐다. 그라운드X가 다음날인 14일 10시 30분경,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어카운트 업데이트' 기능을 비활성화시키면서 네트워크 일부가 복구됐다.

지난 13일부터 24시간 이상 클레이튼 네트워크 중단됐다.

문제의 원인은 메모리 공유 관련 버그로 밝혀졌다. 그라운드X는 같은 날 오후 임시 방어책을 적용했다. 이후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30개의 밸리데이터(블록 검증/생성자) 중 대다수인 28개가 정상적으로 블록을 생성하며 네트워크가 정상화 됐다.

현재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정상 작동 중이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를 잡는 버그패치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라운드X는 테스트를 거쳐 버그 패치가 적용된 클레이튼 1.7.1 버전을 오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밸리데이터 노드에 적용할 계획이다.

클레이튼 기반 NFT 발행, 거래 중단 등 이용자 불편 속출

이번 장애로 클레이튼 기반 NFT 발행, 판매, 전송이 올스톱돼 창작자와 구매자가 불편을 겪었다. 당장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NFT 큐레이션·유통 서비스 '클립 드롭스'도 서비스를 일시 중지해야 했다. 판매 예정이었던 작픔 판매도 연기됐다.

최근 국내 창작자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클레이튼 기반 NFT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이번 장애에 영향을 받은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한국의 크립토펑크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도지사운드클럽(DSC)'도 클레이튼이 멈추면서, 예정된 서비스 일정에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DSC는 보유한 지갑 수가 1천300개, 지난 7간 거래량은 약 10억원에 이르는 대형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클립 드롭스 서비스도 중단됐다.

이 외에도 클레이래빗 등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신규 발행, 거래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또 이번 장애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클레이, 보라, 위믹스 등 클레이튼 기반 토큰들의 입출금이 중단돼  투자자들이 거래에 어려움일 겪었다. 거래소 토큰 입출금 재개는 15일 오후에 이뤄져, 이틀 이상 관련 토큰 투자자들이 정상적인 거래를 하지 못했다.

클레이튼 먹통 이번이 두 번째..."폐쇄적인 운영방식 개선 필요"

장애 발생 후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 났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클레이튼 네트워크가 먹통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말에도 합의알고리즘 구현 문제로 블록이 생성되지 않아, 네트워크 전체가 멈춘 적 있다.

한 대표가 이번에 재발 방지를 강조한 것도 네트워크 먹통 사태가 벌써 두 번째라는 점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의 트위터

업계에서는 클레이튼이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지금보다 개방적이고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클레이튼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지향하고 있지만, 운영방식은 중앙화된 네트워크와 유사하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라운드X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고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탈중앙화된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밸리데이터는 물론 사용자 그룹과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 솔라나는 지난달 네트워크 중단 사고가 났을 때 밸리데이터와 개발자 커뮤니트가 합동해 문제를 해결하고, 커뮤니티가 결정한 절차에 따라 업그레이트와 재가동을 실행했다. 솔라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밸리데이터는 1천개가 넘는다.

클레이튼 네트워크에는 선별된 30여개의 밸리데이터만 참여하고 있고, 이 마저도 블록체인에 전문성을 가진 기업보다 소수의 선별된 대기업 위주로 구성돼있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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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블록체인 사용자 정경진 씨는 "이번 클레이튼 네트워크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확실히 중앙화된 네트워크와 같았다"며 "네트워크가 중단되고 나서 몇 차례 나온 공지에서는 클레이튼 팀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있다는 말뿐이었고 문제 발생의 원인에 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많은 지분증명(PoS) 방식의 블록체인들은 재단 물량을 위임할 밸리데이터를 공개 모집하는데, 이때 테스트넷에서 스팸 방어, 트래픽 처리 같은 여러 과제를 주고 이를 높은 점수로 통과한 곳에 자격을 준다"며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개방되고 탈중앙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