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슈퍼로봇대전30,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장수 IP

시리즈 30주년 기념하는 게임...자유도와 편의성 더해 호평

디지털경제입력 :2021/11/15 10:49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장수 턴제 전략게임 슈퍼로봇대전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당대 최고 인기를 구가한 애니메이션 건담과 마징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이 시리즈는 이후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섥히는 과정을 그리며 애니메이션 팬과 게임 팬 모두에게 주목받는 게임으로 자리매김 했다.

하나의 IP가 30년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것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슈퍼로봇대전 시리즈가 늘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턴제 전략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난도로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액션 연출이 빈약하다는 점을 비판받던 시기도 있었다.

가장 최근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이어진 비판은 매번 비슷한 연출이 반복된다는 점과 스토리의 스토리가 복잡해진다 싶으면 꺼내드는 평행세계 설정으로 스토리 역시 뻔하게 흘러간다는 점이었다. 이런 단점은 후반으로 갈 수록 게임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슈퍼로봇대전30은 이런 단점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가 돋보이는 게임이다. 분기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책장을 넘기듯이 시나리오를 시작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따라가야 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매 스테이지마다 전투를 벌일 지역을 선택해서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에 없던 이러한 설정 덕에 이용자는 이야기 전개를 스스로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위치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원하는 기체를 더욱 빨리 손에 넣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른 게임 내 상호작용도 재미있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에 따라 등장인물의 대사가 변화하고 같은 대사라도 각 기체의 합류 시점에 따라 화자가 변하기도 한다. 

또한 실제로 건담을 감춰놨다가 여기에 탑승하는 아무로의 모습을 보면 기동전사Z건담에서 아무로에게 지하에 모빌슈트라도 숨겨놨다고 말해달라며 울분을 토하던 한 소년이 떠오르는 식으로 기존 설정을 비트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점도 재미있다.

오리지널 캐릭터와 기존 판권작의 비중도 적절하게 유지된다. 오리지널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판권작의 위력을 크게 낮추거나 반대로 판권작이 너무 강조되어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무런 활약을 하지 못 하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칭찬할만한 점이다.

연출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것도 호평을 받고 있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재미요소 중 하나가 원작에서 그려졌던 각종 무기나 기술이 얼마나 흡사하게 그려지는지 혹은 박력있게 묘사됐는지를 감상하는 것이기에 더욱 반길만한 요소다.

다만 게임의 난이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읽고 이야기를 따라가며 전투를 벌이고 전투 중에는 다양한 연출을 즐기는 수준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실수 한 번에 유닛 하나가 격추될 정도로 높은 긴장감 속에서 최소 손실을 내며 최고의 효율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원하는 턴제 전략 게임 마니아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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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게임 내 레벨링 시스템이 워낙 다양하게 갖춰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본편 임무를 제외한 다앙한 부가 임무를 수행하고 이번에 처음 도입된 자동전투 시스템을 활용해 반복 플레이를 이어가면 아군 캐릭터 대부분을 풀개조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어떤 캐릭터를 집중해서 육성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재미가 사라진 점은 아쉽다.

슈퍼로봇대전30은 최근 부쩍 강해진 열성팬의 사랑에 기대어 과거의 게임성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에 대한 비판에 대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답변과도 같은 게임이다. 또한 향후 더 긴 시간에 걸쳐 이용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추진력을 찾아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