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갈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이발소 형태의) 자동차가 오면 된다.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다. 고객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1일 ‘제조 중소기업의 DX 기반 미래 먹거리 전략’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품화’로,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과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망했다.
이날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엔 권문식 현대·기아자동차 고문(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류세열 한국타이어 디지털전략실장(전무), 김영규 이언그룹 대표,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박정윤 인터엑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어 세미나 참석자를 포함해,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김은 스마트제조연구조합 이사장(한국디지털혁신협회 상근부회장)과 이기춘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양희천 아이디알코리아 대표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온디맨드 서비스 관점에서 새로운 BM 만들어야"
김용진 교수는 DX가 가속하는 가운데,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이 온디맨드 서비스 관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을 생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분리된 자원과 프로세스의 표준·모듈화 단계를 거쳐 디지털 변혁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업 위주의 수직화한 산업 생태계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공급자가 수요 중심의 제조 환경을 구축하면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온디맨드 서비스로 제조 영역에 변화가 생기면서, 제조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디지털 전환 후 고객 수용 및 AI와 데이터 프로세스 활용 여부에 걸맞은 경영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DX 추진 시, 통합 데이터 전담 조직 꾸려야"
DX와 맞물려, 데이터 분석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규 이언그룹 대표는 “자동차 타이어 하나를 가지고도 분석할 양과 활용 방법이 많다”며 “데이터가 지닌 다양성과 실시간성 등 특성을 어떻게 다룰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비용을 투하해 실험실 환경에서 정상·이상 데이터를 확인했던 기존 제품 개발 형태가, 디지털 전환에 따라 개별 데이터의 패턴화를 통해 실제 사용 상황 속 데이터 정상 유무를 파악할 수 있게 변한 것이다.
경험 기반 사회에서 진일보한, 데이터 중심의 세상으로 전환이 곧 DX다. 가령 목적지에 가고자 택시를 타야 할 때, 네비게이션을 보유한 운전 경험이 미숙한 운전사와 그렇지 못한 베테랑이 있다면, 전자에 가치가 쏠린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주변 지리를 숙지하고 있는 것보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며 “이런 흐름에 따라 물류, 마케팅 등 방식이 지금과는 다른 형식으로 변할 것”이라고 봤다. 또 DX 추진 시, 통합 데이터 전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산학연 협력 必…협동조합도 활성화해야"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산학연 협력과 협동조합 설립 등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선 빠른 내부 역량 구축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하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기춘 교수는 "DX는 디지털화뿐 아니라, 자동차 제조·부품사가 고객을 위해 투입할 콘텐츠가 무엇인지 관점에서도 접근해봐야 한다"며 "DX와 결합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면서 미래를 이끌 디지털 가치가 뭔지, 대량 생산에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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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려면, 산학연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관련 인재 양성에 힘을 줘야 한다는 견해다. 이호근 교수는 "대학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교육 커리큘럼도 변해야 하지만, 시스템상 미온적인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 국가 산업 혁신 플랫폼 형성과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하고, 동시에 민간도 DX 전략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용진 교수는 "학계에서만 인재를 키우기엔 하세월"이라며 "플랫폼, 협동조합을 활성화해 현장에 정통한 사람들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